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슨이 와우를 한다는것.
칼슨의 시간을 쪼개서 와우를 한다는것.
그만큼 와우를 사랑하고 아끼기에 칼슨은 오늘도 와우를 한다.
호드로 시작해 호드로 죽으리라 맹세한 그날, 처음 주운 6칸 가방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처음 주운 녹색 아이템에 눈이 휘둥그레 졌었지.
옆자리 폐인 아저씨의 타우렌 전사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
까마득한 60이라는 숫자를 달고 스칼로맨스를 돌고 있었지.
현란한 손놀림과 화려한 마법 효과들은 칼슨의 순진한 마음을 사로잡았네.
그분에게 배웠지 인던에서 써야할 기술과 사용방법을.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고 8레벨때 배웠던 인던 도는 방법은 38때 처음 사용해보았네.
힘들게 구한 수도원 파티에서 칼슨은 모그레인의 철퇴를 먹고나서 미칠듯한 데미지에 정신적 공황을 느꼈네.
아마 그때부터였을꺼야 짧았던 칼슨의 전성기는.
39쯤에 주문했던 컴퓨터가 도착했었지.
40에 접어들고 돈이 없어서 46때 코도를 샀지만 칼슨은 행복했어.
새로 산 컴퓨터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스샷을 찍어냈었고 그것을 여기 와우XP에 조금씩 올리며 자그마한 행복에 울고 웃었지.
46이되자 마라우돈 가자는 러브콜이 마구 쏟아졌어.
그땐 마침 전사가 없었나봐 나같은 허접까지 불렀던것을 보니.
모든 판금과 무기는 칼슨이 우선이었고 사제들은 칼슨이 접속하면 서로 경쟁하듯이 귓말을 날려댔지.
그러나....54가 되어 나락을 갈때가 되자 그 많던 러브콜은 싹 사라졌네.
항상 홀로 우두커니 오그리마에 앉아 공허한 외치기만 해대었지.
돌아오는것은 메아리였을뿐 오그리마엔 칼슨만이 홀로 존재하는것 같았네.
그때부터였을꺼야 칼슨이 칼슨을 칼슨이라는 3인칭으로 지칭했을때가.
칼슨은 무리에 어울리지 못했던건지도 몰라.
길드도 없고 무구도 형편없는 전사를 누가 알아주려고 하겠어 라는 자조감 섞인 투정만 부리던때였으니까.
그래도 칼슨은 외롭지않았지 호드에 대한 애착이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해주지않았지만 그렇기에 나에게 많은것을 해주었던 호드.
만렙이 되고 무구도 적당히 라이트 유저답게 맞추니 옛날일이 생각나는구나.
누군가가 그랬지 젊은이는 경험이 없기에 신념에 의지하고 늙은이는 미래가 없기에 경험에 의지한다고.
지금 칼슨은 와우라이프에서 어디쯤 온것일까?
삶의 이름표에 두글자만 넣을수 있다면 칼슨은 그 이름표에 처절이라는 두글자를 새길정도로 피비린내가 절반을 덮는 칼슨의 와우 라이프였건만 왜 그때가 더 그리운건지....
꿈에 그리던 아주어고스를 잡고 카자크를 보아도 생기는건 아픔뿐이고 호드에 대한 배신감만 생기는구나.
넘치는 애정으로 쓴글에서 돌아온것은 쓰디쓴 오해의 열매였건만 칼슨은 나아가련다 새로운 물결앞으로.
그리하여 결국 철썩 후려치는 물결은 서버의 장벽을 뚫고 연합과 대면할지니 그땐 서로의 미움과 증오도 피가 끓어오르고 명예로우며 긍지로 가득찬 철과 철의 대화들 앞에서 태양앞에 선 반딧불이와 같이 한낱 재가 되어 흩날리겠지.
그때를 기다리며 칼슨은 오늘도 밤을 지새운다.
p.s : 칼슨이 칼슨을 칼슨이라는 3인칭으로 부르는 이유는 칼슨이 칼슨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칼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칼슨을 칼슨에게로 옮길수 있겠지만 그 불완전한 칼슨은 결국 완전한 칼슨이 되지 못하기에 칼슨은 칼슨을 칼슨이라는 3인칭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칼슨은 진심으로 와우에선 와우의 일에 슬퍼하며 울고 웃을수 있으며 현실에서는 와우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됩니다. 그게 칼슨이 칼슨을 칼슨이라는 3인칭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p.s 2 : 위에것을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로 풀어보자면 칼슨은 칼슨의 눈물을 마셔줄 새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칼슨은 스스로를 구분하여 둘로 만든뒤 그 둘에게 절반씩을 나누었습니다. 그 둘이 흘리는 눈물은 절반은 진짜고 절반은 가짜죠. 눈물의 절반이 진짜기에 둘의 눈물은 진짜입니다. 그러나 또한 눈물의 절반은 가짜이기에 둘의 눈물은 또한 가짜입니다. 진짜이면서 가짜인 두 눈물을 만든 칼슨은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로 눈물을 속여 눈물을 마시는 새가 필요없게 만들었다....정도로 이해하실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