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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8-18 18:19:48 KST | 조회 | 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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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은 취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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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니-혼의 무결점 비-타오락 영웅전설:영의 궤적을 플레이해 봤는데
지금까지 줄곧 즐겨왔던 양키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지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이제부터 '스크립트 친화적 게임플레이 지향성' 이라고 부르련다.
예를 들어 만약 양키놈들 RPG에서 플레이의 주요 장소가 되는 마을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양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무기점,물약상점,강화상점의 위치)를 주고 난 뒤 그대로 침묵할 것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설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직접 발로 뛰고 NPC들에게 말을 걸어 설정 정보를 그러모아야 한다. 이것도 게임 내의 롤플레잉을 중시하는 바이오웨어류 씹덕겜에나 달려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영웅 전설은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스킵할 권한을 애초에 주지 않는다. 영웅전설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주요 장소는 크로스벨...마을...자치..어쩌고..그런 도시인데 스토리 작가들이 이 가상의 마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게임하는 내내 크로스벨에 관련된 방대한 설정 지식들을 선형적으로 풀어쓴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플레이어들은 이 가상의 도시 역사와 도시 행정, 관할 구역, 시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산업 분야, 향후 경제 전망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만 한다. 물론 게임의 메인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다. 참고로 필자는 아직 필자가 사랑하는 경기도가 뭘 주로 생산해서 GDP에 기여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하지만 크로스벨이 금융업과 외국인직접투자가 융성한 대륙의 제 1도시라는 걸 안다.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양 게임에서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설정을 떠다 먹여주는 식의 행동은 쿨하지 못한 것이다. 양키 색히들은 시냅스 뿌리 끝까지 경제성의 원리에 전염된 나머지 모든 게임의 스크립트가 목적 중심적이어야하고 간결하며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 외에는 영원히 닥쳐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원리에 철저히 입각해서 만들어진 게임이 있는데 갓아블로3이라고..
어쨌든 일본 게임은 그런 비난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좋게 보면 이 게임의 제작자들은 롤플레잉에 심취한 것이다. 얘네들은 자기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를 정말 진지하게 여기고 있어서, 딱히 초과수당을 부여하지도 않을 사족같은 설정들 만드는데 자진해서 야근하고 자판기를 두드렸을 것이다. 작가라면 이들의 정신을 흠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게임에 쓸데없는 살덩어리들을 마구 붙이는 바람에 게임의 완성도가 형편없어진 것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결국 취향 문제다. 솔직히 나는 영웅전설을 하면서 별 시덥잖은 사건의 전개에도 마을 NPC들의 대사 스크립트가 달라진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재밌었다. 그러니까 내 안에 잠들어있던 이너씹덕색히가 비-타 무결점 게임 영웅전설을 통해 눈 뜬 것이다. 세상에는 여전히 씹망겜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극소수의 씹덕색히들이 있다. 씹덕색히들을 위해 설명충들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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