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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2-16 00:14:40 KST | 조회 | 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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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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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끝에서 스티로폴 컵라면 그릇을 들고 서 있는 노숙인을 보았다
워낙 사기꾼이 많아서 평소라면 그냥 무시하고 집에 갔겠지만 추운 날씨에 의심 따위는 접어두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동전이 꽤나 많았다
그와 스쳐가면서 그 동전들을 드리고 왔다
저녁을 먹고 잠깐 졸았기 때문인지 온몸에 뻐근한 생기가 돌고 있었다
날은 춥지만 걷고 싶었다
그렇게 한동안 걸었다
일요일 밤이라 동성로에도 한적함이 찾아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월요일을 준비하러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고양이 한마리가 바쁜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갔다
날 피해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자기 갈길이 바빠서 서두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술을 먹은건지 천천히 걷는 한 사내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내 코를 자극했지만
그냥 피해서 걷기로 했다
이정도로는 지금의 내 기분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약 30분 정도의 짧은 산책을 끝내고 12시가 되기 전에 택시를 탔다
아저씨 심야요금은 저도 부담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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