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게시판 유저가 글을 쓰기를 (지금은 글삭튀해서 글이 없어 졌음)
"레이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사령관임. 이론적으로는 온전한 조합을 갖추는 것이 강력하고 좋으나 궤사 운영과 컨트롤을 하면서 레이너의 조합을 온전히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 프로게이머도 잘 못하는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임."
라며 만약 지나가던 프로게이머가 들었다면 마시던 물이 코로 역류했을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너는 손이 많은 가는 사령관이라 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요. 다른 사령관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손이 느린 제 기준으로도 제 개인적 입장에서는 별로 손 많이 간다는 축에 들 수가 없습니다. 이건 개인차가 있겠지요. 어쨌거나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기에,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프로게이머도 레이너는 잘 못하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란 뇌피셜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크게 웃고 갑니다"라고 댓글을 남기며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서로 댓글을 주고 받게 되고 어느 순간 제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을 하게 되었지요.
"말이 됩니까? 일단 제 경험에서부터 굳이 하나 예를 들자면, 손이 느린 저도 남들이 손 많이 간다고 하는 (저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공방 죽음의 요람에서 해병+불곰+화염방사병+의무관+탱크+바이킹+밴시+전투순양함 다 뽑고 보너스 목표 모두 완료해서 18분대로 클리어하고 나서도 "레이너로 협동전 컴까기 너무 쉽네" 이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데, 하물며 프로게이머가 티끌이나마 레이너 운영이 어렵다는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 게시판 유저는 위에 제가 든 레이너 조합 운영 예시가 100% 뇌피셜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연하겠지요. 프로게이머도 잘 못하는 정도라는 것이 증명된 사실이라고 믿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 실력이야 뻔하고, 그런 자신의 뻔한 실력으로 지은 좁은 우물안 세상의 시각으로는 제가 말한 조합형 운영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뇌피셜 싸지르지 말고 영상이나 리플레이를 올리라면서 대화를 차단해 버렸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리플레이가 많이 있으니 아무거나 그 중에 하나를 올려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초중반 해병+불곰+화염방사병+의무관+탱크+바이킹을 적절히 섞었습니다. 죽음의 요람에서는 적세력 불문 트럭 공세에 항상 질럿 아니면 저글링이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화염방사병이 특히 초반에 매우 효율적입니다.

- 해병+불곰+의무관+탱크+바이킹+밴시+전투순양함의 조합이 보입니다. 후반부에는 병영 유닛들보다는 고급 유닛들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가고 비중도 높습니다. 화염방사병은 이 시점에서는 모두 죽고 없네요. 후반에는 잘 죽습니다.

- 모든 목표가 18분 30초에 달성됩니다.

- 혹시 타이커스가 캐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구조물에 준 피해: 24,244 vs 13,255
처치한 유닛 수: 503 vs 310
대만인 타이커스였습니다.

저는 손이 매우 느립니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플레이를 하고 나서도 개인적으로는 레이너이건 아니건 그냥 컴까기는 개껌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궤사 운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실 별 필요성도 없는데 제가 굳이 전투순양함까지 뽑아가는 플레이를 하게 된 것도 너무 운영이 느슨하게 느껴져서 제 손이 근질근질함을 못 참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게 증명된 사실"이라니요?
그간 게시판에서 레이너는 손이 많이 가는 사령관이고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그렇게 느끼는 것 맞고, 이에 반박할 생각도 없습니다. 태클 걸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항상 아무말 하지 않고 있었지만,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손이 느린 아재거나 피지컬이 매우 후달리는 일반 양민들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 저부터가 손이 매우 느린데, 정작 저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거든요. 게시판에 처음 프로게이머 운운했던 그 사람도 그냥 그런 양민이었겠지요. 다만 그 양민의 "프로게이머도 잘 못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라는 뇌피셜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도저히 한 마디 안하고 그냥 넘길 수가 없었네요. 그러다가 논쟁이 이어져서 결국 이런 글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