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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4-02 19:19:30 KST | 조회 | 7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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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 아르바이트 첫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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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해두겠습니다만 서비스 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 이런.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지만 이건 예상 못 했네.
모르는 분은 없겠지만 서브웨이는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히트친 샌드위치 프랜츠이즈 점으로 일반적인 패스트푸드보다 기름지지 않고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며 가장 큰 특징은 주문 할 때 빵을 6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속내용물도 싫어하는 야채가 있으면 빼고 대신 다른 걸 추가하면서 소스도 원하는 걸 고를 수 있습니다. 물론 고기와 치즈도 추가 요금을 내면 두배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시켜 먹기 존나 귀찮습니다. 손님도, 일하는 사람도.
보통 패스트푸드 점.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
'넹 불고기 버거요.'
'1500원만 추가하면 세트 가능한데 드시겠습니까 손님?"
'음, 예 그걸로 주세요.'
'주문하신 불고기 버거랑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서브웨이의 경우.
뭐 드시겠어요?
'이탈리안 BLT요.'
빵은 뭐 고르시겠습니까?
'예?'
거기 밑에 종류 나와있습니다 손님.
'위트로 주세요. 그리고 세트도 추가할게요.'
'세트로 드실 경우 과자나 쿠키 중 하나 고르 실 수 있습니다.'
'쿠키 주세요.'
'쿠키도 종류가 4가지 있습니다 어떤거 드시겠어요?'
'마카다미아 화이트초코.'
'싫어하시는 야채 있으십니까?(속 마음은 그냥 다 넣어주세요 말해달라고 빌고 있다]'
'없어요.'
넘어갔지만 끝이 아니다
'소스는 뭘로 하시겠어요?'
'어..가장 잘 나가는 걸로요'
슬슬 손님도 귀찮아진다.
'드시고 가실건가요 가져가실건가요?'
더 이상 질문하기 싫다.
우여곡절 끝에 샌드위치 완성, 내용물이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포장을 한다. 소스를 흘려서 포장을 더럽혀서는 안 되느니라.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
아 맞다 음료수-
뭐가 문제냐고 하시는 분들에게 부가 설명.
보통 패스트푸드 점은 제품이 미리 만들어져있습니다. 주문을 받으면 거기에 맞춰서 꺼내오면 됩니다. 없으면 바로 만들어서 가져오고요. 주문 받는 사람, 만드는 사람 나뉘어져 있지요.
서브웨이는, 혼자서 다 합니다.
주문 받고,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이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빵 종류 고르고, 소스.도 일일이 물어봐야하고 야채도 싫어하는 거 없는지 물어봐야하고 빵은 그 자리에서 오븐에 넣고 데우고 세트 메뉴 시켰다가 쿠키를 고르면 또 쿠키도 일일이 꺼내고 포장하고 테이크 아웃이면 봉투 꺼내서 포장하고 계산하고.
최악의 상황은 한 사람이 여러가지 종류로 골고루 시켰을 때, 저 과정을 일일이 물어보면서 각각 다른 내용물을 집어넣어야하는데다 포장할 때 이건 이거라고 스티커로 표시를 해줘야합니다. 힘든 건 둘째치고 헷갈리기 짝이 없습니다.
진짜 최악은.
주문 받는 곳과 계산대하고 구분이 안 갑니다. 사람이 밀리는데 주문 꼬여서 제품이 오신 손님 순서대로 나가지 않으면 가게는 공황, 내 멘탈은 공항. 가뜩이나 하나하나 만들기 귀찮고 힘드니까 내 영혼은 우주 정거장.
여기서 쿠폰 찍을 때 3500원짜리 야채 샌드위치이거나 행사로 할인 중인거면 또 도장 찍어주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에 현금 영수증까지 해달라고 하면 병맛 레벨이 2배~ 내 존재는 안드로메다~
이런 과정을 손님들이 줄서서 시킨다고 생각해봐요.
다행히 오늘은 첫날이라 일 배우라며 간단한 보조만 했지만, 옆에서 돕기만 했는데도 헷갈려 죽겠네요.
서브웨이는 패스트푸드의 형태를 했지만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 빌어먹을 내가 적어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패스트푸드 맞는데.
결론은, 예. 세상은 혹독합니다.
아 맞다.
외국인 진짜 많이 옵니다(...) 흑형 백형 인디안 가리지 않고요. 다행히 어려운 영어 쓸 필요 없어서 곤란하지는 않습니다. 좀 엉성하게 말해도 어지간하면 잘 알아듣고 넘어가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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