라섹수술 후기 #2

후기 1번은

http://www.playxp.com/sc2/general/view.php?article_id=2628612

현재 딱 27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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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아침에 눈을 뜨니 따갑다. 으악하고 인공눈물 점안하고 5분 간격으로 비가목스와 오큐메토론을 넣으니 괜찮아졌다. 잠잘 때 꿈꾸면서 눈이 움직이기 때문에 렌즈에 긁혀서 아플 수 있다더니 아마 그 때문인가보다. 병원에 다시 방문해서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돌아왔다. 사흘 뒤에 보호렌즈를 빼자고 말씀하셨다.

 

D+3
사고가 터졌다. 드디어 다음 날이면 보호렌즈 뺄 수 있다고 설레발을 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오른눈이 엄청 아프다. 반사적으로 감고 왼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아뿔싸 보호렌즈가 빠졌다. 가습기도 틀어놓고 나름대로 인공눈물도 자주 넣고 했는데 건조했던 것일까? 다행히 여분의 렌즈를 받아두었고 행동요령도 기억하고는 있었다. 바로 항생제 점안하고 보호렌즈를 넣으려고 했는데……. 내가 콘택트렌즈를 넣어본 적이 있어야지. 게다가 소프트라 낭창낭창해서 잡고 있기도 힘들고, 눈이 아프니까 크게 뜰 수도 없고, 눈물은 계속 나오고…….

 

우리 아버지가 안경사라서 사람들 렌즈 넣어주는 데는 이골이 났는데도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냥 확 집어넣어버리면 오히려 쉬웠을 것 같기는 한데 각막에 닿으면 또 그거대로 문제라. 렌즈 넣고 나서도 이물감이 느껴졌다.

 

D+4
안과 방문. 첫날에 집에 가다가 렌즈 빠져서 돌아오는 사람은 있었는데 이렇게 며칠 지나서 빠진 케이스는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왼쪽 눈은 보호렌즈 빼도 될 정도로 아물었는데 오른쪽은 어제의 영향인지 딱지가 약간 지저분하게 앉았고 완전하지도 않단다. 눈의 이물감은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정말 렌즈와 각막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었다. 보호렌즈 빼고 이물질 핀셋으로 제거한 다음 새 렌즈로 갈아 끼웠다. 보호렌즈는 나흘 있다가 빼자고 하셨다. 아오……. 하루만 더 있으면 렌즈 빼는 날이었는데 사고가 터지냐.

 

D+6
하도 심심해서 스타2를 하고 있다. 뭐 유닛도 잘 구분이 되지 않는데다가 한 판만 하고 나면 눈이 엄청 피곤해서 많이는 못 한다. 저그가 초록색 선택하면 맹독충과 저글링이 분간이 안 된다. 저글링만 달려들어도 해병들이 필사적으로 산개를 해욬ㅋ

 

D+8
드디어 보호렌즈를 제거했다. 아직 눈은 잘 안 보인다. 특히 왼쪽 눈보다 오른쪽 눈이. 현재 각막에 딱지가 하얗게 앉아서 빛을 가리고 있는 상황이고 붓기도 많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시력은 보호렌즈를 제거한 다음부터 좋아진다는데, 나는 사고 때문에 보호렌즈를 늦게 뺐으니 그만큼 늦어진 셈이다.

 

D+10 ~ D+20
하루하루 날이 지날수록 점점 시야가 밝아지고 잘 보이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가까운 거리를 보려면 어려움이 많았지만 20일째가 되어서는 거의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점은 안경을 끼고 살 때보다 훨씬 세상이 밝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아버지 曰, 안경 렌즈 자체가 가시광선에 대해서 완전히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92% 정도의 빛을 통과시키고 8%의 빛은 반사한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모니터나 TV의 밝기를 10% 낮추거나 높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지 않겠는가?

 

가만 있자, 그렇다면 눈이 나쁠수록 안경 렌즈도 두꺼워질 것이니 더 많은 빛을 반사하게 될 텐데 그만큼 더 어두운 세상에서 살게 되는 건가?

 

D+22
안과 방문일. 수술 후 처음으로 시력검사를 했다. 결과는 좌안 1.0에 우안 1.2가 나왔다. 난 3일째의 사고 때문에 오른 눈보다 왼눈이 더 시력이 잘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반대로 나왔다. 게다가 왼눈이 우세안인데? 어쩌면 그 사고 때문에 오른 눈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원장 선생님은 이 정도면 아직 목표한 시력에 많이 못 미치는 거라고 말씀하신다. ㅎㄷㄷ. 아직도 딱지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많이 남아 있으며 눈의 붓기도 절반 정도 빠졌을 뿐이라 앞으로 점점 좋아질 거라고……. 현재 상태로도 수술 전의 안경 교정시력보다 높은 수준인데 여기서 더 시력이 좋아진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뭐 지금 상태로도 보일 건 다 보인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점안해줘야 하는 점만 빼면 생활하는 데 별 불편함도 없다. 다만 약간 난시 기운이 있는지 이따금씩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각막 위에 아직도 붙어 있다는 딱지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서 크게 신경은 쓰지 않고 있다.

이글 웬지 실험노트 인거 같아 무섭네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