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12522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아이콘 김강건포니
작성일 2012-11-03 22:46:24 KST 조회 340
제목
마이 리틀 포니:전쟁은 마법

필자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 시대 옥스퍼드의 대학생들이 다 그랬듯, 필자 역시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서(古書)의 내음을 맡으며 공부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특히 필자는 2차대전 유럽사에 유별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필자는 옥스퍼드의 광대한 아카이브를 뒤지다가 생소한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자료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영국군 '토마스 애덤스' 가 남긴 일기였다. 토마스 애덤스는 군인이었을 당시 옥스퍼드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었다. 그는 독일 철학과 고전 영국문학을 전공했고, 당시 나치와의 투쟁에 온 몸을 불살랐던 대영 제도를 구하기 위해 펜 대신 총을 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애덤스는 왕립 33포병대대의 일원이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지역에서 나치와 맞서 참호전을 벌였다. 애덤스 군이 남긴 이 일련의 기록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사색적인 터라 역사학적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이 청년의 이야기가 필자의 심금을 울렸기에, 필자는 최대한 정성스럽게 애덤스 군의 일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일기의 서두는 거칠지만, 동시에 화려하고 고압적인 영국식 수사로 꾸며져 있다. 쉽게 말하자면, 욕설로 범벅되어 있다. 애덤스 군은 잉글랜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청년이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 내는 귀공자같은 성격을 지녔으리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 애덤스가 어찌 전장의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텅 빈 밤하늘을 눈부신 박격포가 찢어가를때, 차디찬 참호 바닥에 웅크려 자며 이 청년은 유럽 문명세계를 증오했다.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 준 전쟁과, 민족주의와, 그 치명적인 낭만성과, 그리고 끝내는 이 모든 것의 비극이 된 인간의 근원적 탐욕성을 혐오하게 되었으리라. 그 일련의 과정에서 애덤스 군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문학적인 감수성이 충만한 사람이 현실을 도피하여 어떤 이상세계를 창조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애덤스 군은 자신만의 이상적인 세계, 아직 문명의 독극물에 중독되지 않은 자연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이퀘스트리아>라고 적혀 있다.


이퀘스트리아에는 오직 순수한 피조물들만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애덤스 군은 감히 자신이 그 에덴동산에 속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이퀘스트리아에서 살아갈 자격을 가진 한 생명체를 고안해냈다. 그 생명체는 <포니>라는 종족이었다. 포니는 인간에게 노예로써 착취당했던 '말' 을 닮은 기이한 생물이었다. 애덤스 군은 언제나 인간들에게 굴종해 온 말의 미련함에서 순수성을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휴이넘들의 세계를 동경하며 마굿간에서 잠을 취했던 걸리버에게서 이 모티브를 얻은 것일까?


토마스 애덤스의 짧은 일기에 <포니> 라는 생물을 창조하게 된 직접적 동기는 적혀있지 않다. 그러나 애덤스가 창조한 이퀘스트리아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애덤스 군은 자신의 창작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이 분명하다. 유망한 작가들은 언제나 그런 욕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애덤스는 뜻밖의 기회를 잡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애덤스는 참호 안에 누워 소총을 잡은 채로 반대편 라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 참호 바깥에서 누군가가 굴러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애덤스는 와들와들 떨리는 두 손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굴러 떨어진 누군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옮겼다.


애덤스의 참호로 침범한 불청객은 다름 아닌 독일군이었다. 애덤스는 그 독일군이 매처럼 날렵한 눈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었다고 회상한다. 독일군 청년은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고, 숨을 헐떡이며 애덤스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애덤스는 총구를 독일군 쪽으로 겨냥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누구요?" 독일군은 서투른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의 적입니다. 난 부상입었습니다. 부디 자비를 보여주십시오, 신의 이름으로..."


애덤스는 차마 부상당한 독일군 청년을 죽일 수 없었다. 그는 의무병을 불러 독일군 청년을 치료해기로 마음먹었다. 적으로부터 목숨을 구한 독일군 청년은 비틀거리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가 등을 내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3포병대의 그 누구도 감히 총을 발사하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증오의 벽을 뛰어넘은 위대한 기적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독일군 부대는 영국군 전선 가까이에 보급품 상자를 남겨두고 떠났다. 상자 안에는 값비싼 담배와 초콜릿들이 들어있었다. 그 다음 날은 영국군이 독일군에 화답의 선물을 보냈고, 그 다음 날은 다시 독일군이 물품을 보내주었다. 결국 두 진영의 청년들은 참호 안에서 기어나와 일시적인 휴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두 부대 모두 의미없는 전쟁과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 애덤스는 자신이 구해준 독일군 청년과 금방 친구가 되었다. 그 독일군 청년의 이름은 <헤르만 슈타이거>였다.


