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씨는 나노공학, 뇌과학, 그리고 신경약학 세 학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능한 인재이다. 그녀는 쉽게 사회공헌훈장과 그 부상인 '업적이 계속 유지될 시 자신과 직계 후손의 영원한 생명 유지의 보장'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세 가지 전공을 통합하는 연구 방면은 학계에서도 가장 뜨거울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주목받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다른 사회공헌훈장을 받은 친구들, 예를 들면 고고학 학자라든가 서양 고전철학자 같은 사람들과는 달리 필멸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었다.
훈장을 받고 난 12년 후, 그녀는 응용 나노로봇 군체를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청소년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군체가 청소년의 몸에 주입되면, 군체의 나노봇들이 혈중의 신경전달물질의 구성비율을 매우 높은 신뢰도와 낮은 오차범위로 외부에 전송하였다. 이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군체로 청소년의 사고와 감정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일도 아니었고,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몰래 주사기를 꽂아넣었다. 그 과정에서 깨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런 것은 매우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지은씨에게도 물론 아이가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유전자 구성으로 만들어진 인공정자로 만들어진 그녀의 아들 수민은 그야말로 가장 완벽한 인간상에 가까웠다. 착하고 잘생기고 총명한 그녀의 아들은 앞으로 지은씨와 함께 영원히 살아갈 동반자이기도 했다. 수민이 자신과 함께 영원히 20대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면 영원의 시간도 외롭지 않을 것이었다. 지은씨는 그런 상상을 하며 흐뭇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수민이 얼마나 이상적인 유전형질을 가졌던 간에, 그는 이제 16살이었다. 아직 전전두엽이 완전히 익지 않은 이 시기의 인간은 일반상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하는 법이다. 지은씨는 수민이 서파 수면에 빠져들었을 때 자신이 미리 설계해놓은 원격조종 투입기를 이용하여 수민의 감각에 아무런 영향 없이 군체를 주입했다. 다른 부모들처럼 좀 더 '야만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지은씨는 그녀의 위대한 철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수민의 신경전달물질 비중은 완전히 정상적이었다. 행복의 세로토닌, 성취의 도파민, 그리고 동기의 노르에피네프린. 억제의 GABA, 운동과 기억의 아세틸콜린 . . . 우리의 생각을 관장하는 모든 물질들은 수민의 혈관에서 완벽한 비율로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도타좀 하다가 다시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