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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UseMaster[0_0y]
작성일 2015-09-28 08:36:30 KST 조회 866
제목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토론하기.

(해당 문제는 사실 아직도 한국에서 싸우고 있는걸로 안다.)


수년전 내가 학생이었을때 이야기다.당시 반지의 제왕 열풍을 탄지 몇년 후 이야기로 기억한다. 그런탓에 정확한 "발언"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가 오고갔다는건 내 뇌에 깊숙히 새겨졌다.
당시 나는 영어 문학을 배우고 있었다.영어 문학에 베오울프나 (아직도 기억난다. 내 고등학교 교사가 말하곤했다. "여러분들이 영문과로 대학에 간다면 셰익스피어에 대해 단 한가지 생각만 갖게 될겁니다. '빌어쳐먹을'")셰익스피어의 라임에 고통받던 시기였다.

그러던중 영화화로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에 대해 관심이 생겼던것이다.

당시 입소를 앞두고 학교도 안가서 할일이 없던 나는 반지의 제왕 관련 설정을 다루는 소규모 카페에 가입을 했다. 1,2위 하는 카페인건 아니고 그냥 당시 영화빨로 우후죽순 일어나던 양산형 카페중 하나였다. (중간계 카페와는 관계가 없음을 미리 고지한다. 애초에 이곳과는 성향이 다르다.)

그리고 그 카페의 주인장은 꽤 야망이 컸던 사람인것 같았다. 그 카페에서 카페 인원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열렸고 그 토론의 결과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고급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식으로 톨키니스트를 결집시키자 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나 역시 놀고는 있지만 영어를 계속 손에 잡긴 해야할것같아서 그 사람들의 "미들어스 분석하기"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때문에 실마릴리온 원서와 반지의 제왕 한글 번역본을 구해 이것저것 분석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때는 "드워프" "스트라이더"등으로 직역된 단어로 소설을 읽었지만 소위 "연구"를 위해 읽은 책들은 XX사에서 판권을 사 새로 번역을 했는지 "요정","난쟁이"등으로 고유어로 최대한 번역을 해 두었다.
나는 그게 딱히 맘에 들거나, 싫지도 않았다. 내가 그 당시 알게 된 "톨킨 번역지침"을 따라 번역한 탓에 (길게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톨킨 자신의 이야기는 그냥 역사서니 해당 "고유어"로 번역해주길 바란단 뜻이다.) 이게 맞겠지 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참가자들중 한명과 우연히 토론을 하게 됬고 기나긴 "토론"-이라 불리는 시간 낭비-끝에 나는 결국 "톨키니스트"가 되려는 시도를 그만 두고 관련일에서 손 떼고 그냥 잊고 살기로 했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프로젝트"를 실행했지만 사실 인구수도 적고 능력도 그다지 없었던 탓에 (솔직히 실마릴리온 원서를 구할정도로 열광적이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프로젝트가 시작됬지만 대략 3주가는 누구나 알만한 정보나 끄적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나 역시 이것저것 연구를 해봤지만 사실 그다지 만족스러운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허세로 원서를 사긴 했지만 책이 너무 지랄맞았다. 어거지로 읽을수야 있지만 남에게 떳떳이 자료를 공개하기엔 영 어설펐던것이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던중 참여자중 하나(이하 A씨로 하겠다.) A씨는 갑자기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쓴 모든 번역명을 직역으로 쓰자"고.

우리는 당시 톨킨 번역지침에 따라 영화에 나온 내용이라도 그냥 엘프를 요정으로, 드워프를 난쟁이로 표현하고 있었다. 드래곤 역시 용으로. 당연히 스마우그같은 고유명사는 건드리지 않았다. XX회사의 번역명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었다.(라이선스를 아직도 그 회사가 갖고있는걸로 안다.) 솔직히 아마추어 몇명 모인 집단보다야 아예 라이선스까지 받은 공식 출판사의 번역이 대부분(일부 오탈자나 오역이 있긴 할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맞지 않겠는가?

당시 나는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직역"하는 행위에 대해 그다지 자부심을 가지거나 (나는 영어단어를 이만큼 알고있다. 라고 주장하는건 별로 가치가 없다는걸 고3 졸업할때쯤 깨달았다. 특히 판타지의 경우 소위 "직역하자" 징징대는 단어들은 항상 그 단어가 그 단어다.)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자신은 "한국어 번역명"을 가지고 기존 "영문판 직역명"을 밀어내려는 행동을 굉장히 혐오함. 톨키니스트들이 기존의 엘프나 드워프등으로 직관적으로 향유해왔던 문화와 경험이 중요하다.그런데 그걸 정말 최근에야 번역된 "요정,난쟁이"니 뭐니 한글어로 쓰는 사람들은 기존의 팬들을 싸그리 무시하는 행동이며 요정과 엘프는 굉장히 뉘앙스가 다르고 같은 단어가 아니다.단어라는건 번역하면 가치를 잃고 다른 뜻으로 오인될때가 많다. 특히 판타지의 경우 영문으로 직역한 단어를 쓰는게 맞다"고 했다.

