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치에서도 포퓰리즘이 나쁘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대중에게는 포퓰리즘이 각광을 받게 되지요.
가령 무상복지에 무상의료에 무상교육에 무상XX에 무상ㅁㅁ에...
그것이 맞는 말이든 틀리든 결국은 듣기 좋은 소리 하는 쪽으로 대중은 쏠릴 수 밖에 없지만
지도층까지 이에 장단을 맞춰버리면 결국 나라 망하는 거지요.
이번 나니와 사건에서도 대중 입장에서는 이성이고 뭐고간에 일단 당장 화가 나니까
"아 몰래 그런건 됐고 그냥 처벌해! 열받는다!"
라는 주장이 위세를 떨칠 수 밖에 없는 것인데요.
허나 대중이 이렇게 화를 낸다고 주최측까지 중심 못잡고 여기에 장단을 맞춰 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대중 혹은 팬들이야 규정이고 나발이고 열받는 짓 했으니까 무조건 처벌해!! 이럴 수 있지만
주최측마저 이런 분위기에 마냥 동조를 한다면, 이건 글로벌 리그는 커녕 국내리그만도 못한, 그냥 일개 아마추어 리그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팀리퀴드의 반발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엄연히 한국에서 주최하는 리그인데 왜 외국놈들이 주인행세를 하려 하느냐"
이런 중학생 수준의 반발도 제법 보이는데
곰TV 스타리그는 탄생에서부터 글로벌 리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게 아니라, 곰TV 스스로 글로벌 리그를 표방했지요.
따라서 국적 불문하고 곰TV의 부당해보이는 처사를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한국 리그에 외국인들이 말이 많다느니 주객이 전도 되었다느니 하는건 그야말로 중학생 수준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한국과는 다르게 외국에서는 돈을 내고 시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부당한 처사에 비판할 권리는 더더욱 있지요.
게다가 곰TV가 본격적으로 흑자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해외 스트림으로 돈을 벌어 들이면서부터 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광고수익이 있다고는 하나 해외 스트림 수익에 비교하면 글쎄라는 말도 있지요. 뭐 제가 곰TV 수익구조까지 분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무튼 따라서 곰TV는 당연히 해외팬들의 비판을 가벼이 여기면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처지인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어떤 면에서 일종의 문화적 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을 징계까지 해야될 큰 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욕먹을 순 있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 보느냐.
그런데 정말 곰TV가 글로벌 리그를 표방한다면, 한국 정서를 기준으로 작성된 이 '소양'이라는 것을 외국인에게까지 일률적으로 들이대는 아마추어리즘은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서로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였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클수록,
이럴수록 깔끔하고 뒷탈없이 운영하는 방법은 오로지 철저한 규정 뿐입니다. 아무리 사고방식의 차이에 따라 그리고 문화에 따라 여러 불만이 생긴다 해도 결국 규정에 의하여 처분하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한국에서는 나니와 처벌이 온당하다는 주장이 더 많고, 외국에서는 부당하다는 주장이 더 많은데요.
서로 생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을수록 철저하게 규정에 의해서 처리를 해야만 문제가 없지요.
그런데 어느 한 국가의 정서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을 다른 국가에게까지 강요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주최국의 정서라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글로벌 리그라면요.
곰TV는 스스로 원래 나니와에게 시드를 주려고는 했었지만 비매너 사건 때문에 재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심이 섞여 있다는 것인데요. 사심이나 감정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로지 규정에 의해서만 처리되어야 할 글로벌 리그에서 티끌만하더라도 사심 혹은 감정이 섞여 있는 처분이 내려지니 바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나니와의 그런 행동은 "처벌할만한 비매너"니까 징계를 했다?
그건 누구 기준입니까? 한국 정서 기준인가요? 외국에서는 처벌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높은데요?
왜 이런 어긋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걸까요? 그건 국가간 정서가 다르니까 그렇지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정서가 혼재되어 있는 글로벌 리그에서 뒷탈이 없으려면 더더욱 규정에 입각한 처분만이 내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불만이 없지요. 헌데 곰TV의 이번 결정에는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많은 생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글로벌 리그일수록 뒷탈이 없으려면 철저하게 규정에만 입각하여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규정상으로는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 나니와가 규정 외적인 이유로 처벌을 받게되니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서는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소양 역시 규정에서 언급되어 있다고 말이지요. 따라서 나니와에 대한 징계는 규정에 입각한 처분이 맞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 그 "처벌할만한 수준의 소양부족"은 과연 어느 정도를 얘기하는 거지요? 턱괴고 한손으로 게임하는 수준? 아니면 gg안치고 겜 나가는 수준? 아니면 게임 도중에 춤과 환호를 하면서 상대를 조롱하는 수준?
결국 애시당초부터 이 "처벌할 만한 소양부족"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애매모호한 것입니다. 범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결국은 감정, 사심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규정이라는 것은 애매모호함을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 규정의 일부라는 '소양부족'이라는 항목이 여전히 애모모호함을 내포하고 있으니 이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규정이지요.
따라서, '소양부족'으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애시당초부터 이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 "소양부족"이라는 죄목으로 징계를 내리려면 규정이라는 것을 세법처럼 만들어야 가능할 겁니다.
