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media.daum.net/nms/baseball/news/general/view.do?cate=23789&newsid=308388&cp=dailian
[데일리안 이정래 기자]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임수혁 비방' 또는 '임수혁 악플' 사건.
그 표현의 수위는 예를 들기 조차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들을 법적 처리해달라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한 조치를 원하고 있지만, 피해 당사자인 임수혁 가족 측에서는 가해자들 대부분이 철없는 학생들이란 점을 들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데일리안 스포츠 > 는 처음 이 사건의 제보를 받은 뒤 해당 사이트에 악성 게시 글들을 올렸던 가해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으며, 10여 명의 가해자들 가운데 임수혁 가족들께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5명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5명 가운데 4명은 이번에 고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92년생이었으며, 나머지 1명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나머지 가해자들도 대부분 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로 알려졌으며, 20대 성인도 1~2명 포함돼 있다고 한다.
◇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임수혁에 대해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고 있는 가해자들 가운데 1명과 구두 합의 하에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은 경기도에 사는 김모(16·고등학생)군. 문제가 된 사이트에서 자신이 사용한 아이디(닉네임)는 '숨질래연'이라고 밝혀왔다.
다음은 김군과의 일문일답.
악성 게시 글을 올렸던 사이트는 어디인가.
-저는 디시인사이드 해외축구갤러리에서 활동을 했으며, 문제가 된 게시 글을 올린 곳은 같은 사이트 내 야구갤러리입니다.
악성 게시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야구갤러리와 (해외)축구갤러리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일이 발단이 돼 서로 자극하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저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번에 문제가 된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임수혁 선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사실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지 야구선수이고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정도만 알았습니다(현재 임 선수는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원이 아닌 집에서 투병하는 중).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면서, 왜 비방 대상으로 임수혁을 택했나.
-같은 갤러리 내 일부 형들(김군 표현)이 " 야구갤러리를 자극하려면 임수혁 선수 관련된 글만 올리면 된다 " 라고 부추겨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놀리고자 하는 생각에...정말 죄송합니다.
본인이 올린 게시 글 내용은 무엇이고, 몇 번이나 올렸나.
-(잠시 침묵) 도저히 내용은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3~4번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보에 따르면 운영자들은 비방 글이 올라올 때마다 해당 사이트에 신고했다고 하는데 당시 사이트 측으로부터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
-일부 게시 글이 삭제된 것 빼고 당시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아이피 정지나 계정 박탈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다른 가해자들 역시 그런 것(제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방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후에는 어떤 제제를 받았는가.
-저는 이용자 분들께 사과 글을 올린 이후 제 스스로 커뮤니티를 탈퇴해서 (처벌 내용에 대해)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이용자들 대부분은 사이트 이용을 못하도록 계정이 삭제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디시인사이드는 28일 " 악플을 남긴 이용자들은 게시물을 작성할 수 없도록 차단한 상태 " 라고 밝혔다).
"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
법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일부 가해자들이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는데 사실인가.
-대부분이 크게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용서를 해주신다고 했지만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는데 반성을 안 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부분이 스스로 탈퇴를 하거나 이용이 차단된 상태라 게시 글을 남길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괴롭습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저희 아이디(닉네임)를 사칭해서 일부러 저희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그런 것을 사람들이 오해한 것으로 압니다.
제보를 보면 일부는 가해 당사자가 맞는 걸로 확인됐고, 아이피를 바꿔서 다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2~3명 정도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큰 잘못을 했지만, 그런 사람들 보면 정말 화가 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특히, 윤XX 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은 제가 생각해도 전혀 반성을 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번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너무 무섭고 불안했습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끝으로 임 선수 가족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죄송하다는 말씀 이외에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허락만 해주신다면 찾아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김군 이외에도 사죄를 하기위해 예전 임 선수가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원을 찾아가는 등 하루에도 수차례 울면서 연락을 해온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의 부모님과도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무섭고 죄송하다고 했다.
" 알아보겠다 " 디시인사이드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
기자가 처음 제보를 접하고 디시인사이드 측에 연락을 취했을 때 " 모니터링을 해보겠다 " 는 답변을 들었지만, 다음날에도 문제의 게시 글들은 버젓이 올라오고 있었으며, 게시 글을 올리는 이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제보에 의하면 문제가 된 게시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야구 갤러리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운영진 측에 신고했지만, '확인 해보겠다'는 같은 대답만 돌아오고 실제로는 일부 게시 글을 삭제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연락한 기자에게도 결국 갤러리 이용자들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계적인 답변만을 내뱉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시인사이드측은 " 사이트에 수백 개의 갤러리들이 있지만 관리 인원은 불과 30여 명 그나마 20명은 중국 직원들이기 때문에 악플을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는 식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면 좀 더 많은 인원을 충원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게시판을 무분별하게 생성하지 말았어야 했다.
디시인사이드 운영진들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임수혁의 야구를 가슴으로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선량한 네티즌들이다. 그러나 일부 악플러 들로 인해 사이트에 대한 이미지는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의 가슴을 난자하는 악플러들을 사이트를 '유명'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특성이자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디시인사이드가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기업에게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문제가 불거지자 디시인사이드 관리 팀장은 " 현재 문제가 된 갤러리는 집중 관리하고 있다 " 며, " 앞으로 관리 인력을 대폭 충원할 예정이며,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만한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들은 법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막는데 힘을 기울일 것 " 이라고 밝혔다.
임수혁 가족측은 " 이 사건이 이슈화 되는 것에 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 는 입장을 전해왔다. < 데일리안 스포츠 > 역시 임수혁 가족 측의 입장을 존중해 이번 사건의 취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상처를 입게 된 임수혁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