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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갤러리카페휘
작성일 2022-04-05 10:49:35 KST 조회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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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엑스페리온의 시작 '창조 신화'

시작에 앞서

 

우리가 사는 이 엑스페리온 대륙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 누구도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휘스바이어 왕국의 가장 오래된 도서관에는 아주 낡은 것부터 방금 기록된 새로운 것까지 수 없이 많은 역사책들이 있지만, 대륙 역사의 모든 과정이 다 적혀있는 역사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나 창조에 관해서는, 내용의 대부분이 파편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책에 따라 내용이 다르기도 하다. 아마 제대로 된 역사책이 있었다 하더라도, 긴 세월에 걸쳐 전쟁이나 재앙으로 인해 사라졌을 것이 틀림없다.

 

때문에 본 사관은 수많은 역사책을 교차 검증하여, 완성도를 최대한 높인 엑스페리온의 창조 신화를 기술하고자 한다. 가급적 사실을 담아 써 나갈 것이지만, 부족한 부분은 어느 정도 추측에 기반한 상상을 가미할 수밖에 없기에, 특정 부분에선 실제 사실과는 다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본 사관의 관점에 따라 우리 엑스페리온 대륙의 창조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최초의 창조자와 고대의 세 여신

 

우리 엑스페리온 세계의 최초의 창조자는, 'X'라고 알려져 있다. 창조의 시기를 기록했다고 여겨진 책에는, 언제나 그 'X'의 존재가 등장한다. 다만 그 모습도, 가지고 있는 힘도, 하다못해 성별이 있는지도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다. 창조자 X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도 누군가의 창조물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마법사들이 기록한 역사에 따르면, 'X'는 차원을 뛰어넘고 세계를 만들어내는 막강한 존재였다. 그는 목적 없이 방황하며 여러 차원을 떠돌다, 우리의 세계에 도착하였다. 고대의 엑스페리온 세계는, 대륙 하나 없이 바다만이 가득한 세계였다. 바다에는 제대로 된 지성이 없는 원시적인 생물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X는 그 세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엑스페리온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곳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X는 방황을 멈추고, 자신의 목적을 찾아내었다.

 

X는 이 세계를 자신의 힘으로 발전시켜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바다 밑 깊은 곳에서 대지를 끌어올려, 훗날 우리 엑스페리온의 세계가 존재하게 될 땅을 생성시켰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바다로 가득했던 고대 세계의 모습은 한순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저 멀리 미지의 대륙들을 포함하여, 생명 에너지가 가득한 수많은 대륙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엑스페리온 대륙의 원형이 탄생하였다. 우리 세계에서 일어난 최초의 창조였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기록에 따르면 X는 수백 년간, 혹은 수천 년간 우리 대륙의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바다에 살던 원시적인 생물들 중 일부가 대륙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해양 생물에서 진화를 거듭해, 약간의 지성을 지닌 육지 생물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에 비하면 여전히 원시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X는 자신의 힘이 이 세계를 바꿔나갔다는 것에 감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빨리 진보가 이루어지길 바란 모양이었다. X는 원시 엑스페리온 세계에 더 많은 개입과 관찰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힘 중 일부를 분산하여, 동등한 셋으로 나누었다. 그것은 질서의 힘, 균형의 힘, 그리고 혼돈의 힘이었다. X가 가진 세 가지 힘과 권능의 정수가 새로운 존재 탄생의 핵이 되었고, 그를 바탕으로 막강한 세 명의 여신이 태어났다.

 

X는 자신의 힘을 기반 삼아 새롭게 태어난 존재들에게, 고유한 이름과 X를 돕는다는 삶의 목적을 부여하였다.

 

질서의 고대 여신 페리아.

균형의 고대 여신 버로아.

혼돈의 고대 여신 얄다라.

 

이 셋은 X의 딸과 같은 존재이자, 원시적인 엑스페리온의 세계를 관리할 새로운 신들이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사관마다 의견이 다르다. 누군가는 X 따위는 없으며, 처음부터 세 여신만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혹은 세 여신마저도 부정하는 자도 있다(보통 데머랜드 제국의 알신교 신자들이 그러하다). 각자의 주장은 존중하는 바이나, 본 사관은 X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X 창조설'을 믿는 사관들은 X를 어버이 격인 1세대 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고대의 세 여신은, 후손 격인 2세대 신이라 할 수 있다.

