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Cool. 좋습니다.
하긴 요즘은 쿨하다는 수식어가 칭찬이 되고 있으니 말이죠.
생각해보면 이따위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차피 컴퓨터 게임에 불과하고 재미없어지면 안하면 그만이니까요. 어차피 그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일종의 환상이고, 어느 노래에서 빈정거렸듯이 매일 인사하는 길드원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습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끝없이 치환시켜 가다보면 와우도 결국 상품이고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서 손님이 빠져나가든 말든 그건 파는 사람 사정입니다. 이쪽이 왈가왈부해봐야 정해진 설정이 바뀌는 것도 아니죠.
예, 모두 맞는 말입니다. 설정 '따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유치합니다 사실. 아니 더 나아가서 보면 한갖 와우 '따위' 가지고 여기서 글 쓰고 앉아있는 것도 시간낭비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전 유치한 거 알면서도 스토리에 신경이 쓰이고 유치한 거 알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레이드가고, 유치한 거 알면서도 역사 게시판 가서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글 읽어보는 것이 낙이라 말이죠.
자신의 유치함을 잘 알기에 다른 곳에선 살게라스가 어쩌니 에레달이 어쩌니하고 이야기 안 합니다. 다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자신이 유치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것이 까칠하기 때문에 가끔 내가 유치한 것이 아니라 쟤들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건강하진 못하다는 일이란 걸 알고 있기에 가급적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겠지요. 자신의 유치함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 곳. 다들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곳. 살게라스가 어떻고 에레달이 어떻고 설정이 맘에 안 들고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엉 확실히 그건 그래, 나도 그 부분은 좀 이상하더라' 라고 자연스럽게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참 좋습니다.
와우 XP는 저에게 그런 곳 중의 하나죠. 발산 못 했던 자신의 유치함을, 하루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희일비하는 자신의 유치함을 그래도 솔직한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 곳 말이죠. 그런데 그런 곳에서 '당신 참 유치해'란 말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많이 까보인만큼 반동이 크니까요. 그런 반동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아, 나보다 덜 유치해서 좋겠수. 와우나 하고 앉아있는 주제에.'
예. 별로 좋은 반응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온라인 컴퓨터 게임을 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사이트에서 글 씩이나 쓸 정도면 비슷한 경험을 한 번 쯤은 해 보셨으리라 생각되니 자신의 아픈 경험에 비추어서 봐 주시면 더욱 감사한 일입니다.
이 글이 매우 유치하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늘 그렇듯이 백스페이스 한번 누르시면 그만입니다. 리플이 없다면 '아, 역시 유치하구나. 앞으로는 덜 유치하게 써야지' 하고 반성할테니 말이죠. 혹은 너무 감정이 많이 들어가셨네요. 좀 진정하고 머리를 식히세요. 하고 친절하게 조언하는 리플이 있다면 그분께는 참 감사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 참 유치하군요. 뭐하러 이런 글 쓰느라 시간 허비하고 있습니까? cool하게 살아요 cool하게. 라는 식의 리플을 쓰신다면 가급적 표현을 순화해서 제가 못 알아먹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밟고서 그래도 자신은 '저것보단 더 cool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낌새를 알아채게 되면 저 혼자 유치함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그 분까지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싶어 질 테니 말이죠.
이 정도로만 분한 감정을 표출하고 끝내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만난 '이런' 사람들끼리 서로 누가 더 유치하네 마네하고 싸워봐야 자기 얼굴에 침뱉는 꼴이죠. 그렇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