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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A-27크롬웰
작성일 2019-11-15 21:16:54 KST 조회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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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라이트: 인간의 서 - 11. 행정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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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행정가들Administrators

 

(인간: 성취의 열 두 천년기와 지성 종족의 기원과 역사에서는 행정가들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

민주정은 빠르게 죽지 않았고, 인간도 그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 유명한 조슈아 벨로우즈가 델루로스 VIII에 대한 칸포르 쌍둥이 행성의 실패한 공격을 격퇴하고, 일련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칸포르 행성계 전체를 계엄령 하에 둔 후엔, 민주정의 죽음은 확실한 사실이 되었다. 은하계 역사에서 다시 한 번, 머나먼 칼리반의 지도제작부 단지는 인간 확장의 가장 중요한 단일 요인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인간이 더욱 성숙해져 있었다. 인간은 너무 빠른 확장의 쓴 맛을 알게 된 후였고, 제국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확장에서는 될대로 되라는 행동은 없었으며, 전략적 행성계에 정착하거나 정복한 후에 바로 수 파섹 너머의 새로운 도전으로 뛰어나가는 일도 없었다. 이번엔 인간은 더 방법론적이었고, 더욱 효율적으로 델루로스 VIII, 지구, 시리우스 V에서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뻗쳐 나갔다. 인간은 발딛는 모든 행성을 차지했고, 만일 군사 강국이 길을 막으면 로딘 XI처럼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대체로 인간은 더 항구적이고 파괴적인 경제 전쟁을 이용해 반항하는 세계들을 굴복시켰다.

 

인간이 은하계에서 확장을 시작한지 4번째 천년기가 지났을 때, 인간은 은하계에서 지성체가 있는 행성의 거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었음에도, 아직 민주정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10세기가 더 지나면서 거주된 행성의 80퍼센트가 인간의 군사적, 경제적 소유에 들어온 후엔, 민주정은 소리 없이 죽었다.

 

그 자리에는 7명으로 이루어진 과두정이 나타났다. 그 직위엔 어떤 명시적 제한도 없었으나, 모든 직위는 인간의 차지였고, 생겨난 시초부터 그러했다.

 

하지만 어떤 외계인도 이런 변화에서 크게 고통 받지 않았다. 인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행동하는 자, 건설하는 자, 혁신의 견인차였으며, 외계인이 지배했던 민주정보다 자신의 소유물을 더 세심하게 다루었다.

 

이 과두정체 제국의 행정사무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는 두 세기 넘게 인간의 정력과 관심을 빨아들였으며, 과업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그래야 마땅했다.

 

과두정의 여명기에는 은하계에는 거주된 행성 140만개가 존재했는데, 이 중 115만개가 적극적이건, 수용적이건, 소극적이건, 억지로건 과두정체의 정치적, 경제적 영역 하에 있었다.

 

이런 제국에 생겨나는 문제는 무수히 많았다. 예를 들어, 모든 소속 행성들은 세금을 납부했다. 행성 정부가 세율 인상을 관리했지만, 그것 또한 과두정의 감독 아래에서 이루어졌고. 여기에는 평균적으로 비인간 행성 하나마다 20명의 인원이, 인간이 주류인 행성 하나마다 50명이 배치되었다. 결과적으로 세무국은 2500만명이 넘는 현장 인원들을 부리게 되었으며, 추가적으로 6백만 명의 사무 인원들을 고용했다. 그리고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세무국 또한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군 관료조직 또한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불어났다. 과두정은 250억명의 장병들로 이루어진 상비 임무부대를 물려받았고, 민주정이 끝나기 직전에 존재했던 이들 중 절반을 소집해제하는 것 만으로도 수십만의 행성 경제가 말 그대로 파괴될 것이었기 때문에, 평화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란의 시기보다 더 많은 수의 장교들을 군의 여러 분과들에 남겨두었다.

 

농업 또한 특별한 문젯거리였다. 농업 행성이 15000개가 채 넘지 않는 상황에서 흉작이 있어서는 안 됐다.

 

하지만 적절한 관세를 제정하고, 필요한 행성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일이야말로 믿을 수 없이 복잡한 과업이었다. 그리고 이 일의 부산물은 광범위한 마약 중독의 재확산이었고, 이 사실은 작물 재배를 금지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로 더욱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알타이르 III의 원주민들은 밀이 그들의 신체에 매우 강력한 흥분제이자 환각제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알데바란 XIII의 거주자들에게는 아편이 주식이었다.