 

세 여신은 각자의 힘으로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면서, 고대 엑스페리온 대륙의 생물들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각각의 생물들이 환경에 따라 고유한 종족으로 진화해 나가며, 일부는 ‘집단’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발전한 종족들은 원시적인 형태의 부락을 만들기도 했으며, 아주 드물게 현명한 자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창조주가 존재함을 모두에게 전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런 자들이 짧게나마 역사를 남기기도 했으리라.

 

세 여신의 노력으로 대륙은 비옥한 땅이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종족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고대의 나무들이 가득 자라나 숲이 된 곳에서는, 엘프의 원형이 되는 자연 친화적인 종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깊은 땅굴 속에서는 드워프의 원형이 되는 피부가 단단한 종족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사막, 설원, 험난한 산지와 같이 살기 힘든 곳에서도 환경에 적응한 종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인간이나 노움, 용족은 물론, 멸망한 와일드본 종족들까지 포함하여, 원시적인 형태를 지닌 많은 종족들이 이 당시에 생겨났으리라 추측된다.

 

이리하여, 창조주 X와 고대 세 여신에 의해 우리 엑스페리온 대륙의 본격적인 원형이 구성되었다.

 

 

악마의 첫 침공, 그리고 새로운 신들의 탄생

 

이 이후의 이야기는 주로 악마의 탄생을 다룬 역사서에 적혀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엑스페리온에 창조와 번영의 시기가 계속되는 때, X는 세 여신에게 일을 맡기고 세계의 끝 심연 깊은 곳에서 홀로 사색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그는 아주 흉악한 기운이 이 세계에 나타난 걸 느꼈다. 그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악한 기운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X의 눈에, 지금은 ‘악마의 땅’이라 불리게 된 장소가 보였다. 그 장소에선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지며, 뒤틀린 악의 세계와 연결되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땅에 있던 생명체들은 한순간에 소멸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균열에서, 거대한 '악의 원형'이 나타났다. 아마도 이것이 최초의 악마 침공이었으리라.

 

그 어떤 책에도, 악의 원형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있지는 않다. 오히려 악마 숭배자들의 악마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 담긴, 이단 서적들에 적혀있는 내용(물론 실제와는 달리 왜곡이 가득하다)이 더 많을 지경이다. 누군가는 거대한 고대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X와 형제이고 비슷한 모습을 했다고 하며, 혹은 그저 거대하고 검은 태양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확실한 건, '악의 원형'은 영혼을 지닌 존재가 아니었다. 오직 순수한 악의만이 가득 뭉쳐있는 거대한 핵, 거대한 물질과 같은 존재였다.

 

악의 원형은 X와 세 여신이 만든 세계를 보자마자, 파괴에 대한 욕망을 내뿜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고대 엑스페리온 대륙이 아닌 다른 대륙 하나가 그 존재의 힘 앞에 소멸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원형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악의 원형은 파괴를 일삼으면서, 자신이 나타난 뒤틀린 세계의 균열에서 사악한 종복들을 무수히 불러 모았다. 우리가 흔히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들이었다. X와 세 여신은 악의 원형과 그의 수하들을 막으러 나섰다. 이렇게 신과 악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고 말았다. 아마 원시 종족들에게 있어선, 세상의 종말과 같은 시기였을 것이다.

 

악마의 첫 침공에 대해선, 다른 관점을 가진 자들도 많다. 누군가는 원시 종족들이 마법을 지나치게 과용한 나머지, 그 에너지를 느낀 악마들이 침공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세 여신을 믿지 않는 이단자가 스스로 악마들을 불러왔다고도 한다. 이렇게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지만, 아주 강대한 존재와 함께 첫 침공이 시작되었다는 건 확연한 사실 이리라. 막강한 힘을 지닌 악의 원형은, 창조주 X와 고대의 세 여신이 열심히 발전시켜 온 우리 세계를 무참하게 뒤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몇몇 종족들은 멸종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몇몇 종족들은 악의 원형의 힘에 영향을 받아 완전히 뒤틀린 방식의 진화를 하고 말았고, 악마들과 함께 악의 원형의 종복이 되었다. 흔히들 인큐버스, 서큐버스라 불리는 악마들이 원래는 엑스페리온 토착 종족이었다고 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악마의 땅 근처에서 발견되는 유물이나 화석과 같은 자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고대 엘프와 같은 남아있는 종족들은, 대부분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이들 중 두려움 없이 악마와 맞서려 나서고, 충분히 잠재력까지 가진 자들도 존재했다. 세 여신은 그들을 눈여겨보았고, 자신들이 가진 힘과 축복을 내려 그들이 싸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세 여신과 그녀들이 이끄는 신봉자들은, 끝도 없이 몰려오는 악마에 맞서 성전을 벌였다. 일부 마법사들의 서적에서는 최초의 클레릭과 위자드가 이 시기에 탄생했다고 적혀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법과 신성력의 첫 기원은 고대의 세 여신일지도 모른다.

