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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zaby
작성일 2008-03-29 01:27:48 KST 조회 1,048
제목
오늘 학원 공중폭파됨...




아 진짜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_-



잘나가던 학원이 갑자기 공중폭파 됬음-_- 졸지에 다른 학원으로 옮겨야 될 상황인데...





이 엿같은 상황이 어째서 벌어진거냐면

저도 단지 담임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랑 다른 형누나들 이야기 듣고 종합해서 정리한거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말해보자면...



제가 다니던 A학원의 재수종합반은 A학원 자체에서 운영하던 수업이 아니라

(주)B교육이라는 어느 학원법인이 A학원 교실에 세를 내어 운영하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그냥 B교육이 아니라 B학원이라고 하지요.

여튼 작년 수능이 끝나고 1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계약이 오는 3월 31일까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이없는게 B학원 소속으로 A학원에 와서 재수종합반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

지난 11월부터 단 한번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_-

거의 5개월 가까이 말이죠.



더 웃긴건 A학원에서 작년 11월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재수종합반 선생님들도 작년에 월급을 못받은게 남았다더군요.

그래서 A학원 측에선 지금 수업하는 B학원 선생님들 계약이 끝내고 작년에 수업하던 A학원의 선생님들을 데려다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나봅니다.

그래서 월급 한푼 안준 상태에서 계약이 끝나고 다시 개강하는 4월 1일까지 어거지로 버티고 있었나 봅니다.



B학원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이 일을 해결보기 위해 A학원 원장이랑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꾹꾹 참으면서 노력해왔는데

이 A학원 원장이라는 작자는 일을 해결할려는 의지 없이 대화만 회피하다가 이젠 잠적해버렸다고까지 하더군요-_-

이 A학원에 세를 받은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로 잠적해버리구요...



아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오늘까지 잘 참아오다가 결국 오늘 뭔일이 터졌나봅니다.

말은 안해주던데 갑자기 점심시간 끝나고 국사 들으러 수업하는 교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샘이 와서 일단 올라가라더군요.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교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다가 담임샘이 와서 사정을 설명해주시는데

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여학생들은 울고 남학생들은 어이없어 하고, 작년부터 수업을 들었던 선행반 학생들은 격분하고...



그래서 결국 내일부터 B학원 선생님들이 더이상 수업하러 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후...정말 좋은 선생님들이었는데...



저를 비롯한 몇몇 격분한 남학생들이 아래층 카운터로 내려가 사태를 따지고 남은 수업비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내려갔는데

A학원 측에서 말하길 이 선생님들이 아무말도 없다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통보해온거다. 그러니 내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등교해라. 원장은 잠적하지도 않았다. 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오늘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들은 저와 학생들로선 누구말이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생님들을, 사건을 설명해주는 담임선생님을 믿는 이유는 단 한가지뿐입니다.

저희 담임선생님은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다들 힘들어하니까 잠깨울려고 재밌는 이야기하다가 부끄러워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래도 내가 왕년엔 잘나가던 문학청년이었다. 너희들은 시를 읽으면서 눈물 흘리고 석양을 바라보며 울어본적 있냐?"



라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부끄러워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적어도 저는 시를 읽으며 울 수 있는 사람, 즉 시인의 마음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수많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



선생님이 하신 이야깁니다. 물론 어느 시 구절을 인용해온 말이긴 합니다만, 이런 말을 하시는 멋진분이 그런 거짓말을 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마 이렇게 말한 모든게 오늘을 위해 꾸며놓은 계획이었다 라고 말하는건 더더욱 어이없구요.

언제나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시며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던 선생님이 5개월동안 제대로 월급도 못받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진짜....



선생님이 끝나기전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도 솔직히 말해 저 원장이라는 작자 죽기 진전까지 패놓고 싶다.

물론 내가 이렇게 격분하는 이유는 내가 월급을 못받아서가 아니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에서 그 누구도 자기가 책임을 지고 일을 해결해 볼 노력을 하지도 않으며

가장 중요한건 아무 죄도 없는 내새끼 같은 너희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어야 된다는 것 때문이다."





하아...



도대체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진짜 저는 이런 일이 저에게 닥칠줄은 몰랐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 반 저 반 할거없이 모든 학생이 어이없어 하고 있습니다.

