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늙은 경제학자가 삶을 돌아보며 세계여행을 하던 도중 한국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길이였다. 늙은 나이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배를 타고 가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였지만, 많은 미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흔히 north or south라고 물어보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부산이였다. 그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들은 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하다는 말을 떠올려보며 돼지국밥을 찾는다. 그는 한국어 위키백과로 돼지국밥 항목을 구글 번역기로 본다. 음식으로는 드물게 음식의 효능이 써있는데,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그래도 위키백과에 써있으니 완전 거짓은 아니리라. 그는 건강도 챙기게 되었다며 여러가지로 신난다. 글자의 모양새를 짐작하여 들어간 식당에서 나가는 사람과 문에서 마주친다. 엘레베이터도 나오는 사람이 먼저니, 이 늙은이가 먼저 비켜주는 것이 당연한 이치리라. 하지만 나오는 사람의 태도가 얄궃다. 늙은 학자의 느린 몸보다 나오는 이의 몸짓이 더 빠른 것이다. 늙은 학자는 넘어질 듯 뒤로 밀리지만, 뭐라고 하는 한국 사람은 오히려 화내는 것 같이 말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은자의 나라 한국이라는 엉터리 제목으로 책을 썼는가?' 학자는 옛날 책에 괜한 불평을 해본다. 한국 말을 모르니 이 자에게 불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턱에서의 고난한 여정 끝에 그가 도착한 식당에는 의자가 없다. 납작한 탁자만 줄줄이 붙어있다. 혼자 앉기에는 미안한 사이즈. 하지만 그런 것이 그에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 그는 당당히 앉아서는 눈이 옆으로 길게 찢어진 종업원에게 어설프게 메뉴판을 손으로 짚으며 주문을 한다. TV에서는 야구를 하고 있다. 손님들은 화면을 손가락질하며 경기를 보고있다. 아마도 부산의 야구팀이 약체인 것인지. 저 구장이 누구 홈 구장인지 모르니 giants인지 twins인지는 알 길이 없다. 옆에는 양념통이 놓여있다.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에 따라 양념을 많이 넣으면 효용이 감소할 테니 양념은 안전하리라. 그는 생각해본다. 이윽고 돼지국밥과 함께 밑반찬 몇 개가 딸려나온다. 부추무침 비스무리한 것과 김치, 새우젓. 그는 부추의 맛을 본다. 그냥 먹기에는 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밥을 커다란 "냄비"에 넣어서는 휘휘 저어서 그냥 맛을 본다. 고깃국물은 기본적으로 맛있지만, 명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약간 실망하다가, 양념통의 존재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조금씩 넣어서, 양념의 한계 효용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너무 늙었고, 늙은 사람들은 미각 세포가 퇴화하기 마련이다. 그는 양념을 계속 넣었지만 적당한 맛을 찾을 수 없었고 양념통을 다 비우는 순간 고혈압으로 인해 뇌졸중이 생겨 그자리에서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