 

한편, 이 시기의 X는 악의 원형과 직접 맞싸움을 하고 있었다. X에게도 악의 원형은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가장 오래된 고서 중 하나에는, 악의 원형은 영혼이 없어 죽음을 거스르는 존재였기에 죽일 수가 없었다고 쓰여 있다. 아마도 X에 의해 죽임을 당하더라도, 다시 복구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X가 악의 원형과 함께 영원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고대의 세 여신은 고착 상태의 전황을 바꾸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 중 가장 현명했던 버로아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바로 그녀들과 성전을 함께 할 새로운 신을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X가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그녀들을 탄생시켰듯, 그녀들 또한 새로운 신을 탄생시키기로 한 것이다.

 

세 여신은 원시 종족들이 가진 신체적인 힘과, 자신들이 가진 정신적인 힘을 하나로 엮어, 막강한 권능을 가진 신적 존재들을 하나씩 탄생시켰다. 우리가 신봉하는 많은 신들의 모습이 엑스페리온 토착 생물들과 닮은 것은 그것이 원인 이리라. 엑스페리온 토착 신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신들은, 세 여신의 자식이며, 동료이자,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우선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질서의 고대 여신 페리아였다. 그녀는 지식의 신 마자레, 자연의 신 하박쿡, 광휘의 신 브란찰라, 생명의 여신 미샤칼(미샤칼은 이 시기에 태어난 신들 중 가장 늦게 탄생했다.) 등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엑스페리온 전체를 수호하길 원하거나, 사랑과 생명을 퍼트리거나, 거대한 선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특징이었다. 페리아의 자식들은 설령 자신을 믿지 않는 존재라고 해도, 기꺼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다.

 

다음으로 균형의 고대 여신 버로아가 자신들의 자식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태양의 신 페메토스, 수호의 여신 카스텔레아(먼 훗날 요새의 여신이라고도 불리게 된다.), 호랑이 신 티그레, 곰 여신 우르시아 등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각자가 집착하고 몰두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선한 방식이든 악한 방식이든 그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버로아의 자식들은 오로지 자신을 믿는 존재에게만 신의 가호와 축복을 내려줄 것이다.

 

마지막인 혼돈의 고대 여신 얄다라는 특이했다. 그녀는 악의 원형을 보며 굉장한 흥미를 보였다. 마치 순수했던 소녀가 담배를 피워보고는 굉장한 자극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악의 원형이 지닌 뒤틀리고 사악한 그 힘을 모방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그녀가 탄생시킨 신들은, 악신에 가까운 존재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녀는 폭풍의 여신 제보임, 기만의 신 히두켈, 여덟 머리의 뱀 여신 스킬라(훗날 스킬라는 알신을 탄생시킨다), 죽음의 거신 무아르가 등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얄다라가 바랐던 것처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목적을 위해선 파괴도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얄다라의 자식들은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저주를 내리고, 강제로라도 신봉자를 늘릴 것이다.

 

그야말로 악마의 첫 침공이 있었기에, 수많은 신들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었다. 본 사관의 관점에 따르자면, 이들은 3세대 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엑스페리온에 살아가는 수많은 자들이 신봉하는 신들, 이들 모두가 3세대 이후의 신들인 셈이다.

 

창조를 끝마친 세 여신은, 자신의 자식들과 함께 X에게 힘을 보탰다. 고대 세 여신의 작전이 통했던 것인지, 악마들은 위세가 점점 약해지며 그들이 출몰하는 균열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X 또한 전력을 다해 악의 원형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싸움 끝에, 악의 원형을 그 존재가 나타났던 균열 밖으로 내쫓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X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세 여신과 함께 힘을 합쳐, 균열을 완전히 닫아 봉인하며 재침공의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그러나 그 후, X는 돌연 존재를 감추게 된다. 창조주 X가 언급되는 모든 역사서를 둘러보아도, 이 시점부터 X의 언급이 사라진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는 오랜 전쟁으로 상처 입고 지쳤던 것일까? 아님 균열 너머의 차원으로 넘어가 악의 원형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서였을까? 아님 이제 세 여신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위해 떠나가버린 것일까? 진정한 답은 오로지 X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고대의 세 여신은 X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파괴된 세계를 다시 재건하며, 피폐해진 엑스페리온의 대지에 다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X가 하던 일을 이어나가며, 끈기 있게 X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수백 년이 흘렀고, X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신들의 전쟁

 

악의 원형이 사라지자, 고대 엑스페리온의 세상은 다시 번영해 나갔다. 이 시기부터는 꽤 많은 역사가 기록되어 있으며, 믿고 있는 신이나 부족, 진영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기도 하다. 이렇게 역사서의 내용이 다른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엑스페리온 대륙에는 작은 갈등이 하나둘 생겨났으리라.