정명사상인지 뭔지 일본 컨텐츠에서나 쉽게 보던 "이름은 힘을 가진다"라는 부끄러운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것이  대단했다. 세상에. 외국어단어를 번역하면 뜻이 죽는다니. 내가 영어를 배울수록 그냥 언어는 단순히 언어이며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두면 안되고, 모국어를 잘 다룰수록 외국어를 더 잘한다고 깨닫고 생각한것에 정 반대되는 이야기 였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울때 문화를 배우라지만 사실 필리핀쪽에서 쓰는 영어와 영국에서 쓰는 영어. 미국에서 쓰는 영어가 죄다 동일한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할수 있는가?  물론 언어와 문화는 연구하고 배울수록 유리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특히 영어 같은 경우는 그게 더 심하다. 거기에 판타지에서 직역하는거라 해봐야 사전 지식 조금만 있으면 뉘앙스나 존재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그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조금만 노오오오력을 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나는 대채 뭐가 그리 잘나서 최근에 입문하는 사람을 무시하는지 궁금해서 딴지를 걸어보았다.
"10년 '팬심'이 중간계라는 IP를 만든 창조자 톨킨보다 중요한것인가? 나는 그게 중요한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걸로 싸우지 말고 본인이 익숙한대로 쓰자" 
애초에 톨킨 번역지침 따라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쪽이 그렇게 번역했는데 이것저것 알려보자고 한 우리가 굳이 영어 직역명을 써야하나? 창조자인 "톨킨" 본인이 그런 번역을 원하는데 그걸 싸그리 무시해야하나?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뭐 솔직히 그렇게 싸우고 싶지 않았던 탓에 그냥 절충안으로 그냥 본인이 익숙한대로 쓰자고 했다. 나도 글을 쓰기야 했지만 뭐 딱히 크게 기여를 할거같진 않고 당시에 인터넷에서 싸우는데 뭔가 터부감을 느꼈던것이다.

"고작 10년? 10년넘게 저희는 엘프를 엘프라 불렀고 요정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저 '번역주의자'들과는 이야기가 안통합니다. 저들은 대화가 안되는 존재입니다. 제대로 생각을 하시고 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굉장히 순화해서 쓴 내용이지만 소위 "분노"를 이끄는 내용이었다. 살살 비꼬면서 비속어는 안쓰는 능력이 마치 루리웹 새우대첩을 생각나게 했었다.

"절충안에 말했지만 이런건 결론이 안나니 그냥 편한대로 쓰는게 좋습니다. 공식 라이선스를 따르려면 따르려는 거죠."

"공식 라이선스 문의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가 이런 일(카페에서 하던 일)에 간섭할 권리가 있느냐? 그 잘난 권위로 실수가 하나도 없다고 장담할수있느냐?"
..? 상식적으로 공식 라이선스가 중요한게 아닌가? 나는 꽤 혼란스러웠고 토론은 계속 이어졌다.

"트롤짓 하고 싶으신거같으신데(당시 트롤링이란 단어는 없었다. 단지 그만큼 사람 짜증나게 하는 단어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럼 공식 라이선스 받은 회사에 공식답변 얻어오세요. 우리가 이런데서 이거 하는것에 대해 수정하거나 정정할 생각이 있나? 혹은 과거의 직역 번역을 금지할생각이 있나?"

굉장히 짜증이 났다. 처음에야 좀 황당해서 물은내용인데 이젠 그냥 "악당"취급하면서 "악의 축"으로 모는 행위가 짜증났다. 그러나 당시 나는 할짓이 더럽게 없었던 고로 XX사에 문의를 해 답변을 따왔다.

그리고 이쯔음 메일로 해당 회사에 문의까지 하고 나자 나는 급격히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할짓이 없어도 고작 이런 토론에 메일까지 쓰면서 답변이 올때까지 이틀이나 놀고먹으면서 인터넷 게시글이나 주시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러웠던것이다.

