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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0-10 22:02:07 KST | 조회 |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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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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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술꾼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술을 마시나요? 술꾼이 대답했다.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기 위해서죠? 어린 왕자가 다시 술꾼에게 물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을 잊기 위해서야. 술꾼이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그는 너무도 이상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흔들고는 그 별을 떠났다......
술꾼은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셨다. 계속해서, 그 별에 있는 술을 모두 마셔버릴 때까지, 그가 이 별에 오기 전에는 한 가정의 가장이어서, 돌보아야 할 아내와 세 자녀가 있었다. 그는 작은 소행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그 별은 너무도 작아 아내와 세 자녀를 먹이기에는 언제나 굶주려야만 했다. 수년이 지나 그의 아내는 너무도 병약해졌고, 세 자녀도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그는 이윽고 새 별을 찾으러 간다며 창고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식량을 몽땅 싸 들고서는, 가족 곁을 떠났다. 여행 끝에 그는 한 별을 찾아냈는데, 이는 술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작은 소행성이었다. 원래 있던 소행성보다 작았지만, 그는 긴 여행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 별에 자리를 잡았다. 짐이라고는 작은 탁자와 의자, 몇 개의 빈 유리병과 더러운 그릇뿐이어서, 소행성에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술을 마셔 보았다. 오랜만에 먹는 술은 맛이 기가 막혔다. 그는 곧 과음을 하게 되었고 곧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아니 소행성이 50번째 돌았을 때, 그는 깨질듯한 머리를 쥐어뜯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내 가족들은 굶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술이나 마시는구나!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하늘을, 아니 우주를 바라보았다. 바라본 우주는 너무도 텅 비어 있었고, 별들은 너무나도 멀었다. 아득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아!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여행을 한단 말인가! 내가 가진 식량은 이미 떨어졌고, 옷은 헤졌으며, 신발은 닳고 닳아 발가락이 삐져나올 지경인데, 여기서 내가 여행을 하다가는 죽고 말 것이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괴로웠다. 그는 여행을 더 하고싶지 않았지만 그의 눈 앞에는 굶주리는 가족들이 아른거렸다. 그는 이 가족들을 잊고 싶었다. 자신을 잊고 싶어 그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 자신을 잊고 싶어 다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마침내 술에 취해 잠에 곯아떨어지면, 그는 이내 행복한 꿈을 꿀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잠이 깨면 다시 술을 마셨다. 몇 십년이 지난 뒤 그의 앞에 금발머리 소년이 서 있었다. 술에 취해 어른거리는 눈을 비비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의 둘째 아들이 생각난 그는 다시금 술병을 기울여 술을 마셨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 되뇌이며 술을 마셨다. 금발머리 소년이 물었다. 아저씨는 왜 술을 마시죠? 아내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잊기 위해서지, 술꾼은 대답했다. 대답하는 와중에도, 그는 술을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금발머리 소년이 다시 물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죠? 그는 술잔을 잠시 바라보며 말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을 잊기 위해서야, 그리고 술꾼은 이내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소년은 떠나 있었고, 그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금발머리 소년 또한 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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