 

20년이 채 지나기 전에 관료기구는 델루로스 VIII의 28000 마일 반지름에도 불구하고 행성의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지도제작국은 더 큰 행성 소수에서 인간 거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지만, 그 중에서 델루로스 VIII를 포기할 만큼 큰 행성은 없었다.

 

마침내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나왔고, 금새 그 해결책이 실행에 옮겨졌다. 과두정의 중심지만큼 크지는 않지만 거대한 행성인 델루로스 VI는 조심스럽게 설치된 강력한 폭발물 다수로 산산조각이 났다. 작은 파편들과 불규칙한 모양의 더 큰 조각들은 완전히 정리되었고, 지구의 달만한 크기의 남은 소행성 48개는 과두정의 가장 큰 부서들에게 주어졌다. 소행성들 위에는 돔들이 세워졌고, 행성 규모의 시설단지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생명 유지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반 세기 안에 관료기구 거의 모두가 델루로스 VIII에서 델루로스 VI 소행성들로 이전했다. 소행성들의 궤도는 수정되어 이들은 거대한 델루로스를 중심으로 수백만 마일의 거리를 서로 두고 원형으로 배치되었고, 매일 수 만 척의 배들이 과두정의 수도와 그 부속지 48개 사이를 왕래했다. 여기에는 수십억 개의 강철과 플라스틱 사무실에서 눈이 멀 정도로 햇빛을 반사시키는 적갈색 바위인 상업부가 떠 다녔고, 그 뒤로 가장 작은 소행성인 교육복지부가 16시간의 주기로 자전했다. 태양 맞은 편에는 소행성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군사 단지가 존재했다. 군사 단지는 진작부터 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

 

낮과 밤의 경계선에는 수사부 소행성이 있었다. 매 년마다 있는 8천만회의 관료적인 약속, 거기에 더해 어마어마한 마약 거래와 여러 외계인들의 반란 활동까지 감안하면 이 부서에 업무가 모자랄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으리라.

 

어떤 소행성에게도 쉬운 일이란 없었다. 통신부는 과두정의 첫 의원들이 통과시킨 첫 법령을 적용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어를 공용어로 삼는 것이었다. 재무부 소행성은 끊임없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의 균형을 유지했으며, 과두정 제국의 수많은 행성들 사이에서는 통화가치를 지지할만큼 귀중한 자원이 없다는 문제에 구애 받지 않았다. 노동부의 4/5는 광부들에게 너무 많은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만족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학부 소행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거기에는 122개의 주요 과학 분과에 할당된 수 마일 길이의 거대한 건물 122개가 존재했는데, 그곳의 누구도 권태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창 밖에 있는 반짝이고 빛나는 작은 세계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울리스 스톤은 외계인부가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외계인부 부장에 앉아 있는 건 그였다.

 

그의 일 대부분은 법률 조문 작성, 비준안 권고, 1년간의 맺어지는 조약 50만개 조약의 시행이었다. 또한 인간과 관계없는 전쟁들 모두와 외계인 학대에 대한 항의도 그의 업무 영역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한숨 쉬었다, 바레미우스도 그 중 하나였다...

 

바레미우스는 간단히 말해 골칫거리였다. 원래라면 그 문제는 과학부나, 아니면 군의 어딘가로 갔어야 할 문제였지만, 외계인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그 문제는 모두 그에게 떠넘겨졌다. 사실 문제들 상당부분이 그랬다.

 

바레미우스는 칸도어 행성계로부터 8파섹 정도 떨어진 별의 이름이었다.

 

그 곳에는 3400만 마일에서부터 2억 8천만 마일의 거리 안에 7개의 행성이 존재했다. 그 중 둘에는 거주민이 있었고, 나머지 다섯은 생명이 없었다. 그리고 천문부는 그가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 바레미우스가 2년 안에 신성이나 초신성이 될 것이라 결정했다.

 

그의 일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바레미우스 III과 V의 원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바레미우스 V의 원주민들은 유순하고 철학적인 염소 호흡 종족이었으며, 안정된 항성 근처로 옮겨가는 데 매우 만족해했다. 그러므로 그 문제는 간단한 물류 수송이었을 뿐이다. 물론 '간단한'이란 말은 인구 20억과 그들의 소지품을 1년 안에 은하계 건너편으로 옮기는 것을 표현하는 적당한 말은 아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의 문제는, 그리고 급성 위궤양은 바레미우스 III에서 생겨났다. 외계인 부 전체와 과두정 전체의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단 한 곳만을 빼고: 심리학부는 합의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그것이 문제였다.

