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가드 1시즌 에피20까지 다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

↑ 라이온가드의 메인 테마곡인데 국내에는 아직 좀 이름이 덜 알려진 가수 Beau Black이 불렀습니다

 

1. 기본적으로 작품 스토리는 애들보라고 만든 거 치고는 굉장히 짜임새가 있고 완성도가 높다.

다만 나 같은 키덜트나 올드 팬덤을 겨낭한게 아니기 때문에, 수준은 그리 깊지 않다.

라이온가드는 과거 어렸을 때 라이온킹을 보고 자란 세대의 자식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MLP 프렌드쉽 이즈 매직 1기 정도의 눈높이와 유치함을 지니고 있다고 하면 본 사람들은 이해가 쉬울 듯

만약에 몇 시즌씩 방영되어서 인기를 끈다면 아마 포니처럼 자체 팬덤도 잘 챙겨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2.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에피소드가 다 따로 노는게 아니라 정확하게 스토리 진척도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들은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분명히 기억하며, 배웠던 교훈들을 후에도 잘 간직한다, 다만 1시즌이라 중구난방일 뿐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다소 만화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는데,

가끔 어떤 에피소드가 던져주는 메세지는 어른도 덜컥 놀라게 할 때가 있다.

라이온가드는 아이들용 TVA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주토피아처럼 디즈니답지 않게 굉장히 진보한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이해와 관용, 남과 다름을 차별하지 말 것, 명예로움을 지킬 것을 메인 테마로 삼는다.

 

3. 장르에 판타지 속성이 심하게 추가되어 라이온킹 원작을 생각하고 접한 사람이라면 살짝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라이온킹이 '동물들이 말하고 노래한다'라는 걸 제외하면 꽤 정극(正劇)이었던 것에 비해, 본작은 주인공부터가 초능력자다.

그리고 원작 주제였던 '서클 오브 라이프'가 재해석 과정에서 의미가 너무 변질되어 올드팬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4. 라이온킹 원작을 제외한, 라이온킹 2라던가 사이드 스토리로 나온 스핀오프 소설 등과 여러가지 설정 충돌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제작진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리부트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뉘앙스의 설명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라이온킹 -> 라이온킹 2 -> 라이온가드'의 순서가 아니라, 아예 '라이온킹 -> 라이온가드'의 순서로 이해해야 한다.

주인공인 카이온은 라이온가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고 그 이전엔 어디에서도 전혀 모습을 비치지 않은 캐릭터다.

 

5. 주인공인 카이온은 심바의 둘째 자식이며, 유년기의 심바보다는 좀 더 자란 상태. 사람으로 치면 딱 10대 초반이다.

이 녀석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정말로 보기 드문 (거의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완성형 & 초인형 소년 주인공이다.

정신적으로 이미 완성된 인격을 가지고 있는데, 성격도 선하고 정의롭고,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며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다.

보통 10대 초중반 소년이라고 하면 장난기라도 가득해야 하는데 애가 멘탈이 이미 어른이라 거의 별 장난도 안 친다.

아니 님 졸라; 2회차 플레이어세요?

 

6. 전작의 심바가 도피를 하면서 굉장히 괴로워하고 내적 갈등에 많이 시달리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해

카이온은 딱 첫 스페셜 에피소드에서 잠깐 좌절할 뿐이고 조금 슬퍼한 뒤에 곧바로 스스로의 본성을 각성한다.

(심지어는 그 갈등의 원인이 심바의 선입견 때문이다 ㅡㅡ 애초에 카이온의 판단은 처음부터 틀리지 않았다)

이후엔 거의 갈등하는 모습을 안 보이는데, 기껏해야 악당의 거짓말에 속아서 인지부조화를 일으킬 때 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갈등과 고민은 카이온보다는 그의 친구들이 많이 하는 편이다 (혹은 심바가 하거나)

 

7. 주인공이 성격+멘탈+가치관부터 개사기 캐릭인데 가지고 있는 초능력 때문에 그 나이에 벌써 세계관 최강자의 위치에 있다.

근데 초능력 때문에 센 건 아니고 그냥 맨몸 피지컬도 미쳤따 하이에나는 그냥 앞발 후리기 정도로 때려잡고

성체 암사자 4마리와 육탄전으로 싸워서 지긴 하지만 그 중 둘을 넉아웃시킨다.

본격적으로 능력을 쓰면 하나의 프라이드 전체와 싸워도 무쌍을 찍는다. 주인공 보정 노답 ㅉㅉ 내가 빌런이면 진작에 서렌침

 

8. 카이온이 가진 초능력의 정확한 명칭은 'Roar of the Elders(선조의 포효)'라는 건데

처음엔 스카이림 푸스로다 정도의 성능만 보여줬는데 (물론 그것만으로도 존123내 강력)

흐르는 폭포도 거꾸로 역류시키고, 협곡에서 발생한 해일 홍수도 막아내고

최근엔 메마른 땅에 가서 비구름을 불러 비를 내리게 하는 짓도 했다

예??? 이건 그냥 파워 워드 아닙니까?

