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는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생각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1, 디아블로 시리즈, 그리고 와우로 이어지면서 국내시장 공략에 성공적이었던 블리자드로선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사실 의외라기보다는 국내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과금 모델 문제 - 팩키지 판매를 하지 않는 결정과 피시방 과금 문제가 국내 유저 및 피시방주에게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타크래프트는 RTS 게임인데 팩키지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저들에겐 익숙치 않았고, 팩키지를 사면 될 것이라고 예상한 피시방주에게 시간당 종량제 과금도 떨떠름한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피시방주들에겐 종량제 과금을 반길 정도로 먼가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블리자드측에선 종량제 과금이 스타2 유저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금제라고 피시방주들에게 선전을 했지만 그닥 먹히진 않았습니다.
2) 배틀넷 채팅 및 클랜 문제 - 기본적으로 친구 추가되어 있는 유저들끼리만 귓속말 대화밖에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은 기존 스타1 배틀넷 채팅 시스템에 익숙해져있던 유저들에게 장벽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블리자드에선 추후 패치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나중에 지원될테니 지금은 참고 쓰라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마케팅 전략이 되버렸습니다. 게다가 집단 문화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 클랜 기능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게이머들은 모여서 서로 인맥을 쌓아야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데 그게 현재로선 힘든 상황입니다.
3) 기존 국내 스타 관련 업체와의 마찰 - 케스파, 온게임넷, 엠겜과의 마찰.. 이건 머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거죠. 블리자드측에선 게임을 길게 보고 곰TV와 비즈니스를 맺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시장 공략에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1 프로 대회의 국내 영향력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4) 튜토리얼의 부재 - 이게 사실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테란은 그래도 싱글 플레이를 하면 멀티플레이에 대한 학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싱글 플레이의 테란 시스템은 멀티플레이 테란과 틀린 또 다른 종족입니다. 멀티플레이어에는 없는 유닛도 있고, 또 스타2 테란의 가장 큰 특징인 궤도 사령부와 행성요새에 대한 학습도 싱글플레이를 해도 제대로 배우질 못합니다. 궤도 사령부와 행성요새등 스타2 테란의 새로운 요소들은 싱글플레이에서는 기술연구트리의 일부분으로 존재하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기본 테크트리의 일부죠. 결국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는 완전히 틀린 시스템인데 멀티플레이에 대한 튜토리얼은 없습니다. 특히 저그와 프로토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싱글플레이를 모두 클리어하고 업적 다 따고 멀티플레이를 시작해도 유저는 스타2 저그에서 가장 큰 특징인 여왕을 사용하는 것이 먼지도 모르고 스타2 플토에서 가장 큰 특징인 연결체의 시간 증폭 기능과 차원관문이 먼지도 모릅니다. 아는 분들과 팀게임을 해보면 싱글플레이를 다 클리어한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플토 저그를 하면 여왕도 안 뽑고, 시간증폭도 안 쓰고, 차원관문은 먼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혼자 이런 기능을 습득하지만 블리자드 게임이라면 이런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친절한 튜토리얼을 만들어줬어야 했죠. 이런 이유로 싱글플레이만 한번 해보고 스타2와 멀어지는 유저들이 꽤 됩니다. 멀티플레이에 적응을 못하는거죠.
위와 같은 문제가 현재 스타2가 국내시장 공략이 썩 성공적이지 못한 큰 이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다른 게임회사와는 틀려서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빵빵한 회사이니 스타크래프트2를 길게 보고 지금의 이런 문제점을 빨리 고쳐나간다면 국내에서도 결국 스타2는 성공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국내시장을 얕보고 국내 유저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스타2는 큰 성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