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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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 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들도 옥야천리(沃野千里)를 차지하자
다같이 제멋에 알맞는 풍양(豊穰)한 지구의 주재자(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앵속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끄림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이민들의 그 틈에 안 끼여 갈 테니
새로운 지구엔 단죄 없는 노래를 진주처럼 흩이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과 모든 별을 노래하자
어렵고 힘들어서 이리저리 방황하던 시절 저에게 큰 도움이 된 시입니다.
이육사는 굉장히 단호하고 굳은 의지로 노래 하던 시인이죠.
음 시인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네요.
문단에 등장한건 30이 넘어서였으니까요.
이미 그땐 독립투사로 옥살이를 두번이나 하고 난뒤 였죠.
다른 시인들과는 좀 다른 출생성분이죠.
뭐 복잡한건 넘어가고 한때 좀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 시를 읽으며 무난하게 헤쳐 나온 기억이 납니다.
광야와 절정을 읽으며 눈물도 흘린적 있다고 고백해야겠군요.
없는 돈 쫄쫄 굶어가며 이육사 시집 사서 읽고 잠들던 기억이 아직까지 새록새록.
그럼 다들 즐거운 감상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