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갤문학]퓨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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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온은 레디언트 언덕에 살았다. 정글은 나무들로 둘러쌓여 있어 정령을 소환하여 파밍하기 좋은 곳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퓨리온은 언덕에 올라가 파밍하기만 좋아하였고, 그의 팀원들이 사다놓은 탱고를 훔쳐 입에 풀칠하였다.

하루는 그의 팀원들 중 복수혼령이 몹시 분하여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갱킹을 가지를 않으니, 순간이동은 찍어서 무엇합니까?"

퓨리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언덕에 오르기 위해서는 순간이동이 필요하거늘, 그런 질문은 무엇하러 하시오?"

"그렇다면 갱은 언제 다니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아직 파밍을 다 하지 못하였소."

"그럼 와드는 못 사시나요?"

"와드란 본래 당신네같은 미천한 서폿들이나 사는 것이오."

복수혼령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파밍을 하여 돈을 벌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못하겠소' 뿐인가요? 갱도 못 다니겠다, 와드도 못 사겠다 하면, 적 커리어 저격이라도 못 하시나요?"

퓨리온은 잡던 트롤 전쟁군주를 마저 잡고 한탄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파밍하기로 삼십 분을 기약했는데, 인제 십 분인걸...."

하고 바람과도 같은 속도로 휙 사라져 버렸다.

그가 도착한 곳은 레디언트 우물이었는데, 당연히 모두 각자 레인으로 가 있었다. 그는 모두가 제 레인에 신경쓰고 있을 때 황급히 남은 와드와 스모크를 전부 구입하였다. 퓨리온이 와드와 스모크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레디언트 팀은 지도가 굉장히 어둡게 되었고, 적 캐리를 자르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퓨리온을 욕하던 복수혼령은 그에게 찾아와 간청하였다.

"아까 하였던 말들은 잊어주시오. 하시던 파밍이나 마저 하시옵고 와드와 스모크들은 저에게 주세요."

퓨리온은 사과를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당신의 말 뿐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면 게임종료를 하지 않고 트롤짓을 하겠소?"

"그렇다면 와드라도 박아주시지요. 언덕파밍하셔도 아무 말 안 하겠습니다."

복수혼령은 큰 절을 올리고, 더이상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퓨리온은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하찮은 서폿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또 어디론가로 휙 사라져버렸다.

얼마안가 그는 북동쪽의 다이어 우물 앞에 나타났다. 퓨리온은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적 영웅이 하나도 있지 않으니,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한들 어떻게 트롤링이 되겠는가? 다만 토지가 부드러우니 와드를 박기에는 안성맞춤이구나."

땅에 와드를 박으려고 할 때, 갑자기 게임 밖의 스팀챗이 명랑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아까의 복수혼령이 거래신청을 걸었던 것이었다. 퓨리온이 

거드름을 피우며 거래 목록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빛깔이 곱고 값비싼 것들이었으며,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이자는 말이 통하는구나!"

하고는 거래수락을 하고 우물로 돌아가 복수혼령에게 와드를 주면서,

"언덕에 있으면 이미 천하가 다 보이느니라."

하고 스모크 역시 바닥에 던지면서,

"내 갱을 가지 않을 것인데, 스모크는 뭣하러 필요하겠는가."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집인 언덕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파밍을 하였다.

게임이 끝난 뒤, 복수혼령이 신고를 하려고 채팅창을 살펴보니, 퓨리온은 이미 다른 팀원들에게는 '자신이 와드, 스모크를 다 구매하여 주었는데도 불평하는 복수혼령을 신고하자'라며 말을 다 맞춰놓은 상태였고, 그녀는 결국 트롤촌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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