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도 안 받더라"
송병구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8강에서 염보성을 2대0으로 완파하고 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나를 욕하는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욕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이버 수사대에 조사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송병구는 사이버 수사대에 관련 자료를 모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악플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이버 수사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뭐 그리 대단하길래 신고까지 하느냐'는 태도였다고 송병구는 회상했다.
2010년 연말을 사이버 수사대와의 기싸움으로 보낸 송병구는 수사 요청을 포기했다. 진정성을 갖지 않은 공무원들의 반응에 지쳐 버렸다. 엉뚱한 곳에 진을 빼기 보다는 연습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얼마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e스포츠와 관련된 유명 연예인이 네티즌들과 게시판에서 '키보드 싸움'을 벌인 것이 기사화됐고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요청하자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
송병구는 "그 기사를 접하고 나서 '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사람을 지켜낼 수 있을 정도로 더 유명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욕이 불끈 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