아니 여기에 진짜 신이 있는데 라피키 같은 짭퉁 제사장이 대체 왜 필요하냐??? 응???

 

9. 디즈니는 1994년도에 지들이 하이에나에게 씌워놓은 빌런 이미지를 20년이 지나도 세탁해줄 생각이 없다.

 

10. 스팟라이트가 완.벽.하.게 주인공과 그 일행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심바와 키아라는 취급이 매우 안 좋아졌다.

심바는 말로만 현왕이고 등장마다 입 털기 or 카이온 굴리기 or 카이온 갈구기 or 노래 부르기 밖에 안 하는 한량이 따로 없다.

그러다가 정말 가끔씩 제대로 된 일처리를 마지못해 하러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현실의 숫사자를 매우 제대로 고증했다.

그래도 잘 생기긴 여전히 오지게 잘 생겨서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섹시함이 계속 강조된다.

무파사가 심바에게 아버지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에 비해 심바는 카이온에게 아버지 역할을 잘 해주질 않아서

오죽하면 죽은 무파사가 퀴즈쇼 전화 찬스 수준으로 맨날 나타나면서 카이온의 실질적인 아버지 역할을 대신 해준다

심바는 사실 캐릭터 성격이 요랬다 저랬다 해서 까이는 것보단 외모 디자인 변화 때문에 좀 더 까이는 편이다.

너무 납작하고 동글동글해져서 사자가 아니라 그냥 산고양이 같아졌다. 심껄룩

 

11. 키아라의 경우에는 팬들마다 견해가 좀 다른 편인데,

2편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카이온 밀어주기에 의해 희생된 면이 있다는 건 누구나 공감한다.

키아라도 2편이 나왔을 당시엔 올바른 가치관과 굽히지 않는 성격, 뚜렷한 사랑 덕분에 굉장한 호감형이었는데

라이온가드에서 그 성격은 유지되면서 주인공이 아니게 되어 '점잖은 것 같은데 짜증 잘 내고 고집이 센 공주님'으로 변했다.

어른이 된 후에야 프라이드 랜드와 아웃랜드를 통일하고 심바의 썩어빠진 고정관념을 고쳐주는 등 외교 대사 급의 캐릭터지만

다시 어린 시절을 다루는 여기선 카이온 띄워주기에 의해 키아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발생했고,

심지어는 독재자 기믹도 생겼다.

한 번은 심바가 떠나서 국왕 권한대행을 하게 됐는데 카이온의 충고를 안 들어서 프라이드 랜드가 뒤집어질 위기까지 간다.

심바가 막바지에 돌아와서 카이온한테 '누나의 통치가 어땠니?'하고 물어보니까 카이온이 웃으면서

'썩 나쁘지 않았어요'라고 선의의 거짓말까지 해서 시청자들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다.

다만 여기 서술한 밉상 캐릭터는 초반부에만 그렇고

가면 갈 수록 개념 캐릭터의 모습을 많이 보여서 왕위 계승자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라이온킹 2에서 심바가 보여준 과잉보호가 라이온가드에서 아주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키아라도 어려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한다.

 

12. 삽입곡과 OST는 진짜 정말로 끝내준다. 특히 카이온 성우가 노래를 저어어어어어어어엉말 잘 한다

카이온이 너무 완벽한 나머지 심바나 키아라에 비하면 비호감으로 보이는 수준인데 노래 한 번 듣고 기절함

주로 우울한 기분일 때 들으면 밝아지는 종류의 음악이 많고 스와힐리어 코러스가 아주 많이 들어감

 

 

13. 이렇게 완벽한 주인공인 카이온에게 단점이라고 할 만한게 딱 하나 있는데

카이온은 지 동족인 사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다.

음, 이건 마치 동성애쟈가 이성을 보는 모습 같다

그래서 틀딱 심바가 전통에 따르라고 했는데 단호히 거절하고 라이온가드 동료들도 죄다 다른 종족으로 자기가 구성했고

심지어는 연애도 또래의 암컷 하이에나랑 한다

아… 그러니까 다시 말해… 주인공이 버갤럼이라 그 말입니다

사실 어릴때 라이온킹 처음 보면서부터 느낀건데 심바 태어날 때 동물들이 죄다 프라이드 록 가서 와와 하던데 미래의 지들 포식자가 태어나는건데 왜 저리 좋아하는가 의문이었음. 뭐 제일 환호 어설프게 하는 동물부터 잡아먹혀서 그런건가? 엥 이거 완전 북ㅎ...

그건… 제가 수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는데요
어썸함을 위해서에요.

환호하는 사이에 암사자들이 뒤에서 몰래 소리없이 목을 물어갈지도 몰라

하이에나 세탁은 주토피아2에서 제발....
결론은 12번이군요

명예로움을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