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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고철덩어리거인
작성일 2021-02-01 18:04:12 KST 조회 676
제목
XP 판타지 월드 단편 소설 ~ 사막의 유적

다고시안 대공국의 어느 곳.

아직은 해가 뜨기 조금 이른 시각인 새벽, 무수히 많은 별빛 아래인 사막 한가운데 두 남자와 짐을  짊어진 낙타 한마리가 걷고 있다.

한참을 걷다 앞에 선 사내가 멈춰섰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너덜너덜한 양피지를 꺼내 희미한 등불에 비추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중얼중얼하며 잠시 무언가 계산하는 듯 싶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젊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바트비,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아요? 벌써 사흘 째 걷고 있다구요. 이틀이면 도착할 거랬잖아요." 

 

앞서가던 바트비가 뒤로 홱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젊은 놈이 벌써 지친게냐? 사막에서 하루 이틀 정돈 오차로도 안치는 벱이여." 

 

"지친게 아니고, 불안해서 그러죠. 이정표 하나 없는 곳인데..." 

 

앳된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 청년이 불만이 어린 얼굴로 바트비를 똑바로 바라봤다. 평소 바트비가 자랑스러워 하던 검은 콧수염이 모래먼지로 뽀얗게 되어 있었다. 청년은 조금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덜거리고 싶었다. 

 

"게다가 이런 사막에 지도가 무슨 소용이람." 

 

낙타의 등에서 작은 천주머니를 뒤적거리다 결국 한마디 더 붙이고 말았다. 바트비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이봐, 아민. 이건 평범한 지도가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이건 유적과 우리 위치를 바로 보여주는 신묘한 지도라고!" 

 

아민은 주머니에서 말린 대추야자를 꺼내 입에 하나 물고는 우물거리고 있었다. 바트비가 자기도 하나 달라고 손짓했다. 아민이 바트비에게 주머니 채로 건넨 뒤 씨를 퉤 하고 뱉었다. 

 

"아무래도 불량품 아닙니까? 방향만 나타나고 거리는 안보인다면서요." 

 

"아니야. 거의 다 온 것 같아." 

 

"근거는요?" 

 

"느낌이 그래." 

 

그러면 그렇지. 하고는 아민이 한숨을 푹 내쉰다. 어차피 저 양피지가 못쓸 물건이라면 이제 와서 돌아가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부지런히 바트비의 등을 좆는 수 밖에.

애초에 저 허풍선 영감의 말에 혹한 내가 머저리다, 하고 생각을 그만두려 했지만 아무래도 억울한 기분이 들어 또 한마디 더진다. 

 

"진짜 거기 보물이 있으면 1할은 제꺼인게 맞지요?" 

 

바트비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걷는다. 아민은 속으로 '저 영감탱이가 이제와서 발뺌하려 드나' 싶어서 바트비를 재차 불렀다. 그러자 바트비가 입을 열었다. 

 

"3할." 

 

"예?" 

 

"3할 준다고, 자식아." 

 

아민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잠시 보니 바트비의 어깨 저 너머로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보이는 듯 싶다. 바트비가 몸을 홱 돌리고는 아민을 보고 말했다. 

 

"다 왔어. 바로 저기 보이지? 내가 말했던 고대 사원이라고!" 

 

고개를 돌린 바트비의 얼굴엔 득의양양한 웃음이 가득했고, 그 얼굴을 본 아민은 좌우로 쫙 벌려진 바트비의 먼지앉은 콧수염이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

.

.

 

 

"와..." 

 

저 멀리 작게 보이던 하얀 물체는 가까워질 수록 점점 커지더니 거의 작은 요새만큼이나 커졌다. 문짝도 어찌나 큰지 수도 다르고시아나의 명물인 거대한 성문 만큼 컸다. 모래에 파묻힌 아래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걸 감안하면 다르고시아나의 성문보다도 더 큰 건지 모를 일이다. 아민은 넋이 나간채 바라보았다. 무지하게 큰 문은 세월과 모래바람에 칠이 다 벗겨져 있었지만 여전히 튼튼해 보였고 청동으로 보강된 문고리 옆에는 황소 같은 것이 양각되어 있었다. 문짝 양 옆 벽에도 황소 조각이 있었고 벽은 대리석인지 뭔지 상아빛 석재로 빈틈없이 쌓아올려져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아민의 어깨를 바트비가 툭 쳤다. 

 

"어떠냐, 거짓말이 아니지? 그러게 사람을 못믿고 말이야, 자식이." 

 

"헤헤. 죄송합니다요. 바트비 아저씨." 

 

"바트비 어르신이라고 불러. 에헴." 

 

"예이, 어르신. 아니 근데 어르신은 어떻게 이런 곳을 알아내셨답니까?" 

 

"내가 전에 대추야자 행상할 때 말이다." 

 

이야기 하다 말고 의기양양하게 물주머니를 꺼내 물을 마시던 바트비가 사레라도 들린건지 몇번 기침을 해대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어흠. 그 때 이 어르신이 대추야자를 싣고 우리 왈라브(같이 온 낙타)와 함께 중앙사막을 누비고 다니지 않았겠느냐. 콜록. 콜록!" 