 

모든 일은 식물학 탐사선이 바레미우스 III의 삼림 지대 근처에 착륙했던 약 5년 전에 시작됐다. 탐사선 탑승자들은 자신들이 무성한 녹색 식물지대 위에 앉아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우주선에서 내리자 테일랜딩 덕분에 우주선은 그 한가운데의 황량한 흙더미에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실로 가져갈 시료들을 채집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 탑승자들이 다가가는 작은 녹색 식물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큰 그물을 던져 둘을 붙잡았고, 둘을 우주선으로 가져가려고 하자 그 식물들은 다시 뿌리를 박은 뒤였다.

 

그래서 그들은 식물과 주변의 흙 모두를 파내서 우주선으로 가져왔고, 그 식물들이 반육식성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 식물들은 곤충이나 설치류를 잡아먹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 신체 기관이 있었으며, 그것들을 가끔씩 잡아먹을 수 있을 때 더 잘 자라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식을 먹은 후에 더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으며, 색도 더 진하게 변했다. 그 덕분에 선원 중 한 명은 그들을 그리니라고 불렀고, 그 이름이 정착됐다.

 

또 다른 특이사항은 그 탐사 후반기에 나타났다. 식물학자 하나가 뗏장, 또는 그리니들로 가득 차 있던 뗏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채 꺼지지 않은 시가를 던지자 작은 식물들은 시가를 피해 멀리 도망갔다.

 

호기심을 느낀 식물학자는 우주선으로 돌아가서 시가에 불을 붙이고 그리니 옆에서 그것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때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식물학자는 시가를 식물에게 떨어뜨렸다. 하지만 줄기가 심하게 탔는데도 그 식물은 뿌리를 들어올리고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실험 결과 우주선 내의 그리니 시료들은 자연상태의 거주환경에서 보여준 자기보존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작은 동물들을 이용한 보상체계 실험들에도 금성 플라이트랩의 진귀한 친척을 제외하고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관측 결과와 실험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되었고, 보관된 후 잊혀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다른 우주선이 바레미우스 행성계에 내렸다. 바레미우스 V의 염소 호흡 종족들을 방문하는 중 우주선 생명 유지 장치에 이상이 생겼는데, 우주 기술을 가지지 못한 그 곳의 주민들은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우주선은 수리를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에 도움을 요청하고는 자신들의 제한된 산소를 계속 쓰지 않아도 되는 바레미우스 III에서 구조선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우주선에서의 그리니 관찰 결과 또한 실험 수행이 없긴 했지만 이전의 보고서와 흡사했다. 그러나 그들이 델루로스로 돌아가서 생물학부 소행성에 정보를 넘기자, 어느 누군가가 보고서들 전체를 읽어볼 정도의 관심을 가졌고 새로운 탐사대가 바레미우스 III으로 파견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탐사대의 목적은 그리니가 왜 움직이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주선은 착륙했고, 우주선의 연구원들은 평상시 그리니의 행동을 모두 기록했다. 식물 중 5개가 '생포되어' 우주선의 온실로 옮겨졌지만, 그 식물들은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다시 그 식물들을 다른 수 천 개의 그리니가 같이 있는 발견 장소에 되돌려 놓았는데, 자기 동족과 함께하자 그 식물들은 다시 열과 다른 위협에 반응했다.

 

이 실험은 다른 그리니들로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그 결과는 동일했다. 실험실 환경에서 그들은 다른 식물과 똑같이 행동했지만, 자연 서식처에 있을 때, 그 식물들을 자신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하려 했다.

 

그 다음으로는, 다수의 그리니가 우주선의 온실이 아닌 다른 그리니들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지면으로 옮겨졌다. 그리니들은 여전히 반응을 보였지만, 그 행동은 혼란스러워 하는 것처럼 느렸다.

 

그리니들의 혼란은 원래 군집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례해서 커졌다. 그리고 정확히 5.127 킬로미터가 떨어지자 그들은 다시 비활성상태가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계속해서 더 많은 수의 그리니들을 원래 군집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식하는 것이었다. 11500 개체의 군집에서 2천 개를 옮겨가자 그리니들은 반응을 하기 시작했지만 또다시 더 혼란스러워 하면서 매우 천천히 움직였다. 옮겨진 그리니들이 늘어나자 그들의 효율성도 증가했고, 4367개의 그리니가 존재하자 그리니들은 원래 군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반면, 원래 군집에는 1500 개체만이 남았고, 자극에 대한 모든 반응이 멈추었다.

