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는 대개 배드엔딩 혹은 몰살엔딩으로 끝을 맺곤 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막장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짜는 작가들이 여전히 자기들의 의식 속에서 전근대적 파편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작가들은 <혼전 순결주의>, <대가족 중심사회> 등 전근대 인류의 도덕적 공감대를 통해 세운 사회기반을 탈근대적 급진주의(ex:프리섹1스주의, 동성애)로 무너뜨림으로써 얻는 카타르시스와 윤리적 불편함을 극을 진행시켜나가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동시에 그 자신들이 전근대 보수주의의 세계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작가들은 극을 종결시키면서 '모든 등장인물이 나쁜 놈들이었다.'라는 엉성한 결말을 맺어버리게 됩니다. 단순히 캐릭터들이 탈근대적 가치관을 삶의 이정표로 삼았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을 죄인으로 치부해 버리는 겁니다. 이 죄인들에게 주어진 형벌은 배드엔딩입니다.
그러나 21세기의 막장드라마는 변해야만 합니다. 근대의 시대가 가고, 탈근대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가 추구하는 가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왜 어장관리녀는 비극적인 엔딩을 맞이해야만 할까요? 그녀가 자신이 가진 월등한 신체적 이점(출산기능)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죄가 되어야만 합니까? 그녀가 남성들로 이루어진 하렘을 건축하여 승리자의 삶을 만끽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합니까?
왜 아다는 자신의 자아를 붕괴시키며 내부로 침전해야만 하는 걸까요? 아다가 어장관리녀에게 당한 이유는, 단순히 그가 이 섹1스 파워게임의 초보자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이번에는 사냥감이 아니라 포식자의 위치에 서서 새로운 게임판으로 나아가는 희망 찬 엔딩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요?
왜 남녀간의 섹1스게임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입니까? 탈근대의 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섹1스 가치관이 공존합니다. 게이, 레즈비언, 네크로필리아, 말성애 등 여러 종류의 섹1스 파워게임을 추적하여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