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라는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서 지고나면 억울하고 빡치는 감정이 두배 세배 되는게 사실이라, 저도 다이아 딱 한 시즌 가본 비루한 플레기지만 래더 하면서 '이 새끼 맵핵 아니야?' 하고 의심하면서 리플레이 돌려본게 한 두번이 아니고, 또 어떤 판은 운 좋게 혹은 감으로 정말 잘 막고 이긴 다음 '아, 이건 맵핵드립 나올 수도 있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생각이 들기도 하죠.
RTS라는 게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후자같은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항상 있는 게 이 장르고 그렇기 때문에 맵핵은 결정적인 물증, 그러니까 정찰도 안된 상대 진영을 보는 시야라던가 4인용 맵에서 정찰 없이 상대 본진으로 러시를 간다거나 하는 확고부동한 맵핵 사용의 증거 리플레이가 있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의심은 할 수 있을지언정 이런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공론화하는 것은 자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소송법의 기조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 여기에 기초한 게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확고부동한 증거를 통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 원칙에 따라, 범죄에 대한 증명의무 역시 피의자가 아닌 의혹을 제기한 쪽에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형법이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굴러간다고 칩시다. A를 싫어하는 B가 아무 의혹이나 짜맞춰서 A를 고소하면, A는 자기가 무죄임을 하나하나 증명해야하고 증명을 못하면 감옥에 갈겁니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까요?
지금 이 게시판은 이게 좀 반대로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의혹에 대한 증명은 피의자가 아니라 의혹 제기자가 해야합니다. 그것도 완벽하게요. 정말 확실한 물증을 갖고와야합니다. 정황증거만으로는 안 됩니다.
딱히 평소 공고에서 글이나 댓글 달고 하는 사람은 아닌데, (사실 나이많은 스갤러 아저씨임) 요 며칠간 사사게 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거 몰아가기 시작하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겠구나.' 맵핵이란 게 참 좀 그래서, 썼다고 증명하기도 어렵지만 그거보다 안 썼다고 증명하기가 더 어려워요. 난 정말 안 썼고 운 좋게 이긴 것 뿐인데, 아무리 그걸 증명하려 해도 '그 경기에 맵핵을 안 썼다는 걸 증명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는 이런 무죄추정의 원칙이 맵핵 추정에 있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닉네임은 따로 언급 안 하겠지만 그 분들이 실제로 맵핵을 썼는지 아닌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리그가 낮아서 붙어본 적도 없고요. 어쩌면 진짜로 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의심과 불확실한 물증만으로 게시판에 공론을 일으켜 그 사람에게 맵핵유저라는 굴레를 덧씌우진 마세요. 가뜩이나 좁은 스타2 유저 풀입니다. 맵핵유저라고 소문나는거, 좋아하실 분 아무도 없을겁니다. 맵핵 사용에 대한 빼도박도 못하는 물증이 없는 한이요. 10명의 맵핵 사용자를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넘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무고한 게이머를 만들진 말자고요.
그럼 다시 스갤하러 감. 오랜만에 존댓말로 글썼더니 오글거려 죽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