답변이 오긴 왔지만 XX사도 굳이 주장을 강하게 해 판매량에 영향을 줄 행위를 하고 싶진 않았던것 같다. 굉장히 소극적으로 "톨키니스트"로서 감사하고 사랑하는 팬들분이시기에 굳이 이런 부분을 제재하거지 않고 있는 부분이라는 내용이 왔다. 나는 해당 내용을 전하고 나는 절충안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그리고 그는 주장했다.
"그 잘난 라이선스사 "강요"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 니가 그 회사 끄나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그들이 강요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는데 뭔 권한으로 우리 말을 통제하려는것인가? 절충안이니 뭐니 이상한데로 말돌리지 말고 확실히 말해라. 직역이 옳은가? 니 말대로 "요정"이니 뭐니 웃기게 번역하는게 옳은가?"

이 쯤 나는 이 토론에 도저히 가치가 없고, 나나 그 사람이나 서로 그냥 하고싶은 말만 하고 있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10년 팬심의 분노를 그저 나에게 풀고 있었던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촌이나 자식이 "드워프"르를 "난쟁이"라고 불렀다고 그렇게 화를 내겠는가? 그 역시 뭔가를 이룰 생각은 없지만 그냥 싸우고 싶었던것아닐까? 물론 나도 뭔가 엄청난 위업을 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그냥 님이 옳으니 뜻대로 하세요. 라고 말한 뒤 카페를 탈퇴했다. 마지막으로 본 게시물은 토론은 끝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적"이 탈주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이후 소식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이 후 깨달았다.

1)인터넷 토론은 시간 많은 사람이 이긴다.
2)인터넷 토론은 가치가 없으니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세요.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는건 트위터와 같습니다. 가끔은 쓸모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쓸모없는 짓입니다.
3)어떤 일을 XX년만큼 어떤것을 사랑해왔다는 자들을 조심하는게 좋다. 그들은 사용자가 되는것보단 그냥 주인이 되고싶어 한다.
4)당신이 인터넷에서 토론을 할 때 그가 당신의 말을 모두 읽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냥 유리한 부분만 뽑아 낸후 다른 주장은 "말돌리기"니 "훈제청어"니 뭐니하면서 무시해버리기 쉽상이다. 나 역시 오래된 기억이다 보니 내가 유리한 부분만 기억해서 글을 쓴걸수도 있다.
5)안타깝게도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면 당신 의견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다른 방법"이 아니라 "적"이 제시한 이야기가 될뿐이다.

그런건 논외로 하고 나는 사실 그에게 감사히 여긴다. 그 덕분에 이후 인터넷에서 토론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엘프를 엘프라 하든 요정이라 하든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가게 소득이나 세계의 교양 수준이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은 딱 한가지 의문은 지적재산권에 있어서 팬이 더 중요한가? 창조주가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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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WG완비탄 (2015-09-28 09:01: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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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과 싸우셨군요. 지적재산권이니 뭐니 할 게 아니라 정말 올바른 번역을 하겠다면 무조건 집필자의 의견을 따라야합니다(집필자가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굳이 직역을 고집하겠다는건 어처구니 없는 팬부심 밖에 안 돼요. 직접 메일로 문의하신 그 유통사?에서도 말 그대로 이익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그런 모호한 답변을 줬을 꺼에요(100퍼 확신함)
아이콘 WG완비탄 (2015-09-28 09:03: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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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보니까 비영어권 타국에도 미들어스 시리즈 출판된 건 다 그 나라 고유의 언어로 번역한답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요
아이콘 Ein-shield (2015-09-28 09:16:0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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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파이어 볼을 화염구로 직역하면 안된다고 거품물던 사람이 떠오른다.
아이콘 WG완비탄 (2015-09-28 09:18: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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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와 "번역이 이상하다"는 큰 차이가 있어요.
화염구라는 번역은 낯설었으나 좋은 번역이었고, 번역업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이 헷갈리고 불평하기 쉽습니다.
아이콘 Ein-shield (2015-09-28 09:51: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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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일반인으로서 어짜피 개인적으로 엘프와 드워프의 고유명사쪽이 더 익숙한지라
공식 라이선스가 있긴해도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로 오히려 더 친숙하니 그쪽이 더 맘에 들긴함


물론 엘프와 드워프가 뭔지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난쟁이와 요정쪽이 더 어감에 맞고 좋긴하지만
대부분은 엘프와 드워프가 뭔지 알고 더 나아가 알프와 드베르그까지 아는 사람도 있을거임
아이콘 Ein-shield (2015-09-28 09:53:2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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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겠지만 언젠간 번역은 독자의 의식수준에 맞춰서 진화할거라 믿음
아이콘 Ein-shield (2015-09-28 10:04: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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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번째 번역본 - 2001년. 황금가지. 제목 <반지의 제왕>





이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은 여러 가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 최초의 정식 라이센스 번역본입니다. 국내 출판사가 원작자측의 승인을 얻어 정식으로 반지의 제왕 번역본을 출간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반지의 제왕이 처음 나왔던 것은 1988년이었지만, 한국은 바로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반지의 제왕이 번역 출판된 국가'로서의 자격을 얻게 됩니다.



