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평이 너무너무너무 안좋아서 이걸 꼭 봐야하나 고민을 했었습니다.
만원이나 주고 이 영화를 볼 바에야 스팀에서 만원짜리 명작게임인 달에게 이나 종이,제발을 사서 하는게
좀더 감동적이고 남는장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이 영화에는 원더우먼이 나오잖아요. 솔직히 배트맨 슈퍼맨 다 필요 없고 원더우먼이 영화로 출연한다는데
뭐가 어찌 됐건 꼭 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그리고 다 보고 난 뒤 소감은..
다른건 다 둘째치고요, 영상미 하나만큼은 정말 훌륭합니다.
영상 하나 하나가 예술이에요. 음악도 상당히 잘 어우러져 있구요.
한 씬 한 씬이 CF수준입니다. 감독이 300도 만들었었죠? 그때도 그랬는데.. 일단 영상미 하나만큼은 깔게 못되더군요.
그리고 스토리는..
이거 뭐.. 중고딩이 쓴 DC코믹스의 팬소설이네요. 개연성이랑 설득력이 왜 이모양인지?
거기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신 번역도 스토리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냥 그래요. 이 영화에서 스토리라는건, 15초~1분짜리 CF와 CF를 연결하기 위해 임시로 묶어둔 실 같은 느낌입니다.
스토리 전달력 자체가 너무 떨어져요. 아주 중요한 내용이 스쳐지나가는 말들이나 화면상에 잠깐 지나가는 문구에 다 들어 있습니다.
차라리 영화의 비주얼적 예술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스토리 전달에 애를 썼다면 훨씬 나았을거 같은데.
중간중간에 잠깐 나오는 떡밥이라든지, 다른 히어로의 미리보기같은건 꽤 흥미로웠네요.
그리고 악역 렉스 루터 말인데.. 이거 뭐 되다 만 조커같은 느낌입니다. 조커라는 이름을 거론하는거 자체가 죽은 히스레저한테 미안할 지경이지만, 그만큼 걍 미친 또라이 악역같다는 소리에요. 그냥 보고 있는것 자체가 불편하면서도 말하는 소리를 도저히 알아 들을수도 없고. 이거 번역 문제입니까? 아니면 영화 자체 문제입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괜찮았던건 다름아닌 원더우먼입니다. 원더우먼도 안 나왔으면 이 영화는 진짜 구제불능이었을거에요.
아주 오랫만에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이면서도 강렬함과 깔끔함 그리고 훌륭함 어디 하나 빠지는데가 없네요.
영화가 비주얼만 괜찮으면 뭐 합니까? 우리가 돈 내고 영화를 보러 가는거지 그럴듯하게 잘 빠진 CF묶음집 보러가는건 아니잖아요? CF는 영화 보기 전에 이미 지겹도록 틀어주잖아요. 그것도 돈 내고.
이 영화의 존재 의의는 이겁니다. 그럴듯한 비주얼과 음악의 향연. 그리고 원더우먼의 현대 첫 등장 영화.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요? 그건 그냥 장식입니다. 포장도시락에 넣어주는 풀모양 얇은 초록색 플라스틱 같은거에요.
이 영화를 보고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영화 만든 감독이랑 번역한 사람은 이 길 말고 다른길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어쨌든, 이 영화를 아직도 못 본 분이 있다면 기대는 하지 말고 보러 가세요. 사실 안 보러 가도 상관은 없습니다. 원더우먼에 관심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