애덤스는 자신이 창조한 <이퀘스트리아> 를 슈타이거에게 보여주었다. 슈타이거는 금새 애덤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애덤스는 이퀘스트리아와 포니, 그리고 그들의 순수성을 영국군과 독일군들에게 퍼뜨리고 다녔다. 양 진영의 청년들은 모두 애덤스의 창조물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애덤스는 무채색의 포니들에게 색과 영혼을 입히기 시작했다. 보라색 포니는 <트와일라잇 스파클>, 푸른색 포니는 <레인보우 대쉬>, 수줍어 하는 페가수스 포니는 <플래터샤이>, 분홍색 포니는 <핑키파이> 등...그의 창작욕은 프랑스 베이커리의 화덕처럼 황금빛으로 빛났다.


당시 독일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했던 슈타이거는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포니들의 심리적 프로필을 구체화시켜주었다. 혈기왕성한 군인들은 각자 좋아하는 포니들의 이름을 걸고 복싱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독일군을 지휘하던 장교가 교체됨에 따라, 이 지역의 독일군 수뇌부도 물갈이 당한 것이다. 영국군과 독일군 간의 긴밀한 휴전협의에 대해 알 턱이 없었던 새로운 장군은 33 포병대에 대한 무차별 포격을 지시했다. 영국군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전선 유지가 위험해지자, 연합군 역시 33 포병대의 수뇌부를 교체했다. 새로 부임한 장교는 왕국군 군인이라기보다는 파시스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반격을 명령했고, 결국 영국군의 청년들도 어제의 동지를 향해 총과 포탄을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일기는 끝난다. 아마 토마스 애덤스는 이 치열한 접전 중에 죽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약간의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의 장렬한 최후를 재현해보고자 한다.


마지막 순간, 토마스는 최후의 용기를 발휘해 참호에서 뛰쳐나갔다. 주위로 거대한 포탄들이 터져나갔고, 진공을 가르는 별똥별처럼 무수한 총알들이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토마스는 달렸으리라. 공포로 비틀거리는 다리를 추수르며 헤르만 슈타이거와, 독일의 동지들을 향해 돌격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검은 하늘이 눈부신 빛을 내며 쪼개지더니, 이퀘스트리아의 전령들이 날아와 그의 용기를 보좌했을 것이다. 트와일라이트 스파클이 그를 뒤에서 지탱해주었고, 레인보우 대쉬가 그의 앞길을 터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이념의, 증오의 두터운 벽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형체도 없이 으깨어져 나갔으리라.




옥스퍼드셔에서 블랙캡을 타고 다니노라면, 사람 좋아보이는 유럽의 택시기사들이 밝은 미소로 필자를 맞아주곤 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토마스 애덤스의 위대한 후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2차대전의 유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럴 때마다 택시기사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하곤 하는 것이다.

"하하하. 2차대전 사람들...손님도 아시잖습니까, 그때의 유럽사람들 말이죠...틀에 박혔잖아요? 영혼이 없는 사람들 같았어요......"




--

전날의 섬 패러디가 좀 들어갔음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아이콘 루디 (2012-11-03 22:48:46 KST)
0↑ ↓0
센스 이미지
본인은 첫째 줄을 읽고 본인의 학문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해외 유학을 한 적이 없음을 개탄하며 이 댓글을 작성하는 바이다.
아이콘 루디 (2012-11-03 22:49:01 KST)
0↑ ↓0
센스 이미지
기승전기만이 아니라 기만승전결이라니..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11-03 22:50:20 KST)
0↑ ↓0
센스 이미지
으엌ㅋㅋㅋㅋㅋㅋ

ㅠㅠ 너무 슬픈 이야기다 ㅠㅠ



랄까 님 필력 짱인듯 어떻게하면 님처럼 글 잘씀요
아이콘 팽귄통조림 (2012-11-03 22:50:29 KST)
0↑ ↓0
센스 이미지
그러니깐 이런글엔 3줄요약덧글이 재맛이죠
김강건포니 (2012-11-03 22:50:38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당연히 이 글은 픽션입니다 ㅠ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11-03 22:53:59 KST)
0↑ ↓0
센스 이미지
이거 막 퍼뜨려서 포니에 대해 세상사람들이 오해하게 만들고 싶다
김강건포니 (2012-11-03 22:55:27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ㄱㄴㅇㄱㅎ//사실 어느정도 그걸 노렸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필자도 한국에선 확인 불가능한 옥스포드 유학생이져
아이콘 말성애자 (2012-11-03 22:57:05 KST)
0↑ ↓0
센스 이미지
마이리틀포니:섻으는마법 써주세요
김노숙 (2012-11-03 23:01:21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진짜 글 잘 쓰시네요 . . .
김노숙 (2012-11-03 23:01:58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역겹지만 흥미로운 수작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사하라 (2012-11-03 23:07:25 KST)
0↑ ↓0
센스 이미지
참호전이면 2차대전이 아닌거 같은데(진지)
김강건포니 (2012-11-03 23:08:04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어? 참호전 없었음..?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11-03 23:10:16 KST)
0↑ ↓0
센스 이미지
말 활용이 엄청나게 많았던 1차대전으로 배경 바꿔도 좋을듯요
사사하라 (2012-11-03 23:10:43 KST)
0↑ ↓0
센스 이미지
양상 자체는 1차대전의 것에 가깝지 싶(웁)
김노숙 (2012-11-03 23:12:27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2차대전엔 땅크랑 공중폭격이 있어서 참호전은 적구나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