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와우관련 게시판마다 전사 암울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pk에 관해 논의를 할 때 전사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전사에 대한 조롱일
정도로 pvp에 약할 뿐더러, 만렙찍은 전사님조차 패치로인한 너프때문에
파티플레이에서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탄하시더군요.
그렇지 않다는 반박(전사를 해본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운)도 만만치
않게 올라오긴 합니다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마따나 전사의 현실이
어떠한지, 과연 진실이 어느 쪽인지는 신규 서버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장기 점검을 받은 8대 서버중 하나의 전쟁 서버에서 전사를 키우다
점검기간동안 신서버로 이주한 케이스입니다. (여담입니다만 계정을 처음
만들때 아무 생각없이 처음에 나오는 걸로 ok버튼을 눌렀기 때문에
인간-남자-전사를 고르게 되었죠. 하면 할 수록 전사의 밸런스를 떠나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 이 기회에 신서버에 전사와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캐릭을 만들어 키우는 중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서버의 경우, 늦게는 오픈 베타가 시작된 후로 한 달 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개장을 했습니다. 따라서 저처럼 타 서버에서 게임을 하다 온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와우를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도 여러 팬사이트를 통해
대략 어떤 직업이 좋고 나쁘다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사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지나가는 캐릭이 방패를 차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해보면
빨간 막대 대신 파란 막대가 있습니다. 사슬입고 다니는 캐릭 중 열에 아홉은
성기사입니다. 도적이나 법사야 원래 인기직업이고, 흑마, 사냥꾼은 솔로잉
매니아들이 많이 선택하는 직업군이라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만, 전사는
그야말로 전멸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성기사의 비율이 기존 서버에
비해 기형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서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던이나 정예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파티를
구성합니다. 하지만 파티의 모양은 기존서버와 판이하게 다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티의 필수 멤버라는 '전사-사제' 콤비가 없습니다.
'만능' 성기사가 '메인 탱커-메인 힐러-부활'을 담당하고 도적과 법사가
화력을 퍼붓는 식입니다. 어그로 관리 안됩니다. 어그로 수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사가 비전계 마법만을 사용해도 벅찬 경우가 많습니다. 힐도 사제에
비해 아무래도 부족한 면이 있고, 무엇보다 파티가 전멸 상황에 처했을때
선두에서 '몸빵'을 하던 성기사가 끝까지 생존해 부활을 담당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구성입니다. 질럿없는 프로토스와 진배없죠.
파티 구성시의 어려움을 차치하고서라도, 게임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신서버의 전사 기근현상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사와 같은 기본 밀리
캐릭은 누가 뭐래도 게임의 중심입니다. 그 중심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게임이
흔들린다는 뜻이 됩니다.
어저께 유료화에 대한 소식이 플레이포럼 배너로 뜨는등, 유료화가 임박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직업간의 균형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습니다. 전사가 좋네 나쁘네하는 게시판상의 갑론을박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신규 서버에 계정을 만들어 필드에 나가보시면 현실을 아시게
됩니다. 전사가 어떤 지경에 놓였는지를...
디아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