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문제는 사실 아직도 한국에서 싸우고 있는걸로 안다.)
수년전 내가 학생이었을때 이야기다.당시 반지의 제왕 열풍을 탄지 몇년 후 이야기로 기억한다. 그런탓에 정확한 "발언"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가 오고갔다는건 내 뇌에 깊숙히 새겨졌다.
당시 나는 영어 문학을 배우고 있었다.영어 문학에 베오울프나 (아직도 기억난다. 내 고등학교 교사가 말하곤했다. "여러분들이 영문과로 대학에 간다면 셰익스피어에 대해 단 한가지 생각만 갖게 될겁니다. '빌어쳐먹을'")셰익스피어의 라임에 고통받던 시기였다.
그러던중 영화화로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에 대해 관심이 생겼던것이다.
당시 입소를 앞두고 학교도 안가서 할일이 없던 나는 반지의 제왕 관련 설정을 다루는 소규모 카페에 가입을 했다. 1,2위 하는 카페인건 아니고 그냥 당시 영화빨로 우후죽순 일어나던 양산형 카페중 하나였다. (중간계 카페와는 관계가 없음을 미리 고지한다. 애초에 이곳과는 성향이 다르다.)
그리고 그 카페의 주인장은 꽤 야망이 컸던 사람인것 같았다. 그 카페에서 카페 인원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열렸고 그 토론의 결과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고급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식으로 톨키니스트를 결집시키자 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나 역시 놀고는 있지만 영어를 계속 손에 잡긴 해야할것같아서 그 사람들의 "미들어스 분석하기"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때문에 실마릴리온 원서와 반지의 제왕 한글 번역본을 구해 이것저것 분석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때는 "드워프" "스트라이더"등으로 직역된 단어로 소설을 읽었지만 소위 "연구"를 위해 읽은 책들은 XX사에서 판권을 사 새로 번역을 했는지 "요정","난쟁이"등으로 고유어로 최대한 번역을 해 두었다.
나는 그게 딱히 맘에 들거나, 싫지도 않았다. 내가 그 당시 알게 된 "톨킨 번역지침"을 따라 번역한 탓에 (길게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톨킨 자신의 이야기는 그냥 역사서니 해당 "고유어"로 번역해주길 바란단 뜻이다.) 이게 맞겠지 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참가자들중 한명과 우연히 토론을 하게 됬고 기나긴 "토론"-이라 불리는 시간 낭비-끝에 나는 결국 "톨키니스트"가 되려는 시도를 그만 두고 관련일에서 손 떼고 그냥 잊고 살기로 했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프로젝트"를 실행했지만 사실 인구수도 적고 능력도 그다지 없었던 탓에 (솔직히 실마릴리온 원서를 구할정도로 열광적이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프로젝트가 시작됬지만 대략 3주가는 누구나 알만한 정보나 끄적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나 역시 이것저것 연구를 해봤지만 사실 그다지 만족스러운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허세로 원서를 사긴 했지만 책이 너무 지랄맞았다. 어거지로 읽을수야 있지만 남에게 떳떳이 자료를 공개하기엔 영 어설펐던것이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던중 참여자중 하나(이하 A씨로 하겠다.) A씨는 갑자기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쓴 모든 번역명을 직역으로 쓰자"고.
우리는 당시 톨킨 번역지침에 따라 영화에 나온 내용이라도 그냥 엘프를 요정으로, 드워프를 난쟁이로 표현하고 있었다. 드래곤 역시 용으로. 당연히 스마우그같은 고유명사는 건드리지 않았다. XX회사의 번역명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었다.(라이선스를 아직도 그 회사가 갖고있는걸로 안다.) 솔직히 아마추어 몇명 모인 집단보다야 아예 라이선스까지 받은 공식 출판사의 번역이 대부분(일부 오탈자나 오역이 있긴 할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맞지 않겠는가?
