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짜라짜라 짜파게티~.............는 부스러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집에는 찬밥은 물론 아무런 먹을 것도 없어 좌절스러운 심정으로 냉장고를 뒤지던 중 냉동실에서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꺼내서 열어보니 딸기 아이스크림이 듬뿍이었다. 껍데기는 뜯어져 있었고 아이스크림 치고는 별로 달지 않았고 곳곳에 푸른 블루베리 같은 것이 있어 뭔가 좀 석연치 않았으나 허기진 나는 그런 걸 따질 입장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숟가락을 꺼내 무식하게 입에 넣었고 적어도 음식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양의 아이스크림은 라면이 익는 시간이라는 3분만에 동이 나고 말았다. 잠시 후 외출했다 들어온 어무이가 그걸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명예점수에 눈이 멀어 피탐을 하고 있는 상대 진영을 기습하듯이 두들겨 팼다. 나는 왜 갑자기 이러냐고 마치 쪼렙이 500레벨 정예 지도자에게 개기듯이 따졌으나 500레벨 레전드리 착용자에 맞먹는 포스를 지닌 어무이는 이리 말하셨다.
'이 웬수야! 너 지금 먹은 거 뭔지 아냐?'
'아이스크림이지 뭐긴 뭐야. 내가 이거 다 먹었다고 이러는 거야?'
'이게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이건 크림치즈다! 크림치즈! 그거 상해서 곰팡이까지 생겼는데 그걸 다 먹냐!'
가만, 그 블루베리 같은 것이 곰팡이었나. 아무리 봐도 블루베리 같았는데 말이야. 아무튼 오늘 밤을 무사히 넘겼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