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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작성일 2013-07-26 15:00:02 KST 조회 221
제목
엑스퍼 어중씨의 일일

간만에 학교에 왔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나니 딱히 할 게 없다.

 

사실 신발 사야하는데 비싸다. 재고떨이로 내놓은 상품들은 사이즈가 맞는게 없다. 품절이다.

 

신촌 : 울창하게 번화한 이 거리는, 값비싼 명품으로 눈이 부신 이 거리는, 과연 자본주의 낙원이 있다면 프랜차이즈 직영점 라이센스 계약 따위는 거뜬히 체결해내리라. 이 곳은 정말로 할 일도, 살 것도, 놀 곳도 많다. 당신에게 돈과 시간이 많다면야.

 

신촌 : 돈 냄새 나는 거리는, 그러나 동시에 똥 냄새 나는 거리는 참으로 미천하고 가련한 거리는, 정말로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불쾌한 악취를 내뿜는다. 이것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신촌 오거리는 정말로 암모니아와 메탄 악취가 흐른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수구 설계가 잘못된 탓일까. 아니면 시설이 노후화되어 가스가 유출되는 것일까. 글쎄, 이유야 어찌됬든 내가 지나갈 때는 냄새가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요즘은 돈 냄새 안 난다. 다들 카드 긁으니까 시시껄렁한 농담은 잊어 버려.

 

현재는 도서관에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으니, 이 곳에 오기까지의 무더위와 역경, 뜨거운 아스팔트 언덕이 마치 오래 전에 잊혀진 박물관 고문서 속 신화처럼 아련하다. 그래, 서강대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그 크고 아름다운 아스팔트 언덕이 기다린다. 영원히 진행되는 건축의 주사위가 그 언덕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젠장, 옆으로 뚫린 내리막길 하나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그 발기찬 언덕 넘는 일이 더 길어지고 말았다. 책가방을 짊어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일은, 그래도 하이힐인간의 허리를 비틀고 망가뜨리는 악마의 구두이 아니라 낡은 운동화라 다행이다.

 

이 곳을 나서면 또다시 찜통같은 무더위가 나를 맞이하겠지만, 이 곳에 들어오기 전에 맡았던 공기를 다시 맡을 수 있을까? 어쩌면 장마전선이 또 변죽을 부릴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나는 예기치 못한 장마비를 염려하는 것은 아니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물함에 작은 우산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진정 걱정되는건 어느 쪽인가. 어찌됬건 무더위든 장마비든 맞서야만 한다. 이 곳에서 달빛에 젖을 수 있는건 오로지 책 뿐이야.

 

운이 좋으면 신발 파는 행상을 만날 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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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너는누구인가 (2013-07-26 15:05:0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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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은 잘 실천하고 있구만
로코코 (2013-07-26 15:22: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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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어중씨. 느낌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요즘에는 신감각의 시대니까...그 독특한 양식을 좀 더 도드라지게 하는 거예요. 하지만 좀 더 구조적으로, 보수적으로, 그러니까 느낌이 있게 말이죠. 최근의 소설가들을 뭐라고 부르죠? 누군가는 예술가라고 하겠지만 난 건축가라고 하렵니다.

성서 비유는 너무 즐겨쓰진 마세요. 양날의 칼이니까. 하지만 간결체는 좋죠. 사람들은 문장이 두 줄을 넘어가면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평론가들도 그래요. 왜냐하면 문장이 짧을수록 더 명쾌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까 요즘은 영화도 의미없이 컷을 자르잖아요? 소설가들을 누군가는 건축가라고 부르죠. 하지만 난 감독이라고 부르렵니다.

어쨌든 이제 계약합시다. 내가 술을 한 잔 사죠. 그리고 서사를 극적으로 만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물론 난 편집자입니다. 하지만 편집자가 상품을 더 좋게 만들수는 있는거죠. 누군가는 소설가를 감독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광고가라고 부르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어중씨는 불현듯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떠올리고 원수를 갚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겁니다. 서강대의 높다란 언덕은 그가 겪을 고통의 모험을 상징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 글과 원수 암살의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어 당신 소설의 치명적인 구조성을 보여주는 거지요. 그리고 제목도 <엑스퍼 햄릿>으로 바꾸는 거죠. 이제 우린 예술을 해냈어요