당시 나는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직역"하는 행위에 대해 그다지 자부심을 가지거나 (나는 영어단어를 이만큼 알고있다. 라고 주장하는건 별로 가치가 없다는걸 고3 졸업할때쯤 깨달았다. 특히 판타지의 경우 소위 "직역하자" 징징대는 단어들은 항상 그 단어가 그 단어다.)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자신은 "한국어 번역명"을 가지고 기존 "영문판 직역명"을 밀어내려는 행동을 굉장히 혐오함. 톨키니스트들이 기존의 엘프나 드워프등으로 직관적으로 향유해왔던 문화와 경험이 중요하다.그런데 그걸 정말 최근에야 번역된 "요정,난쟁이"니 뭐니 한글어로 쓰는 사람들은 기존의 팬들을 싸그리 무시하는 행동이며 요정과 엘프는 굉장히 뉘앙스가 다르고 같은 단어가 아니다.단어라는건 번역하면 가치를 잃고 다른 뜻으로 오인될때가 많다. 특히 판타지의 경우 영문으로 직역한 단어를 쓰는게 맞다"고 했다.
정명사상인지 뭔지 일본 컨텐츠에서나 쉽게 보던 "이름은 힘을 가진다"라는 부끄러운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것이 대단했다. 세상에. 외국어단어를 번역하면 뜻이 죽는다니. 내가 영어를 배울수록 그냥 언어는 단순히 언어이며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두면 안되고, 모국어를 잘 다룰수록 외국어를 더 잘한다고 깨닫고 생각한것에 정 반대되는 이야기 였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울때 문화를 배우라지만 사실 필리핀쪽에서 쓰는 영어와 영국에서 쓰는 영어. 미국에서 쓰는 영어가 죄다 동일한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할수 있는가? 물론 언어와 문화는 연구하고 배울수록 유리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특히 영어 같은 경우는 그게 더 심하다. 거기에 판타지에서 직역하는거라 해봐야 사전 지식 조금만 있으면 뉘앙스나 존재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그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조금만 노오오오력을 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나는 대채 뭐가 그리 잘나서 최근에 입문하는 사람을 무시하는지 궁금해서 딴지를 걸어보았다.
"10년 '팬심'이 중간계라는 IP를 만든 창조자 톨킨보다 중요한것인가? 나는 그게 중요한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걸로 싸우지 말고 본인이 익숙한대로 쓰자"
애초에 톨킨 번역지침 따라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쪽이 그렇게 번역했는데 이것저것 알려보자고 한 우리가 굳이 영어 직역명을 써야하나? 창조자인 "톨킨" 본인이 그런 번역을 원하는데 그걸 싸그리 무시해야하나?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뭐 솔직히 그렇게 싸우고 싶지 않았던 탓에 그냥 절충안으로 그냥 본인이 익숙한대로 쓰자고 했다. 나도 글을 쓰기야 했지만 뭐 딱히 크게 기여를 할거같진 않고 당시에 인터넷에서 싸우는데 뭔가 터부감을 느꼈던것이다.
"고작 10년? 10년넘게 저희는 엘프를 엘프라 불렀고 요정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저 '번역주의자'들과는 이야기가 안통합니다. 저들은 대화가 안되는 존재입니다. 제대로 생각을 하시고 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굉장히 순화해서 쓴 내용이지만 소위 "분노"를 이끄는 내용이었다. 살살 비꼬면서 비속어는 안쓰는 능력이 마치 루리웹 새우대첩을 생각나게 했었다.
"절충안에 말했지만 이런건 결론이 안나니 그냥 편한대로 쓰는게 좋습니다. 공식 라이선스를 따르려면 따르려는 거죠."
"공식 라이선스 문의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가 이런 일(카페에서 하던 일)에 간섭할 권리가 있느냐? 그 잘난 권위로 실수가 하나도 없다고 장담할수있느냐?"