 

그 발견이 보여주는 사실은 놀라웠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집단 사고가 작용하고 있었으며, 개개의 식물이 그 사고의 단위세포로 기능했다.

 

1500개의 단위에서, 그 사고는 잠재성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0개의 단위가 존재하면 운동은 가능했지만 지능은 뒤떨어졌다. 그리고 4367개 이상의 세포가 존재할 때, 이들은 최대 효율로 기능했다. 그리니들의 집단 사고는 은하계 어디에서도, 심지어 텔레파시가 있는 소수의 종족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현상이었다.

 

과학자들이 직면한 다음 문제는 그와 동등하게, 혹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니가 집단으로써 사고를 한다면, 그 사고에는 지성이 존재하는가? 기능하는 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성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인간이 발견하는 지성 생물 하나마다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수천의 다른 생물들이 존재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미묘하고도 복잡한 일이었다. 어떤 식물도 그리니만큼의 지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식물의 지능을 시험할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바레미우스 III 토착 설치류들을 사용하는 여러 보상 제공 상황들이 창안되었다. 그리고 모든 시험에서 그리니들은 설치류를 붙잡을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들에게 지성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수 천 개의 감각 기관을 가진 냉혹하고 효율적인 사냥꾼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도 몰랐다. 

 

그리니 군집 하나가 통째로 생물학부로 옮겨져 연구되었다. 수만의 식물학자와 심리학자가 문자 그대로 수백만 가지의 실험을 고안해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버려졌다. 실시된 실험들은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못했다. 그리니들은 주어진 거의 모든 미로나 사냥 상황들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다른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그리니들은 인간조차 주저하게 만들 먹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배가 부르면 그들은 정신적으로 비활성화되었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주의를 끌 수 없었다. 군집의 절반만을 먹이고, 나머지를 굶기는 실험도 작은 식물 전쟁을 불러오지 못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결론 내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는가? 뇌의 절반에 피나 산소가 부족하더라도 다른 절반을 상대로 무기를 들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니의 지성 유무를 완전히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도 그리니의 마음 속에 어떤 종류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먼 도마르에서 텔레파시 능력자들이 파견되어 왔다. 그들은 그리니 안에 어떤 정신이 있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그 정신은 너무 이질적이라 어느 누구도 그와 접촉하거나, 그 정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 문제는 바레미우스가 신성이 되리라는 것이 발견되었을 때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리니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그 문제를 기꺼이 울리스 스톤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그는 그리니를 본 적도 없었고, 식물학이나 외계 심리학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  

 

그의 첫 행동은 바레미우스 III에서 그리니들을 철수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과 그 물류부담을 추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리니 군집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표시하는 시작 비용만도 20억 크레딧이 들었다. 그 후 지도제작국은 바레미우스 III의 대기와 중력 조건과 유사한 행성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3096개의 행성이 조건을 만족했지만 필수적인 곤충과 설치류가 서식하는 곳은 넷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대피는 그 종족의 새 행성에 어떤 생태적 문제도 주지 않았지만 다른 모든 사항과 마찬가지로 그리니들은 예외였다. 그들은 생식만을 했으며, 450억 개의 이식된 그리니가 이식된 행성의 생태적 균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순 없었다. 그래서 그 중 두 행성이 빠졌으며, 다른 두 행성에는 초식동물이 너무 많아서 그리니가 그렇게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살아남을지가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만일 그들에게 지성이 있다면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곳으로 옮길 순 없었다.

 