좋아요 이제 여기에 사인해줘요. 우리는 부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최근의 트렌드 뒷꽁무니를 물고 쫓아다닐 순 있어요
아이콘 적당새 (2013-07-26 15:30: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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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 얼마나 읽음?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26 15:33: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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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은 지적이에요. 당신의 평가에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저는 성서 비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의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구절이 버젓이 있지 않습니까. 다만 엄연히 크리스트교에 기반을 둔 서강대학교 재단이, 자본의 논리에 편승하는 것에 바리새인과 같은 위선을 느꼈을 뿐입니다. 물론 이 해석 또한 구차한 변명이기에 더 이상의 해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과합니다. 그리고 내게 아버지가 있다면, 그는 아직 안 죽었어요. 맹세하지요, 그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원수 말인데, 현대 사회에서 원수 갚으려면 암살이라는 수단은 적법치 않습니다. 대신 변호사를 불러 주십시오. 국선 변호사도 좋습니다. 제 사인은... 서강대 캠프에서 미자격 교관의 상식미달로 인한 급성 분노가 좋겠습니다. 모년 모월 모일 자정에 보험금을 챙겨 언덕으로 오십시오.
로코코 (2013-07-26 15:38:4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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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당신은 자신의 죽음을 그리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당신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두 번째 메시아입니까?
아이콘 맥건 (2013-07-26 15:45: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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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역시 요즘에는 고대의 희극 절대주의와 반대되는 비극 절대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나요? 우리는 항상 "1984"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셰익스피어의 비극들, 대부분은 종말로 끝나는 좀비들(고작 "세계 대전 Z"같은 작품 하나로 좀비에 희망이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앞에 미사여구가 붙었습니다).. 역시나 여기서도 부정적 묘사들과 조우하게 되네요. 제가 딱히 비극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대체 비극을 느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의 삶이 항상 비극적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보는 삶은 절대적 비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도덕과 연관시켜보고 싶은데요. 인류 역사에서 마음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 동안은 많은 사람들의 평가, 도덕의 굴레 속에서 희망차고 교훈적인 글만이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장 자크 루소를 위시한 서양 사상가들이 "자유"라는 달콤한 말로 세상을 뒤집어서 글쓰는 이들도 자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교훈"이나 "도덕", "희망"같은 "직접 맛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르는" 제재보다 "절망" "비극" 등 소설, 시 등 각종 매체 속의 비극을 읽음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그에 비해 안전하고, 편안한 현실에서 쾌락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작가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본인의 작품 속에서 부자들이 일부러 가난한 이들을 모아 그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극한의 안전함에서 오는 쾌락"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인용하고 싶군요. 결국은 비극 지상주의 경향은 슬픔 같은 감정이 아닌 쾌락주의적 사상에서 온 것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런 요즘 트렌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교훈과 희망을 던져주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누가 누가 더 비극적인가"로 글 경마를 시키는 기분이 들게 되서 말이죠.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26 15:46: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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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죽음을 기쁘게 기다리고 있지요. 저는 진정한 행복을 구하는 사람입니다.
아이콘 맥건 (2013-07-26 15:48: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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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어중씨의 二日을 쓰고 싶고 배경이 꽤나 비극적인(정말 요즘 트렌드로는 딱입니다) 서강 대학교라면 그 안에서 연세대에 대한 동경이나 사소한 일상 속의 기쁨, 감탄과 연민 등에 다루는 게 즐거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신촌"에 대한 좀 더 따뜻한 눈빛을 보내보고 싶네요. 저는 젊은 시절을 신촌에서 보낸 기억이 없어서, 아직도 신촌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죠. 적어도 제가 갔을 때마다 저의 신촌은 이 반도에서는 가장 젊은 거리였으니까요.
아이콘 흑인경비원 (2013-07-26 15:49: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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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26 15:49: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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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은 고통스런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소소한 진정제일 뿐입니다. 반면에 허탈한 웃음을 남기는 비극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희극이 아닙니까? 비극에는 종말이 있습니다. 종말은 곧 안식이지요. 비극을 그리는 인류는 언제까지나 그 안식을 기다려왔습니다.
[YOGG-SARON] (2013-07-26 15:50: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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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들아 체크남방이 똑딱이면 이상한가요?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26 15:51: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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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는 언젠가 이 무한경쟁의 자본 사회에서 마침내 승자가 될 사나이니까요.
로코코 (2013-07-26 15:51: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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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술이부작을 부정하던 작가들의 사고방식이 오늘날의 비극 경쟁을 야기시킨 것인가...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26 15:52: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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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평가 내릴 기회를 주신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아이콘 맥건 (2013-07-26 15:58:1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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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남방 똑딱이.. 그건 마치 도회 속의 어린 아이가 처음 만나는 생굴 같은 느낌입니다. 도회 속의 생굴이라는 것은, 신선하기가 힘들고 어린 아이에게는 그 돌같이 생긴 껍질 속의 괴물 내장 같은 것이 도저히 먹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식품계의 이단이요 구약의 소돔, 고모라같은 절대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굴이라는 것이 신선하다면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조리를 통해 더욱 멋진 요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신선한 굴을 찾는 것은 똑딱이 단추와 어울리는 체크 색과 무늬를 찾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매무새를 가듬고 조화롭게 만드는 일이(요즘 말로는 "코디"라고 합니다. "모던 보이"같은 느낌!)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딱이 남방만으로도 멋을 낼 수 있고, 그에 맞추는 코디 라면 더욱 멋을 낼 수 있겠죠. 그럼 어린 아이가 굴을 먹는 것은 무엇이냐? 용기입니다. 똑딱이 체크 남방이 아무리 멋지고 코디가 잘 되어 있어도, 결국 필요한 것은 용기죠. 체크남방이 똑딱이라면, 그 체크남방은 당신의 용기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이상한 건 아니에요. 단지 용기만 믿고 입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는 소시민적 자세를 취한다면 남방의 비웃음을 받을 준비는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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