 

물론 이유는 각자 달랐다. 누군가는 믿는 신이 달라서 싸웠다. 누군가는 종족이 달라서 싸웠다. 누군가는 지도자가 달라서 싸웠다. 때로는 가진 것이 부족해 싸웠다. 많은 신전들이 세워졌지만 또한 파괴되기도 했다. 여러 왕국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라지기도 했다. 파괴적인 마법에 대한 지나친 연구로 자멸하는 왕국도 있었다. 심지어는 평범한 종족들이 아닌 신끼리 싸우기도 하였다. 그들 중에는 생명의 죽음을 거스르며 소동을 일으키는 신도 있었다. 남쪽의 앙크 무어와 같은 존재마저 의심스러운 죽음의 땅은, 이때 생겨났으리라 추측한다.

 

고대의 세 여신은 자매이기에, 처음에는 직접 싸우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손이나 신봉자들이 상처 입는 것 또한 보고 싶진 않았으리라. 그 때문인지, 이 시기부터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페리아와 혼란스러운 상태를 즐기는 얄다라는 계속 충돌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늘 균형을 지키려 하는 현명한 여신 버로아가 있었기에, 큰 갈등 없이 엑스페리온 세상의 조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거대한 성전이 찾아오고 말았다. 혼돈의 여신 얄다라, 그녀는 악의 원형이 나타났던 그 시대가 그리웠다. 혼란스럽고 살육이 가득한 시절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얄다라에게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악의 원형은 얄다라의 적이긴 했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가장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다.

 

결국 얄다라는 그 시기를 그리워하며, 결코 해서는 안 될 짓을 일으키고 만다. 그녀는 아무런 경계를 하고 있지 않던 버로아가 방심한 틈을 타, 자신의 자손들과 함께 습격하여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엑스페리온 세계에서 최초로 일어난, 신의 죽음이었다. 버로아가 사라지자 그녀가 지닌 균형의 힘이 원래의 정수 형태로 돌아가며 흩어졌고, 엑스페리온 세계의 조화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질서를 지키는 페리아는 이 일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이 날은 자매를 둘이나 잃은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중립을 지키던 버로아의 자손들 또한 부모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대부분이 페리아의 편에 서 얄다라에게 응보를 내리기를 원했다.

 

결국 페리아를 중심으로 한 질서(+균형) 진영과, 혼돈 진영의 거대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고대의 여신과, 그 자손들인 신들. 그리고 그 신들을 믿는 신봉자들까지 합세하며, 엑스페리온 대륙의 거대한 첫 내전이 시작된 것이다. 한때 악의 침공에 맞서 함께 싸웠던 이들마저, 서로 창을 겨누기 시작했다.

 

또다시 긴 세월에 걸친 전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종족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신들도 죽어나갔다. 엑스페리온 대륙 일부가 파괴되기도 하며, 지형이 바뀌어버린 곳까지 있었다. 그에 따라 대륙의 생김새가 점점 지금의 엑스페리온 대륙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일부 신은 전쟁에 지쳐 자신의 신봉자들과 함께 전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들은 세상 한 구석의 어딘가에 틀어박혀 자신과 신도들만의 낙원이자 안전지대를 구축하기도 했다. 세계수가 있는 엘프의 숲은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아무리 긴 전쟁도, 결국 언젠가는 끝을 맞이하는 모양이다. 질서와 혼돈의 충돌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리아와 얄다라는 훗날 다고시안의 '크리스탈 호수'라 불리는 장소에서, 서로의 마지막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 것은, 질서의 여신 페리아였다. 페리아는 막강한 마법과 무력으로 얄다라를 조금씩 압도하기 시작했고, 타락한 자매의 심장에 자신의 창을 꽂았다.

 

하지만 페리아 또한 멀쩡하진 않았다. 심장을 찔린 얄다라는 광기와 분노에 빠져 최후의 발악을 하였고, 페리아에게 아물지 않을 상처와 고통스러운 저주를 남겼다. 페리아는 고통을 견디며 자신의 창이 가진 신성한 마력을 내뿜었고, 얄다라는 신성 마력의 힘 앞에 육신이 붕괴되며 최후를 맞이했다.