그의 예비 보고서를 보고 심리학부는 몇 가지 실험을 더 실시했다. 그것들은 여러 종류의 초식동물들을 그리니에게 풀어놓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작은 식물들을 무시했으나, 그리니들을 먹는 데 관심을 가진 소수는 그리니를 붙잡기만 하면 됐다. 결론적으로 그리니는 회피 기동에는 능숙할 지 몰라도 자신들의 일반적인 먹이보다 큰 동물들에게 유효할 어떤 공격적이나 방어적인 무기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되고 나서, 울리스는 자신의 권고사항을 보냈다. 만일 그리니들이 지성 있는 종이라면, 그들은 반드시 이주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이주시킨다면 원래 고향 행성을 재현하는 인공 소행성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리니들을 모두 대피시키는데는 교대로 근무하는 백만 명의 인원과 5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교대로 운항하는 화물선 최소 2천 척이 필요하며, 3천 척이 권장된다. 이 작업을 더 빠르게 수행하는 방법은 없다, 그의 보고서는 계속됐다, 그 이유로는 450억의 그리니와 함께 바레미우스 III의 설치류 전체와 상당수의 곤충도 같이 옮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권고사항이 수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과두정은 그리니에게 정말 지성이 있다면, 종족을 이주시키고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울리스에게 확언을 주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돈과 인력이  소모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문의 여지도 없이 그리니들이 지성 있는 종족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어떤 행동도 승인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심리학부에 확답을 요구했지만, 얻은 것은 애매모호한 추측뿐이었다. 대체로 그리니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능이 있으리라는 것이 공통된 합의였지만, 그리니들은 너무 다르고, 한 눈에 봐도 완전히 이질적이기 때문에 더 확실한 실험들이 행해질 때까지 객관적인 답은 있을 수 없었다.

 

군은 정중하지만 유감을 담아 자신들은 물론 도움을 줄 의향이 있으며, 그가 추산한 것보다 더 적은 인원과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예산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어서 일반적인 업무조차도 겨우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첨언하기를 만일 그가 과두정으로부터의 행정 명령과 충분한 예산을 받아낸다면, 자신들도 기꺼이 뛰어들어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재무부가 차갑게 알려오기를, 재무부에는 필요한 것 이상의 자금이 있으며 과두정의 법 아래 해당되는 어떤 종족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그 돈을 쓸 것이지만 그리니가 거기에 해당하는가? 아닌가? 그 문제는 상황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심리학부에게서 그리니가 지적 종족이라는 공식 선언을 받아내는 것 뿐이었다. 그러기만 하면 돈이 물처럼 쏟아져 내릴 것이다...

 

교육복지부는 자신들이 뭘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누구라도 그리니와 의사소통할 방법을 찾아내기만 하면 자기들도 손 닿는 대로 기꺼이 돕겠다고 나섰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식물학부와 심리학부의 발견들을 공개한다면 그리니가 일부 교과서와 테이프 내용에 포함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언론만이 그를 도우러 왔다. 그들은 그리니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몇 주가 지나자 모든 행성에는 '그리니를 구하자' 운동 조직들이 일어났고, 대학 세 곳에서는 과두정의 무관심에 대한 반발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외계 종족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에겐 각자의 골칫거리가 있었기에 지성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식물 한 종류의 권리를 위해 싸울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과 그리니만큼이나 크게 차이나는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 문제는 그의 부처, 그의 책상 위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리니들에게는 지성이 없다고 선언해버린 후 손을 씻고 싶은 충동도 가끔씩 느꼈다. 다른 모두가 생각하듯, 그의 마음 속에도 그리니가 정말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숨어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찌됐던, 식물의 정신 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누가 어찌 알겠는가? 언젠가는 심리학부와 식물학부 사이에서 그리니의 지위를 결정하리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지만, 그 언젠가란 그리니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대피와 소행성 건설에 드는 시간, 그리고 베레미우스가 예상보다 약간 일찍 신성이 될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가 생각하기엔 3개월 안에 이 끝없는 관료제 함정을 빠져 나와서 프로젝트를 출발시켜야 했다.

 

심리학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최선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시간의 촉박함 덕분에 그들은 그리니들이 창의적 사고 능력을 보여주도록 강제할 실험들로 넘어갔다. 심리학부에서는 인공 조명을 만들기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을 모두 제공한 후, 그리니들에게 주어지는 태양광을 끊어 버렸다.

 

실험이 중단되기 전까지 그리니 군집의 1/3은 족히 죽었다. 그 다음으로는 그리니들에게 주어지는 식량 공급을 80퍼센트 줄이고, 남아있는 쥐와 곤충들을 바로 잡아먹지 않고 사육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실험이 중단되기 전까지 남은 그리니의 1/4이 굶어 죽었다.

