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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7-25 00:32:54 KST | 조회 | 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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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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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3 때 친한 친구와 같은 독서실을 다녔다
공부는 대충하고 계단에서 수다 떨기를 더 많이 했던 시절인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밤 12시가 되서 집에 가는 길에도 헤어지기가 싫어서
반대방향인 친구네 집까지 같이 이야기하면서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원래 독서실에서는 우리집까지는 큰 길로만 갈 수 있는데
그 친구네 집 쪽으로 가면 산 옆으로 농지가 조성된 황량한 곳에 난 길을 이용하는 것이 10분 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
그날도 여느날처럼 그 친구네까지 갔다가 그 길로 들어섰다
밤 12시
어두운 밤
전봇대에 붙어있는 가로등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광량을 내어주지 못 하고 있었다
내 고향은 원체 촌이라 10시가 되면 버스도 끊기는 곳이라서 길에도 사람이 없고
그런 황량한 길을 걷는 사람은 항상 나뿐이었다
그런데 내 뒤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스락거리는 뭔가를 밟는듯한 소리
딱히 귀신을 무서워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내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뛰는 것은 왠지 귀신을 무서워하는 듯한 느낌을 나에게 줄 것 같아서 차마 뛰지는 못했지만
뛰고 싶었다
그나마 차라도 다니는 큰 길가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래된 주공 아파트의 옹벽 위에서 작은 키의 백발의 할머니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뛰기 시작했다
진짜 귀신이라면 뛰어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뛰었다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문득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봤다
농사용 비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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