 

"그랬습죠." 

 

"어느 한 날은 다르고시아로 가는 상단이 있어 말동무도 할 겸 동행하게 되었거든? 그런데 재수 없게도 '모래바람 도적단'의 습격을 받았다 이거야." 

 

"허어. 그 잔인하기 그지 없는 놈들 말이에요?" 

 

"그렇지." 

 

모래바람단은 저 몇년인가 한참 중앙사막에서 악명을 떨치던 사막 도적 무리였다. 상인들이 지나다니는 사막의 길 근처 모래언덕 사이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상인들을 급습하는 수법으로 유명했는데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모래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그 이름처럼 토벌군이 출병했다 본거지를 찾지 못해 번번이 헛수고만 하곤 했다. 결국 다고시안 대공이 진노하여 책임자가 교체되는 끝에 중앙사막을 이잡듯이 뒤져 본거지를 찾아 소탕하고 수괴를 붙잡아 교수형에 처했다. 아민도 그때 처형장에 구경을 갔을 정도로 다고시안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었다. 

소문에는 그 잔당이 살아남아 사막 어딘가에서 두령의 복수를 노리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체를 본 사람도 없고 아직은 그냥 뜬소문에 불과했다. 

 

"그때 이 어르신이 상단의 호위병이 싸우는 동안 짐을 다 버리고 이 왈라브에 타고서 몸을 건사한 것 아니냐." 

 

"...혼자만요?" 

 

"...맞서 싸우다가. 패색이 짙어지니 후퇴한 것이니라." 

 

아민의 눈에 그득하던 존경심이 한순간 흔들렸다. 

 

"아무튼. 그때 급하게 도망... 후퇴하다 보니 방향도 잃어버리고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이었지. 한 며칠을 그래 헤매다 보니 다다른 곳이 이 유적이었다, 이 말씀이야." 

 

"헤에." 

 

"그래서 이 싸나이 바트비 어르신께서 용감하게 들어가 봤더니, 안에 깨끗한 물이 나오는 분수대도 있고 방마다 온갖 금은보화로 가득하더라, 이 말씀이야. 이 지도도 그때 챙겨온 것이지." 

 

아민의 반짝이는 눈이 다시금 존경심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기도 어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말했다. 

 

"아저씨! 아니, 어르신! 빨리 들어가죠!" 

 

  벅찬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보니 문이 절반은 모래에 파묻혀 있다. 아민은 다시 바트비를 바라보았다. 

 

"어르신? 어떻게 들어가죠?" 

 

바트민이 미소 띤 얼굴로 대답한다. 

 

"삽, 가져왔지?" 

 

"엑, 어르신. 이 많은 모래를 삽으로요?" 

 

"그럼, 내가 정령이라도 불러 낼 줄 알았느냐?" 

 

아민은 당혹감을 느꼈지만, 아직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치만... 삽도 한 자루 밖에 없는 뎁쇼. 헤헤..." 

 

"이 녀석 보게. 이 가는 모래밭에 삽은 하나만 있으면 됐지, 누가 밭이라도 일구라고 하더냐?" 

 

아민의 얼굴에서 결국 웃음이 사라졌다. 아민은 씩 웃는 바트비의 얼굴에서 코 아래 매달린 볼품없는 쥐수염을 전부 쥐어 뜯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

.

 

 

한참을 삽으로 모래를 파다 보니 어느 덧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해는 떠오르자 마자 부지런히 모래를 달구기 시작했고 아민의 땀으로 축 젖은 어깨도 뜨겁게 달아 올랐다. 입으로는 뭔가 계속 중얼중얼 대고 있었지만-대부분 쌍시옷으로 시작되는 입모양이지만 목청이 울리지 않으니 일단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아민은 묵묵히 모래를 퍼내고 있는 셈이다.

바트비는 어느새 염소털로 짠 텐트를 펴고 그 아래 너저분한 양탄자를 깔고 앉아서는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 태우고 있었다. 곧 부자가 될 생각으로 가득차서 벌써부터 미래 계획을 세우느라 머릿속이 분주하다. 

 

'우선 낙타를 한 100두정도 사서 대상단을 꾸리는 거야. 그리고 흰 벽돌에 푸른 유리로 장식한 저택을 짓고, 다르고시아나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찾아 새장가를 들어야지. 아니,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왕을 위해, 대지를 위해, 산을 위해, 용이 날아다니는 푸른 계곡을 위해, 어둠의 군주를 물리칠 영광과 힘을 위해, 난 에메랄드 검을 찾을 것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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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갤러리카페휘 (2021-02-01 22:02:0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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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다고시안 공국이라는 설정 완료되자 마자 소설이 ㅋㅋㅋㅋ 이건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공식 스토리에 넣어보도록 할께요
고철덩어리거인 (2021-02-01 22:18:1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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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회심의 에메랄드 소드 개그인데 아무도 안웃어줘
아이콘 Jin.K (2021-02-01 22:57: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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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 불쌍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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