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배운 사람들이 열을 내면 무서운 거 같음.

쪼끔 깁니다.

 

저희 학교에서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학년은 수학여행 가고...안 가서 할 거 없는 저는 도서실에서 자거나 컴퓨터실에서 컴퓨터 하거나

학교 내를 돌아다니거나 그러다가 운 안좋으면 지나가던 선생님에게 찍혀 교무실에서 잡무를커피를 타하거나

그랬는데, 마침 일을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온 때, 1학년 교실에서 물리 수업을 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옛날 생각이 나서 교실 문 빼곰 열어놓고 청강했죠.

물리 선생님은 상당히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였는데, 영화를 보여주며(옛날이 아니라 다크나이트 뭐 그런 최신영화 -_-;) 거기에서 나오는 과학을, 더 자세히 말하면 물리를 설명해줘서 이해가 쉽고 수업도 재밌어 인기가 엄청

좋은 선생님이였습니다.

 

근데 이 선생님이 오늘따라 날 잡으셨는지, 물리를 찬양하시는 겁니다.

"물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학문이란다 얘들아.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물리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고, 지구과학 이런 것도 전부 물리의 하위 과목이란다. 지진도 물리현상이잖니 얘들아."

어? 생각해 그렇네?

아무튼 수많은 물리 찬양 발언을 하셨는데, 왠지 아닌 거 같으면서도 내가 모르니까 반박은 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였죠. 고2가 이런데 고1이라고 오죽하겠습니까. 사실, 물리! 하면 되게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이잖아요. 느낌적으로 그런게 있죠.

그런데 이 발언을 마침 1학년 여학생교실에서 멀뚱히 멈춰서서 멍청하니 안을 쳐다보고 있던 저를 보고 혼내려 다가오던 화학선생님께서 들으신 겁니다. 막 임용되어 열의에 가득찬 젊은 화학 선생님은 이 말을 듣고 분개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그건 좀 아니지요 xx선생님." 하면서 딴지를 걸기 시작하는 겁니다.

 

수업 도중에 다른 교사가 들어오는 건 상당히 실례지만, 같은 과학계통이라 그런지 두 분은 엄청 친하셔서 그래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들어온지 얼마 되지않은 1학년은 무척 놀랬겠죠.

뭐, 수업도 10분 남았고, 어차피 놔두면 계속 물리 찬양할 기세라 아무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 말렸어요.

화학선생님은 "물리가 중요한 학문인 건 인정하지만 화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얘들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3가지가 뭐지?" 그렇게 묻고 나온 대답은 당연히 의식주.

선생님은 그렇지! 하며 열의를 올리시고 "그 중에서 이 식! 식은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어. 너희들이 먹는 김치가 삭는 것도 화학작용이야. 밥이 익는 것도 화학이고, 재료를 굽거나 튀길때 음식물이 변하는 것도 화학작용이란다. 여기에는 물리가 들어가지 않지. 그러니까 화학이 제일 중요한 학문이란다 얘들아."

.....?! 그럴듯 한데!?

 

어쨌든 대놓고 물리 선생님을 도발하시는 겁니다.

매 시간마다 새로운 영화를 꼬박꼬박 편집하여 강의설명을 하는 학구열에 가득찬 물리선생님은 물러서지 않고

"음식물을 조리할때 쓰는 불은 물리현상으로 주절주절..."

"불만 있어봐야 뭐하나, 재료가 변하지 않으면 어차피 굶어죽잖아요. 그러니까 화학이 주절주절..."

종칠때까지 배틀이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과학자들 뿐만이 아니라 과학계통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까이면 상당히 열을 낸다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뭐, 젊은 피vs학구열에 가득찬 사람 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3줄요약.

물리선생님이 물리를 찬양하셨다. 화학선생님이 이걸 듣고 화학을 찬양하셨다.

두분은 배틀을 벌이셨다.

잉여한 나는 그걸 끝까지 듣고 이 글을 쓴다.

우리도 그래서 씹물리가 발생학 전날 본댄다

나도 까이면 화냄

지구과학:날 무시하지 말아줭 어헝헝 ㅜㅜ

솔까 물리가 과학 원탑아님? ㅎㅎ
는 어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