갑자기 세법 얘기가 나왔는데 말이죠. 많은 법들 중에서도 특히 세법은 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세법은 단순하게 '탈세에 준하는 행위를 하면 안되다'라는 식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탈세의 온갖 방식들을 구구절절하게 일일이 전~부 빼곡히 기술한 다음, 방금 기술했던 케이스는 탈세로 친다 라는 것이지요. 정말 편집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갖 경우라는 경우는 전부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결과적으로는 탈세라고는 해도 세법 법전에 기술이 안 되어 있다면 처벌 안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세법 법전은 날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지요. 새로운 탈세 수법들이 계속 나오니까요.
GSL 규정에서 '소양 부족이면 처벌한다' 라고 한마디 해놓고 건수가 생길때마다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처벌 때리는 것처럼,
세법에서도 '탈세에 준하는 행위하면 처벌한다' 라고 한마디 해놓으면 편할텐데 왜 이러는 걸까요? 법 만드는 사람들이 바보이고 멍청해서?
뭐 세법까지 들먹였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적어도 글로벌 리그에서 소양부족을 들먹이면서 처벌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게임 리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처벌할만한 비매너 행위'를 일일이 다 기술해놓고 이런 행위를 하면 소양부족으로 처벌한다! 라고 명시를 해놓으면 된다는 거지요. 정 소양부족을 죄목으로 처벌을 하고 싶다면 말입니다. 소양부족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를 줄줄줄 명시하면서, 그 중 하나로 "턱괴고 한손으로 게임하면서 탐사정 러쉬를 하면 소양부족으로 처벌한다" 라는 조항이 있었다면 이번 나니와 선수의 징계는 정당합니다.
많은 국적이 혼재되어 생각의 차이가 극명할 수 밖에 없는 글로벌 리그에서 뒷탈을 없애는 방법은 오로지 철저하게 규정에 입각한 처분 뿐인데 '소양부족하면 처벌한다' 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하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끝끝내 소양부족을 죄목으로 들어 처벌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정말 이렇게 일일이 모든 경우를 명시하는 수 밖에요. 뭐 세법만큼 골머리 터지는 각양각색의 경우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하려면 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처벌할만한 소양부족"의 기준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누가봐도 잘못인 그런 경우에만 조심스레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스1판에서 있었던 승부조작 사건과 같은 것처럼 말이지요.
헌데 이번 나니와 사건은 옳은 판단이다, 아니다 너무 심했다 이렇게 사분오열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건은 소양부족을 들이댈 수 있을만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빼도박도 못하는 건수가 아님을 증명하는 거지요.
만약 이것도 어렵다?
그럼 아예 소양부족에 의한 처벌은 없애버리던지요. 뭐 이건 별로 추천할만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따라서 정 소양부족을 죄목으로 처벌을 해야겠다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정도의 선택지 중 어느 하나는 선택을 해야 논란이 없을 것이고, 이래야만이 글로벌 리그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곰TV가 계속 글로벌 리그를 표방하고 싶다면,
많은 생각의 차이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리그 속에서 논란의 여지를 없애버릴 수 있는 철저한 규정 위주의 행정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무튼간에 지금까지 언급했던 바로 이러한 점에서 나니와 선수를 처벌하는 것이 당연히 문제가 된다는 것이지요.
나니와 선수의 비매너 행위를 떠나서 이건 명백하게 글로벌 리그를 주최하는 곰TV 측의 자질부족 입니다.
"글로벌 리그"라는건 말입니다. 뭔가 더 멋져보이는 느낌이 드는 광고성 어구 정도가 아닙니다. "글로벌 리그" 이 5글자에 담긴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곰TV는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뭐, 글로벌 리그니까 한국 정서를 강요할 순 없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주최국으로서의 권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한국의 정서라는게 다른 나라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무슨 외계인같은 별세계의 정서가 아닌 다음에야 한국인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국인들도 그 부당함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받아들이는 심각함의 차이가 있는 정도지요.
따라서 비록 한국 정서에 의해 작성되었다 할지라도 엄연히 이런 경우는 처벌합니다 라고 말하는 규정, 즉 구체적인 규정이 있었다면 전혀 뒷말이 없었을 거란 말입니다.
비록 외국 정서에서는 이번 건을 그닥 처벌까지 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지라도 규정에서 이런 경우를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정서적 차이고 나발이고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것이고 처벌은 정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주최국의 권위로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이겠지요.
무튼 이러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번 곰TV측에서 처분한 나니와 선수에 대한 처벌은 부당합니다.
나니와 선수가 죄가 없어서 부당하다기보다는 애시당초 이런 경우를 처벌할만한 조항이 없는데도 처벌을 감행했기 때문에 부당합니다.
...뭐 부당하다고는해도, 이미 결정되어버린 일이라 이제와서 번복하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이 시점에서 바랄 수 있는 거라고는 결국 곰TV가 이번 건을 계기로 글로벌 리그를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마인드를 깨달았기를 바란다 정도랄까요?
좀 더 나아간다면 방송에서 캐스터를 통해서라도 이번 건에 대해 한번정도 언급을 해 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좀 돌려서 우회적으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곰TV측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멘트만 해 줘도 충분할 듯 합니다.
지금까지 신랄하게 비판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번 겪은 실수에 대해 끝까지 내가 잘했다고 빡빡 우기며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쩍 넘어가느냐,
아니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노력을 하면서 본 건에서 보인 미숙함에 대한 사과를 하느냐 이 차이일 것입니다.
곰TV는 케스파와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