저희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아무말도 안하셨지만 모두 다른 학원으로 옮기기로 했고

다른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오늘 마치고 저녁에 선생님 불러서 같은반 형누나들에 저포함 11명이서 호프집가서 술마시는데 이런말을 해주시더라구요



"내가 진짜 미안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것도 다 따지면 우리어른들 때문아니겠나?

너희들이 무슨 죄가있노. 단지 죄라면 내가 이 학원에서 수업했고 너희들이 이 학원에서 수업받은거 밖에 더있겠나.

정말 미안하다."



아 이 말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정말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려봤다는 거 하나로 정말 좋아했던 선생님이었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수개월동안 무료봉사하시고 이제 1년간 실직상태로 있어야되는 선생님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은 끝까지 웃어주시더군요... 누구보다 힘든건 바로 선생님 자신일텐데....

그리고 마지막 계산도 선생님이 해주시더군요. 원래 형들이랑 남자들이 뿜빠이로 내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대신 계산하셨다는 이야기에 더 슬퍼지고 죄송스러워졌습니다. 정말 선생님이 가장 힘들다는거 아는데 정말....







학원은 이 정도 사태가 벌어지니 이제서야 뒷수습하겠다고 나간 선생님들에게 전화걸고 하는데

이 사태를 학생들에게 전해들은 학부모들도 화가나서 학원에 전화하고

교육청에까지 전화가 가서 실무자들이 파견나오고 했다는군요.

진짜 웃긴건 A학원에서 나간 B학원 선생님들에게 고소를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는 겁니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런 학원의 태도 때문에 전 어떤 악조건이라도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 말겁니다 진짜...



정말 아무리 하나의 교육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게 학원이라지만

학생들을 그저 돈줄,담보로만 생각하는 저 학원에 저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신용을 잃었습니다.

만약 주말동안 극적으로 해결이 되서 수업이 재강되더라도 전 저딴 학원에 다시는 안갈겁니다.

선생님들도 못받은 월급만 받는 선에서 끝을 내겠지요.

다시 재강된다한들 학생=담보,돈줄로 생각하는 학원에서 이런일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겠습니까?





과거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 문제는 다른 학원으로 가서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문제겠군요.

물론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어디서 공부를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이제서야 겨우 선생님들의 수업방식과 진도, 학원 분위기에 익숙해졌는데

다시 학원을 옮기고 어떻게 또 그 학원에 적응을 할지-_-

또 거리도 2배나 멀어져서 통학시간이랑 교통비도 늘어나고 후....



슬픈건 일반 학교에서조차 만나기 어려운 이런 선생님들과 한달만에 헤어져야하는 것과



학원 뒷편 한 오피스텔 사이 골목에 서있던 15m 높이의 웅장한 죽은 거목...

건물짓는데 방해되어서인지 가지는 다 잘려나가고 뿌리도 다 파헤져져서 평방 1제곱미터도 안되는 화단에

검게 말라붙은체 살짝 손만 갔다데도 떨어질것 같은 나무껍질을 달고 죽어있던 나무...

한때 웅장하게 서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나무는, 사랑을 모르는 인간들의 손에 의해 죽은채

따스한 햇빛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상태로 서있었습니다.

가끔씩 옥상에 올라가 아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저 나무에게 사랑한다 이야기해주는 낙으로 학원을 다녔는데

이제 그 나무와도 같이 헤어져야 한다는게 너무나 슬픕니다.

겨우 저만 그 나무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해줬는데 이제 그 나무는 다시 건물의 그림자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무관심 속에서 세월을 보내야 된다는게 너무나 슬픕니다.

세상 모든 존재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거늘....





여튼 이 일련의 모든 상황이 너무나 착잡합니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오고 그저 허탈한 웃음만 터뜨릴수 밖에 없네요 진짜...

아는 사람들에게 다 말하니 전부다 하는말이



"무슨 영화찍냐..."



진짜 영화나 드라마, sbs의 솔로몬의 재판에서나 볼법한 일이

제 눈 앞에서, 아니 그 일에 제가 연관될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성인되기를 1년 앞둔 저는 지금 어른이란 존재가 너무나 무섭고 싫습니다...

저도 언젠가 저런 어른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래가 너무 두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일어서기 전에 하시던 이야기가 제 마음속을 멤돕니다....



"너희들은 제발 착한 어른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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