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거대길드들이 호드들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유저가 키보드를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유저가 한둘이었겠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호드잡이 공대로 가시덤불을 가득 채울수 있을 만하였으되 다른 서버에 던져버리고 돌아온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 하고는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서버 최대 길드의 길드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그 길드장이 당시 호드를 칠 계획을 세워서 변씨에게 주변에 쓸 만한 유저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길드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레벨이 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제가 그님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그분의 레벨도 모르옵니다."
"그이는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다음 접속에 길드장은 길원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문앞에 서서는, 길드장을 멈추게 한 후 허생에게 귓말을 하여 길드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 하고,
"당신 들고 온 폭죽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폭죽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변씨는 길드장을 밖에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길드장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길드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길드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자신의 길드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차단을 하겟다며 막았다.
"접속시간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길드에서 어느 직위에 있는가?"
"길드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한 길드의 최고라고 할만하군. 내가 용개와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길드원에게 잘 설명하여서 길가입을 넣고 길장 자리를 넘겨줄수 있겠느냐?"
길드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서버이전해온 저랩들이 아는사람이 없어 버스도 못돌고 여기저기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길드에 청하여 만랩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버스를 돌게 하고, 길드에 자리를 내어 그들을 초대할수 있겠느냐?"
길드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서버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다른 서버에 우리 길드들이 캐릭을 잠시 내버려두고 부캐를 키우게 장려할 것과, 그들과 친교를 맺는 것을 행한다면, 그들도 반드시 기뻐할 것이다. 길드중의 고랩들을 가려 뽑아 캐릭을 잠시 접고 다른 서버에 캐릭을 키우게 하면서, 그 서버의 사람들을 회유해 이 서버로 옮기게 하고, 당신의 길드에 들게 하여 조직을 잘 이끈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길드장은 힘없이 말했다.
"길드원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캐릭 아이템을 맞추기에 바쁜데, 누가 캐릭을 잠시 접어 두고 다른 서버에 부캐를 키우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레게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호드 천지에 캐릭을 만들어 자칭 고수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보라템만 가려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게이들이나 좋아하는 색이고, 수십명이 모여 하나를 치는 일은 치졸한 약자들이나 하는 짓인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고수라 한단 말인가? 이제 얼라를 위해 가덤을 정복하겟다 하면서, 그까짓 보라템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넓은 땅에서 호드와 싸워야 할 판에 전사한테 힐이나 주면서 몹 다굴이나 치고 있으니, 그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전쟁 준비인가?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서버를 대표하는 길드의 장이라 하겠는가? 그 대단한 길드라는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면서 Z키를 눌러 칼을 꺼내 목을 치려고 하였다. 길드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초가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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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입니다. 나머지 한편을 가지고 연재를 질질 끌어 죄송합니다. 요 몇일간 이걸 쓸만큼 시간이 나지를 않더군요.(사실 귀차니즘 -_-) 세번째 단락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베껴서 바꾸기가 배는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꾸벅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