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전근대 문학에서의 여성 역할 비판자들 중 일부는 일종의 함정에 빠진 거 같다
기본적으로, 근대 한국 문학에서 여성은 어디까지나 소모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른바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이고 비계몽적인 남성 캐릭터들을 일깨우는 '촉매제'(절대 주체가 아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는 매우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임무만을 수행하며 플롯을 위해서 갈려버린다.
확실히 근대 문학가들은 딱히 여성을 흥미로운 캐릭터로 만드는데 관심이 없었다. 계몽 문학가들이 신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어 등장시키긴 했지만 그 신여성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배경이다. 캐릭터가 독립성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것은 성평등을 이룩한 건 아니다
그런데 그게 뭐?
여기에 대해서 비판을 가할 순 있지만, 페미니즘 관점에서의 문학 비판 역시 평론의 한 관점일 뿐이다. 애초에 문학은 복합적인 사상의 결과물인데, 여성 인권 알못 시절이었던 1910~1930년대에, 그것도 "엄청 권위적인" 한국 문학가들이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했다는 거 하나 때문에 그들 문학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의의가 쓰레기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업ㅂ다. 그러니까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구태여 다시 상기시킬 필요는 없다는 거다. 동어반복은 어쨌든 예술에선 최악이니까
사실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은 지나간 과거를 끄집어 내는 것 보단 오히려 현대 문학에 주목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요즘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고리타분한 여성 캐릭터들을 마구 양산하고 있는 시점인데...게다가 한국 문학은 뭔 가부장 페티시라도 있는 건지 최신 신춘문예도 다 보면 억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어쩌구저쩌구 프로이트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왱알앵알 지나가던 아줌마의 자연적인 여성상을 보고 인공적인 정신이 환기를 술렁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