또한, 바로 이때 최초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이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이야 The Lord of the Rings 하면 당연히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으로 다들 알고 계시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건 분명히 '반지전쟁'이었습니다. 그러나 반지전쟁이라는 제목은 원제목의 의미를 살렸다기보다는 책의 내용을 좀 에둘러 표현한 제목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 처음으로 정식 번역판을 출판하게 된 황금가지 출판사로서는 제목번역 때문에 심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The Lord of the Rings라니. 반지의 영주? 반지의 주님? 반지의 군주? 반지의 지배자? 어디에서는 이를 두고 '가락지 주인'이니 '가락지 임자'니 하는 농담도 하더이다만, 어쨌거나 결국 선택된 제목은 <반지의 제왕>이었습니다. 이 제목 때문에 비판도 상당히 많았죠. Lord가 제왕이라니 그게 대체 뭐하는 번역이냐고. 사실 저도 이 제목을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애초에 정확히 번역하기 힘든 제목이었으니 이 정도라면 만족할 만하다고 봅니다.



셋째로, 처음으로 반지의 제왕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번역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최초의 완역판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의 판본들은 프롤로그를 없앤다거나, 부록들을 삭제해 버린다거나, 문장 군데군데를 건너뛴다거나, 가끔 한 문단을 뭉개버린다거나 하는 등의 오류들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온전한 번역본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부록 끝까지 모든 부분을 다 번역해 내었습니다. 번역의 상태도 이때까지 나온 판본들 중에서 가장 정확한 편입니다.

그리고 표지 역시 이전의 판본들은 출판사 임의로 표지를 선정하여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처음으로 톨킨 일러스트를 표지로 사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John Howe님의 <Gandalf, One of the Istari>라는 그림이 표지로 쓰였죠. (그런데 편집자이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원래는 Ted Nasmith님 그림을 사용하기 원하셨었는데 그러지 못하신 것이 천추의 한이 되셨답니다^^;;)



이리하여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은 국내 반지의 제왕 번역본들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서게 됩니다. 한국 톨키니스트 제1세대들이 예문판 <반지전쟁>을 통해 깨어나 성장했다면, 제2세대들은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으로 톨킨을 맛보고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자아, 바야흐로 한국 톨킨계에 폭발적인 중흥기가 찾아든 것입니다! >ㅁ<// 사람들이 '아, 반지의 제왕?'하고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로 반지의 제왕이 유명해진 것이 바로 이때였으며, 날마다 밤마다 새로운 영혼들이 반지의 제왕의 은총을 받고 톨키니스트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였습니다! (물론 이때의 어마어마한 성장에는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의 출간 말고도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인터넷의 상용화였고 또 하나는 바로 영화의 개봉이었지요. 반지의 제왕 영화가 국내 개봉된 것이 바로 황금가지판이 출간된 다음해였거든요^^)



그러나 황금가지판에도 뚜렷한 한계가 몇 가지 존재합니다.



