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12522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아이콘 맥건
작성일 2013-08-25 20:32:07 KST 조회 129
제목
외출

나는 외출하는 버릇이 있다. 주말에는 외출을 하고야 만다. 혼자 나가던 둘이 나가던 세 명이 모두 나가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간다는 사실이며, 나간다는 표현이다. 과연 나는 나가고 있는가? 나는 나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생각해 보라. 나는 빽빽하게, 똑같이, 외관상으로는 '균형미'인지 '무개성미'인지 모르겠는 그런 구조의 문을 연다. 앞의 문도, 아래의 문도, 위의 문도, 모두 똑같다. 이곳에서 시각 장애인은 길을 찾지 못하리라. 이 문과 이 길은 그저 동일한 구조의 반복이다. 게으른 건축가의 짓이리라. 어떠한 안정적 구조를 가지고 그저 같은 설계를 27번 하면 되는, 그런 구조. 여하튼 그런 문을 열고 이 구조 A에서 구조 A로 이동하는 통로를 지난다. 통로마저도 항상 같다. 누구든 출발은 다르다고 - 사실은 결국 또 같은 구조 A 아닌가? - 해도 결국 도착은 또 통로 A인 것이다. 거기에는 또 문이 있다. 이 문은 과연 나가는 문인가? 역시 나가는 문은 아니다. 나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도망치듯 뛰어나와 버린다.

 과연 이 외출 - 결국 이것이 外出인지에 대한 고민은 포기했다 - 의 목적은 무엇이며, 나는 왜 지금, 이제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온 것 같다는 기분 속에서, 90도 직각의 남성적 도회지에 서있는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주머니에 든 동그란 슈어 케이스를 꺼낸다. 플라스틱이다. 가방에 걸라고 무언가가 되어 있으나, 가방에 이어폰을 걸고 다니자면 꺼내기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케이스라고 불리는 것을 포켓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케이스에서 이어폰이 나온다. 싸구려 슈어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걸고 "재생기기"에 플러그를 연결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재생기기가 꺼져있다. 나는 음악을 포기하려다가 문득 꼬인 이어폰을 손으로 당겨본다. 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마치 드럼 솔로, 스피드코어, 정신나간 음악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오래된 길을 지난다. 시대가 바뀐다. 부름이 들린다. 그렇다. 나는 외출 생각을 너무 하다가 외출이 끝나고 이를 닦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닦고 글을 이음이 도덕적으로 옳으리라.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