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그래. 한국에서 히트친 소설이 원작이라고?"
"그렇습니다. 탄탄한 이야기구조와 심오한 주제의식을 갖춘, 문자그대로 재미와 주제의식 두마리 토끼를 잡은 소설입니다."
"그래...흐음(기획서를 들쩍거린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수염난 아저씨, 도깨비, 이상발육 치킨, 도마뱀인간등이로군."
"저, 그런 식으로 표현하시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만..."
"나는 다만 사실을 이야기할 뿐일세. 그건 그렇고 이 소설에는 미소녀도 안나오나?"
"그런건 안 나옵니다만..."
"그런가? 그럼 빠꾸일세. 미소녀가 안나오면 누가 애니를 본단 말인가? 야오이도 아니고 말이야."
"자, 잠깐만 기다리십시요! 이제 생각해 보니 미소녀가 나옵니다! 3권 초반부터는 데오늬 달비라는 매력만점의 로리캐릭터가 나옵니다!"
"오, 이제서야 말이 통하는군. 그런데 3권이라고? 그럼 중반에야 나온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앞부분은 잘라내고 거기서 부터 애니화를 하도로 하자고."
"아니, 그건 너무 무리한 말씀입니다. 소설을 반 뚝 잘라서 애니화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어허, 이 친구 말이 안통하는구만. 이계획은 각하하기로 하지."
"투자자님! 이건 정말 재밌는 소설입니다. 한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요."
"흐음..." (않고 있던 의자에 몸을 기댄다. 담배를 피워문다. 잠시 둘 사이에는 침묵이 감돈다)
"그럼 어쩔수 없군. 좋아,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보세. 캐릭터를 좀 손보자고."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간단해. 등장인물들이 문제이니 인문들을 모조리 미소녀로 바꾸는 거야. 어디 보자, 초반 스토리가 이렇던가? 하인샤 대사원의 사주로 케이건, 티나한, 비형은 한계선 너머의 땅으로 륜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다. 사모는 암살자가 되어 그 뒤를 쫓는다. 좋아.
자, 아저씨 캐릭터이자 냉정침칙한 케이건은 냉혹하고 차가운 미소녀로 도깨비인 비형은 울보에다 륜을 오빠로 따르는 안경 로리로 티나한은 남자같은 성격의 미소녀로 바꾸는 거야.
륜은 도마뱀이라 했나? 이건 안돼. 미소년으로 바꿔. 미소녀 구출대 세명과 얼떨결에 구출된 안경 미소년의 모험으로 하자구. 그리고 사모는 누나라고? 다행이군. 그냥 여자였으면 남자로 바꿔서 야x이 삘을 넣어야 했을 거야. '근친물' 삘로 그나마 커버가 되겠어. 자, 이걸로 애니메이션 눈물을 마시는 새는 완성이야!"
"그, 그건 말 도 안되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꼬입니다. 일단 케이건 하나만 놓고 봐도 나가에게 복수심을 품게 된 이유가 아내를 잡아먹혀서인데, 여자라면 그게 안되지 않습니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오히려 잘된 거야. 백합물로 만들면 되는 거니까. 케이건은 레즈로 설정하면 되."
"케, 케이건이 레즈라고요!!"
"그렇다네. 뭐가 잘못된 거 있나?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여자'의 복수라니. 백합물 좋아하는 팬들은 모두 광적으로 좋아하게 될 거야. 좋았어. 눈마새는 백합물로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이참에 아예 제목도 바꾸자고. '백합을 좋아하는 새'로 말이야."
"투자자님!! 그건 너무 무리한 말씀이십니다! 이미 독자들의 머리속에는 다른 이미지가 있을텐데, 그렇게 바꿔버리신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스토리 라인도 꼬이거니와 그렇게 되면 작가가 공들인 주제의식이..."
"어리석군! 이런 시대에 이런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무리야! 시대는 미형을 원해! 서유기 리로드인가 하는 것을 보라고. 저팔계, 사오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야. 그런데도 인기는 폭발이야. 그 수준 낮은 스토리를 가지고도 잘만 히트쳤다고.
원작이 어떻든지, 주제가 망가진다든지, 그 딴 것은 다 필요없어. 그냥 미형으로 만들기만 하면 돼! 그럼 동인녀들은 꺅,꺅 하고 쓰러지고 오타쿠들은 하아, 하아 하고 침흘리고 지갑을 풀게 되지! 주제가 어떻느니, 이야기의 완성도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을 대체 누가 신경쓴단 말인가!"
...하여 눈마새 애니가 만들어졌습니다. 냉혹미소녀이자 레즈(;;)케이건은 하인샤 대사원의 시주를 받고 심심하면 폭발을 일으키는 안경에다 실수투성이 미소녀 비형과 창을 휘둘러대는 폭력 미소녀 티나한과 함께 한계선 너머로 여행을 떠납니다. 륜은 유일한 남자로서 이 세명과 함께 즐거운 밀월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걸로 눈마새는 할렘물이 되었습니다.) 자, 그 다음에 사모는 동생이 다른 여자들과 헤벌레 하자 질투에 눈이 멀어서 암살자가 됩니다. (이걸로 근친물 공식 완성!)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대확장 전쟁 발발합니다. 군대, 그 끈끈적한 사나이들의 우정과 사랑이 교차하는 곳. 그곳에서 괄하이드와 라수는 성별과 핏줄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사랑을 나눕니다. (이걸로 야오이 삘을 넣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한계선을 너머 진격. 하텐그라쥬에서 발광하게 된 케이건. 그런데 옛 애인이 환생한 데오늬 달비를 보고 케이건은 화를 풀고 데오늬 달비와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이걸로 백합물 완성)
할렘 + 근친 + 장미 + 백합이 어우러지는 대하서사시. 애니메이션, 눈물을 마시는 새. 금요일저녁 7시 애니원에서 방영합니다. 놓치지 마세요.
판개르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