..? 상식적으로 공식 라이선스가 중요한게 아닌가? 나는 꽤 혼란스러웠고 토론은 계속 이어졌다.
"트롤짓 하고 싶으신거같으신데(당시 트롤링이란 단어는 없었다. 단지 그만큼 사람 짜증나게 하는 단어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럼 공식 라이선스 받은 회사에 공식답변 얻어오세요. 우리가 이런데서 이거 하는것에 대해 수정하거나 정정할 생각이 있나? 혹은 과거의 직역 번역을 금지할생각이 있나?"
굉장히 짜증이 났다. 처음에야 좀 황당해서 물은내용인데 이젠 그냥 "악당"취급하면서 "악의 축"으로 모는 행위가 짜증났다. 그러나 당시 나는 할짓이 더럽게 없었던 고로 XX사에 문의를 해 답변을 따왔다.
그리고 이쯔음 메일로 해당 회사에 문의까지 하고 나자 나는 급격히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할짓이 없어도 고작 이런 토론에 메일까지 쓰면서 답변이 올때까지 이틀이나 놀고먹으면서 인터넷 게시글이나 주시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러웠던것이다.
답변이 오긴 왔지만 XX사도 굳이 주장을 강하게 해 판매량에 영향을 줄 행위를 하고 싶진 않았던것 같다. 굉장히 소극적으로 "톨키니스트"로서 감사하고 사랑하는 팬들분이시기에 굳이 이런 부분을 제재하거지 않고 있는 부분이라는 내용이 왔다. 나는 해당 내용을 전하고 나는 절충안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그리고 그는 주장했다.
"그 잘난 라이선스사 "강요"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 니가 그 회사 끄나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그들이 강요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는데 뭔 권한으로 우리 말을 통제하려는것인가? 절충안이니 뭐니 이상한데로 말돌리지 말고 확실히 말해라. 직역이 옳은가? 니 말대로 "요정"이니 뭐니 웃기게 번역하는게 옳은가?"
이 쯤 나는 이 토론에 도저히 가치가 없고, 나나 그 사람이나 서로 그냥 하고싶은 말만 하고 있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10년 팬심의 분노를 그저 나에게 풀고 있었던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촌이나 자식이 "드워프"르를 "난쟁이"라고 불렀다고 그렇게 화를 내겠는가? 그 역시 뭔가를 이룰 생각은 없지만 그냥 싸우고 싶었던것아닐까? 물론 나도 뭔가 엄청난 위업을 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그냥 님이 옳으니 뜻대로 하세요. 라고 말한 뒤 카페를 탈퇴했다. 마지막으로 본 게시물은 토론은 끝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적"이 탈주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이후 소식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이 후 깨달았다.
1)인터넷 토론은 시간 많은 사람이 이긴다.
2)인터넷 토론은 가치가 없으니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세요.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는건 트위터와 같습니다. 가끔은 쓸모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쓸모없는 짓입니다.
3)어떤 일을 XX년만큼 어떤것을 사랑해왔다는 자들을 조심하는게 좋다. 그들은 사용자가 되는것보단 그냥 주인이 되고싶어 한다.
4)당신이 인터넷에서 토론을 할 때 그가 당신의 말을 모두 읽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냥 유리한 부분만 뽑아 낸후 다른 주장은 "말돌리기"니 "훈제청어"니 뭐니하면서 무시해버리기 쉽상이다. 나 역시 오래된 기억이다 보니 내가 유리한 부분만 기억해서 글을 쓴걸수도 있다.
5)안타깝게도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면 당신 의견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다른 방법"이 아니라 "적"이 제시한 이야기가 될뿐이다.
그런건 논외로 하고 나는 사실 그에게 감사히 여긴다. 그 덕분에 이후 인터넷에서 토론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엘프를 엘프라 하든 요정이라 하든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가게 소득이나 세계의 교양 수준이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은 딱 한가지 의문은 지적재산권에 있어서 팬이 더 중요한가? 창조주가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