 

심리학부에서는 비슷한 식물의 DNA를 다수의 그리니에게 주입했다. 바로 죽어 나가지 않은 그리니들은 어떤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니들의 의사소통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그리니들을 24시간 감시했지만 방법을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또한 바록 VII의 독 있는 초식성 말벌도 풀어놓아 그리니들이 도망가는 것 외의 다른 방어 기작을 보여주게 하려고 했지만 그 말벌들이 제거되기 전까지 500 개체의 그리니가 더 죽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니들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리니들이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울리스의 시간 제한이 2개월 남았을 때, 심리학부가 처음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초음파 진동으로 실험하던 중, 그들은 초음파가 그리니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 개의 버튼과 레버들이 설치되자, 그리니들은 즉시 더 많은 초음파를 생성하기 위해 그것들을 조작할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는 다른 주파수들이 추가되었고, 사흘이 지나자 그리니들은 계속 더 복잡한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곡조들은 물론 인간 가청주파수 외였지만, 오실리스코프 장비는 그 음악의 모든 음표, 모든 변주, 연주의 모든 미묘한 변화까지도 잡아낼 수 있었다.

 

대피를 시작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해 초조해진 울리스는, 그리니들의 지적 능력에 대한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 이런 정교한 교향곡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무엇이든 지적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심리학부는 여전히 그럴 의사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구의 수많은 새들과, 다른 행성들의 수많은 동물들도 지능에 대한 어떤 주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곡조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물론 어떤 새도, 아마 어떤 인간도 그리니들이 만든 음악만큼 복잡한 곡을 만들어내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게 그들의 지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판단에 따라서, 울리스는 그리니의 교향곡들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곡으로 편곡하기 위해 여러 음악가들을 고용했다. 그리고 교향악단을 구하는 데 더 많이 돈이 들었으며, 몇 주간의 리허설 끝에 그리니의 곡 중 가장 수준 높은 그리니 교향곡 6번의 시연이 있었다. 그리고 청중은 모두 심리학자와 음악가로 채워졌다. 교향곡은 여태까지 있었던 어떤 곡과도 달랐다. 청중의 절반은 공연이 끝나기 전에 뛰쳐 나갔지만, 공연을 끝까지 들은 사람들 대다수는 교향악단, 그리고 작곡가에게 기립 박수를 주었다.

 

질문을 받자, 청중들의 의견은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었다.

 

델루로스 VIII의 가장 위대한 지휘자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로스티콜은 이 곡이 진정한 천재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그리니에게 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며, 인간보다 더 지적일지도 몰랐다. 진지한 작곡자들 사이에서 무관의 왕인 말로어는 이 곡이 흥미로웠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칸포르 VII의 외계인 문화 비평가 중 선두주자인 키르케룬드에게는 이 곡이 음의 조화와 화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작위의 주제적 소재로 만들어진 흉측한 불협화음일 뿐이었고, 지성에 기반한 음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군은 물론 과두정의 일곱 평의회 의원들 또한 심리학부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리학부는 그리니들이 지적 종족이라고 선언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여전히 더 이상의 데이터 없이는 발표할 준비가 되지 못했다.

 

울리스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결심했다. 이틀 후 외계인부는 공식적으로 그리니들은 지적 종족이며 태양이 신성이 되기 전에 이들을 바레미우스 III에서 이주시키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기 비서들에게 적절한 요청서를 만들어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과두정의 여러 부처들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첫 답변은 재무부에서 왔다. 재무부에서는 돈을 예치해 두었지만 외계 심리학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성이 거의 전무한 여자 하나의 말에 따라 돈을 풀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보고한 것은 군이었다. 군은 여전히 매우 돕고 싶어했지만, 그들 또한 과두정 평의회가 서면 허가를 줄 때까지는 손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심리학부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무슨 권리로 울리스 스톤이 자신들의 영역에 끼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리니들은 자신들이 지적인 종족이라고 선언할 때 공식적으로 지적 종족이 되는 것이었다. 한편 평의회는 모르겠다는 듯이 그냥 손을 떼고 다른 일에 집중했다.

 

그 문제는 2년 후, 바레미우스가 신성이 되어서 거의 한 달 동안 주변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었을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과학부 소행성의 그리니 군집은 계속 번성하면서 더욱 복잡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만들어냈다.

 

심리학부는 여전히 그들의 지적 능력에 대한 판단을 내리길 거부했으며, 교육부는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그리니들을 교과서에 넣지 않기로 했다. 또한 행성 이주와 관련된 군 부서는 더욱 시급한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울리스 스톤은 외계인부의 수장에서 사임했고, 델루로스 행성계의 어떤 행성이나 소행성에도 발 디뎌본 적 없는 남자와 결혼한 후 11년 동안 8명의 아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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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Slania (2019-11-15 23:38:5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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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SF는 상상력과 과학적 사고가 조화를 이뤄야 이런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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