일단 딱딱한 번역투의 문체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한계로 지적됩니다. 오늘날의 입문자 톨키니스트분들은 황금가지판의 문체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못 느끼시겠지만, 과거 예문판 <반지전쟁>의 그 아름답고 예스러운 문체에 익숙해 있던 분들께 황금가지판의 문체는 정말 심하게 불편했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황금가지판 문체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틱한 냄새가 상당히 나긴 합니다. 특히 몇몇 부분에서는 '이건 완전히 사전상의 번역이잖아'하고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번역투도 발견되고요. 그래서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과 예문판 <반지전쟁>이 시장에 공존하던 시절에는,「번역의 정확성을 원하면 황금가지판을, 문체의 예술성을 원하면 예문판을 사라」는 말이 돌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부록의 수록 문제. 방금 말했듯이 황금가지판은 처음으로 반지의 제왕 부록을 완역해낸 판본입니다. 그런데 보통 부록이라면 책 끝에 싣는 것이 상식인데, 출판사로서는 반지의 제왕 본문 6권을 출판한 뒤에 또 부록만을 싣기 위해 따로 한 권을 낸다는 것은 내키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황금가지판에서는 부록들이 토막토막으로 나뉘어 4권부터 6권까지의 끝부분에 분산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넣으면 반지의 제왕을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는 이게 본문 끝에 붙은 부록인 건지, 아니면 본문 사이사이에 넣어진 번외편인 건지 헷갈리게 되지요. 특히 전체 사건 연표를 정리한 부록이 5권 끝부분에 가서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의 위험성이 농후합니다. 크흐흐흐흑.(<-피해자 1人)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유명사 번역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지의 제왕 번역본들 중에 가장 유명한 세 가지가 예문판 / 황금가지판 / 씨앗판 인데, 이들 중 예문판은 고유명사들을 전혀 번역하지 않았고 반면에 씨앗판은 고유명사들을 지나치도록 모조리 번역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황금가지판은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고유명사들 중 어떤 것은 번역하고 어떤 것은 그냥 놔두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유명사들을 지나치게 번역하지도 또 그렇다고 다 그냥 놔두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중용(?)을 지켰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형평성의 논란도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Old Forest는 묵은숲이 되었지만 The Water는 그대로 '워터강'입니다. Treebeard는 나무수염으로 변했지만 Strider는 '스트라이더'지요.

이런 식의 논쟁도 논쟁이지만 무엇보다도 황금가지판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Middle-Earth를 '중원'이라고 번역했다는 것입니다.(.....) 이 단어 때문에 톨키니스트들과 황금가지 출판사 사이에는 거의 전쟁이 벌어지다시피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분측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분들도 그 단어 때문에 상당히 고민하셨더군요. 매우 여러 단어들이 후보로 거론되었는데 중간계나 가운뎃땅도 그 후보들 중에 있긴 했지만, 결국은 중원이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편집자분의 관련 설명 중 일부를 캡쳐합니다.

「중간계는 불교에서 '중음(中陰)'으로 쓰이기도 하는 현세와 이승의 중간 세계를 뜻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읽다보면 Middle Earth가 현세를 떠나 이승으로 가는 중간 세계, 또는 이승에서 현세로 오는 중간 세계의 의미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세계와 신화의 세계가 한데 이 '지상'에서 어울리는 어떤 새로운 세계를 뜻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 이러한 뜻에 가장 근접한 것은 '중원'이 아닐까요? 어떤 분은 '가운뎃땅'이라고 옮기자고 제안한 분도 있었습니다만. '중원'이라는 말이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환상의 존재들과 인간계의 존재들이 서로 어울려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 대지입니다. <산해경>의 세계이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무수한 톨키니스트들의 소중한 첫 입문터였으며 한국 톨킨계에 한 획을 그은 보물이기도 했던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저는 아직도 제가 10대 초반 시절에 황금가지판을 사기 위해 여섯 달 동안 두근두근하며 용돈을 모았던 것을 잊지 못합니다^^ 마침내 서점에서 그 책들을 끌어안고 값을 지불하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리더군요.) 그 영광의 시대도 곧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정식 라이센스 기간이 만료되자 황금가지판도 절판되었고, 오늘날은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의 반지의 제왕 출판 역사|작성자 테시
http://blog.naver.com/waitmorning/60089701334



ㄴ 이 사람 의견이 제 의견과 일치하네요.

제대로 반지의 제왕 접한게 황금가지의 반지의 제왕인데
뭐 고유명사를 번역하는것도 좋지만 좀 더 나은 절충안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이콘 CF_Crusader (2015-09-28 10:22: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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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남의 의견을 묵살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토론은 더이상 토론이 아닙니다
포더윈터 (2015-09-28 11:30: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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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었으면 도움을 좀 드릴 수 있었을텐데.... 다음부턴 불러주세요
아이콘 DieKatze (2015-09-28 13:11:0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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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one ring을 어떻게 번역하냐를 두고 절대반지냐, 한 반지냐로 갈렸던걸 본 기억이 있네요
아이콘 정신병자DIO (2015-09-28 13:11:4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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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랑 스투당시 화염구와 불곰 논란이 떠오르는
포더윈터 (2015-09-28 13:28:0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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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논쟁 토론이다 어쩐다보다 음역이 판치는 번역적 중세시대에 일어난 되게 시대를 앞선 주제 아님? 상당히 선구적인 주제인데
아이콘 DieKatze (2015-09-28 13:44:5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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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영화가 2001년에 나왔으니, 2003~4년 경 이야기 같은데요. 당시 업계 속 사정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아이콘 정신병자DIO (2015-09-28 17:01: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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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도 2003년 베타당시부터 번역논란이 있었던걸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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