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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12-13 21:59:19 KST | 조회 | 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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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함 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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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본제국은 6개 행성계와 30개 행성을 아우르는 신흥 우주제국이었다. 이 행성계 연합은 우주에서 57번째로 양자얽힘 워프드라이브를 자력 개발한 우수한 선진 우주공학 종족이었다. 인간계 종족으로 따지면 5위권 안에 들었다.
무시무시한 미시 물리학의 수혜를 입었음에도 대일본제국은 테크노크라트 국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9000여년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에 밴 민족 특유의 얼과 정신을 사랑했다.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신조는 모든 일본 토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간의 유전자에는 일본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심우주 고고학적 사실에 기반한 선민사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종의 정치적 명제가 되었다. 이론적으로 그들은 우수한 일본 유전자를 온 우주의 진공을 가로질러 퍼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군비를 확장하고 군수공장을 짓고 행성을 정복해야만 했다. 일본제국의 폭력적 확장 정책과 폐쇄적인 외교술은 결국 은하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세력 영미 커먼웰스의 분노를 샀다.
영미 커먼웰스는 고대 지구의 패권국 미국과 영국이 어느 한 시점에서 합쳐진 거대 군국주의 국가였다.(혹은 당시 2위 국가였던 대영연방이 닥쳐오는 아시아 공동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 북미 제국의 속국화 되었다는 학설이 있다.) 영미 커먼웰스의 힘은 막강한 해군 과학에 있었다. 그들의 전함과 일본제국의 전함을 비교하자면 모니터 함과 쌍동 갤리선 정도로 볼 수 있었다.
일본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전쟁의 승패는 물질적인 힘이 아닌, 보다 정신적인 전략과 전사의 숙련도에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일본제국은 패전을 거듭했다. 커먼웰스의 악랄한 커스티 메 르이 장군은 <멸절전략> 으로 은하계 모든 방면에서 일본제국을 압박했다. 멸절전략은 적국의 행성과 소행성, 궤도 콜로니를 보이는 족족 원자 단위로 분쇄해버리는 극악무도한 전쟁술이었다.
수세에 몰린 일본 제국의 과학자, 고고학자들은 수십억 (일본)달러의 비용을 들어 국가를 구원할 엄청난 프로젝트에 진입한다. 바로 고대 지구를 시뮬레이션으로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고고학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가 아주 오래 전 합병한 칸코쿠 라는 나라의 역사에는 이순신 제독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인격을 복원하여 우리의 클론 장교 두뇌에 이식해야만 합니다."
이 실험은 종족의 역사적 영혼 실체화라는 개념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일본 수뇌부의 입맛에 딱 맞았다. 그렇게 <오퍼레이션:이순신프리덤> 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17개의 행성이 멸절-리틀-폭탄보이에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362개의 고리형 인공 식민지가 부서졌고 512척의 구축함이 격침 당했다. 커먼웰스는 오직 32척의 콜벳을 잃었을 뿐이었다. 패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진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시간은 일본제국의 편이었다.
드디어 이순신 제독의 인격 복원이 성공한 것이었다. 전 일본이 환호했다. 수천년 전에는 조선 사람이었던, 지금은 대일본제국이라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의 일부일 뿐인 칸코쿠 소수민족도 한 마음 한뜻이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신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이순신 제독의 전용함 '거북선'급 양자 구축함이 힘차게 핵융합 꼬리를 분사해 심우주로 나아갔다.
고대 거북선의 모양을 스텔스틱하게 어레인지한 이 전장 780m짜리 함선의 양 옆구리에는 총 52문의 카타나급 17인치 쌍열 레일건이 장착되어 있었다. 선봉 거북선의 뒤로 대략 700여척이 넘는 일본제국 구축함들이 따라붙었다. 그들 모두 87식改 최신형 핵융합 엔진과 카타나급 쌍열 레일건으로 무장한 극악무도한 대함전 챔피언들이었다.
다음 날, 신뉴욕 행성 기준으로 0732시에 이순신 제독의 '검의 영혼' 함대가 대패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종군기자 연합이 초고화질 실시간 초공간 보정 카메라로 염탐한 결과, 은하계 3/4 분면 서쪽 끄트머리에서 두 함대는 첫 접전을 벌였다. 영미 커먼웰스 초공간 추진 드론 편대가 처음 '검의 영혼' 함대를 발견했다.
드론들은 전술정보를 데이터링크로 전송한 즉시 자폭하여 우주 데브리화 했고, 71척의 뱅가드급 양자얽힘 행성표면포격 순양함과 161척의 컨스티튜션급 핵융합 다면체크리스탈결맞음광선광역대공요격 구축함이 날개를 펼쳤다.
한편 71만 킬로미터를 더 나아가서야 검의 영혼 함대는 적 리버티 함대를 인식했다. 그 상태로 검의 영혼 함대는 카타나 레일건을 핫 상태로 만들어 놓은 뒤, 울돌목이라 알려진 소행성 지대 뒤에 숨었다. 이순신 제독은 적 함대가 울돌목의 무시무시한 이상 중력우물과 소행성 우박에 전열이 흐트러진 틈을 타, 자신의 주특기인 1:1 근접 포격 난전을 펼쳐 적군을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다. 카메라 EO센서에 582만 킬로미터 바깥에서 다량의 감마선이 방출됐다. 71척의 뱅가드급 순양함이 발포한 총 3212발의 초도약 반물질 탄이 3펨토초도 안되어 검의 영혼 함대에 착탄했다. 그리고 검의 영혼 함대는 울돌목의 소행성 무더기들과 함께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이 책임을 물어, 군법 재판이 열렸다. 오퍼레이션 이순신 프리덤을 주관한 32명의 과학자와 17명의 고고학자는 목이 달아날까 두려워 벌벌 떨었다. 군사 재판에서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면 참수형이오, 이순신 제독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변론하면 영혼 모독죄로 뉴런 화형에 처해질 운명이었다. 덜 고통스러운 죽음과 고통스러운 죽음 중 택1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 한 천재적인 동료 고고학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형장에 난입했다. 헌병들이 그를 제지했지만, 그는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걱정 마십시오!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이순신 제독은 여전히 조선 최고의 수군 장군이며, 우리 일본제국 과학자들도 여전히 위대한 컴퓨터 공학의 선구자들입니다."
"그럼 대체 누구 탓이란 말인가?"
노한 대법관-장군-총통이 소리쳤다.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이순신 제독은 바다라 알려진 공간에 둥둥 뜨는 나무 뗏목으로 적과 맞섰습니다. 그때의 전투에는 고도의 높낮이도, 광역 탐지도, 열감축 스텔스도, 전자전도, 대공 요격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노꾼과 조력의 힘으로 노트를 높여 적의 뒤를 잡아 포격을 가하거나 근접전을 해 상대의 배를 부수고 으깨는 행위가 전부였습니다. 그 시대에 이순신 제독은 거친 감과 측량의 정신 그리고 불굴의 영혼으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잘 싸웠습니다.
우리는 91세기 전장에 있습니다. 고대 전쟁에서 싸웠던 사람을 현대 전장에 내보내니 당연히 적과 맞설 수 없었던 게지요. 그러므로 이것은 이순신 제독에게 최신 해군 전략과 전장 정보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은 해군 사관학도들의 잘못입니다!"
우렁찬 박수가 객석에서 터져나왔다. 대법관-장군-총통도 하얀 군복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그는 육군성 출신이었다.)
32명의 과학자, 17명의 고고학자, 그리고 1명의 용기있는 변론을 했던 동료 고고학자가 뉴런 화형으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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