 

사막 이교도들이 지닌 부정한 서적이나 다고시안 대공국의 고대 문헌에 따르면, 이때 얄다라가 가진 혼돈의 정수가 폭발하며, 그녀의 피가 여섯 방향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얄다라의 악한 정신을 나눠 받은 여섯 존재와 그들의 왕좌가 탄생했다. 이들은 각각 '유혈의 디올고투아', '욕망의 토르보스', '공포의 조트오그', '폭력의 제네트로아', '부정의 고후모쓰', '배신의 다르고스'라 불리는 뒤틀린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얄다라의 자손이자, 분신 그 자체였다. 이것이 다고시안 대공국에 전설로 내려오는, 고대 도시 얄'다고스의 탄생 신화 중 하나이다. 고대 도시가 사라진 지금으로써는, 그 진위가 어땠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엑스페리온의 내전은 페리아와 질서 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승자는 한 명도 없었다. 페리아는 두 자매를 잃었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많은 종족과 왕국, 그리고 역사들이 또다시 사라졌다. 대륙 곳곳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엑스페리온’의 탄생

 

전쟁은 끝났지만, 엑스페리온의 세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균형의 여신과 혼돈의 여신이 사라져 세계의 조화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 이리라. 여전히 남아서 저항하는 혼돈 세력도 있었고, 죽은 자들이 지성 없는 언데드가 되어 방황하기도 하며, 상기했듯이 얄다라의 죽음으로 거대한 악의 도시가 생겨나며 주변의 종족들을 악으로 타락시키기 시작했다. 뱀 여신 스킬라는 몇몇 혼돈 세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영역을 늘려나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저것들은 관점에 따라선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악의 원형이 나타났었던 악마의 땅 균열이었다. X도, 다른 두 여신도 없는 지금, 세상의 조화가 무너져 봉인되어 있던 균열이 다시 찢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타나는 악마들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 균열이 세계 전체를 당장 집어삼킬 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엑스페리온의 세계 자체가 사라지게 될 위기였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한 존재밖에 없었다. 자매와의 싸움으로 상처가 아물지 않은 페리아는 홀로 나서야만 했다. 악마의 땅에 도착한 그녀는 자신만의 힘으로 균열을 봉인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X가 가진 힘을 1/3밖에 가지지 않은 존재였다. 단순히 힘을 쓰는 것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여신 페리아는 무거운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악마의 땅에 관련된 많은 역사서들이 이 순간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이런 내용 이리라. 페리아는 자신이 소멸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뿜어내었다. 오로지 균열을 닫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탄생시켰고, 자신이 사랑했던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조금씩 소멸되는 걸 느끼면서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균열을 좁혀나갔다. 페리아는 결국 정수만 남아 소멸되고 말았지만, 뒤틀린 악마의 균열이 세상을 집어삼키는 걸 막아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악마의 땅에 남겨진 균열은 여전히 열려 있고, 주기적으로 악마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페리아의 노력으로 균열의 크기가 작아져, 지금의 사이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일부 학자들은 그 균열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나, 전해지는 신화의 내용 또한 사실이라면, 균열이 커지는 속도가 페리아 여신 덕분에 매우 느려진 것이 되리라.

 

안타깝게도, 페리아가 희생한 이후에도 여전히 세상은 혼란이 가득했다. 신들 간의 다툼도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의 멸망은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엑스페리온의 수많은 종족들은 페리아의 희생을 기리며, 그녀가 지켜준 자신들의 세계에 기꺼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창조주 X가 원형을 만들고, 질서의 여신 페리아가 목숨 바쳐 지켜낸 세계. 엑스-페리온.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엑스페리온 대륙이, 진정한 탄생을 이루게 되었다. 이것이 본 사관이 전할 수 있는 엑스페리온의 창조 신화이다.

 

 

그 외에도, 고대 도시 얄'다고스가 페메토스를 중심으로 한 다른 신들에 의해 지하에 봉인되는 이야기, 뱀 여신 스킬라가 죽고 그녀의 자손인 알신이 나타나는 이야기, 최초의 드워프 왕과 드워프 왕국이 탄생하는 이야기, 앙크 무어에서 전해진 언데드 역병과 휘스바이어 왕국의 탄생 이야기, 악마의 땅에서 나타난 거대 악마를 퇴치한 용사의 이야기 등... 수많은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지만, 모두 창조 신화와는 또 다른 별개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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