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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3-06-30 21:11:46 KST 조회 215
제목
(논픽션)옆방에 미친 놈이 들어왔다 시즌 1

신촌 소재 S대 경영학과 H씨, 6학기 기말고사의 마지막 날 그는 기쁨과 함께 과음했다. 다음날 핑핑 도는 머리를 붙잡고, 중력을 거스르려 드는 위장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유명 브랜드 라면을 어떻게든 끓여먹었다. 속이 좀 나아지고 몸을 씻자 안정이 돌아왔다. 뇌는 아직까지 억제성 신호를 끝없이 전달하며 여러 경로의 다른 신호 전달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H씨의 자의식은 이제 스스로 정상상태를 되찾았다고 판정을 내렸다.


  오늘따라 원룸텔의 복도가 시끄러웠다. 보증금 천만 원, 월세 육십만원의 방음을 뚫고 이리저리 끄는 소리와 집어넣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 방이 다시 차는 것이 분명하다. 이 현대의 가장 바글거리는 닭장은 빈 방의 존재를 용납하지를 않는다. 빈 방이 죽어가며 지르는 비명소리에 H씨의 머리는 지끈지끈해졌다.


  그의 방과 죽어가는 빈 방은 딱 붙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상대쪽 화장실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청각으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작년에 H씨는 옆 방에 사는 여자와 자신의 위장 연동 운동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여 서로의 소음을 듣는 기이한 경험도 겪었다. 상대방이 샤워하는 소리는 곧잘 듣곤 했다.


 여하튼 그는 그 방의 거주민과 오늘 말고는 다시 이렇게 상호작용할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의 우리가 있고 H씨에게는 H씨의 우리가 있다. 그리고 세상은 평온하다.


  다음 날 오전 11시, H씨는 즐겁고도 괴로운 대학생의 여름방학의 첫번째 주말을 맞으며 몸을 씻었다. 따뜻한 물의 세례를 인공의 향기와 함께 즐기다 보니 여러 감정이 차올랐다. 그리고 또 시흥이 차올랐다. 그는 현대인의 가장 효율적인 시흥 해소기 - 대중가요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음이 가는 이성도 없지만 어쨌든 가슴 속에 타오르는 절절한 사랑의 시를 끝없이 치솟는 리듬과 내뱉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H씨는 짧은 시간 의문했다. '언제부터 내 발성구조가 이중구조가 되었나?' 아니면, '설마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내 음악에 감명한 것인가?' 이 가장 원시적인 질문이 화장실에서 부르는 노래에 함께하는 코러스를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언가가 그가 부르는 노래에 아주 열정적인 코러스를 넣고 있었다. 순식간에 특징을 파악하게 된 특유의 비음을 섞어가며.


  곧 H씨는 그 소리가 화장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얇은 벽을 통과할 때에 띄는 특유의 파장을 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옆방에 사는 사람이 자신이 화장실에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에 코러스를 넣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절실하게.


  이는 현대인에게 보장된 최후의 권리인 자기 소유의 화장실에서 오롯이 즐길 권리를 무참히 파괴하는 가장 잔인한 종류의 폭력이었다. H씨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무참한 치욕을 느꼈다. 그는 곧 자신의 노래를 멈추고, 타일로 둘러싸인 얇은 콘크리트 벽 뒤에서 무슨 소리가 뒤이어 들려올 지 주의를 집중했다.


  다음에 들려온 소리는 얼마 전 꽤나 흥행한 뮤지컬 영화, 혹은 그 뮤지컬에서의 메인 넘버 중 하나였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민중들의 개혁을 부르짖는 노래가 들리냐는 것이었다. 옆방의 남자는 특히 민중들의 노래가 들리냐는 부분을 온 마음을 담아 절실히 불렀다.


  H씨는 옆방에 들어온 사람이 현대의 정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순식간에 세우고, 그것에 대한 합당한 증거를 수 개나 수집했고, 증명했다. H씨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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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흑인경비원 (2013-06-30 21:14: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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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리프한 사수 준비하는 재수생 시절 정준하였다네요
[C-THUN] (2013-06-30 21:14:0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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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노숙 (2013-06-30 21:14: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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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나야
회귀한므너킹 (2013-06-30 21:14: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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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의 정신상태가 이상합니다
회귀한므너킹 (2013-06-30 21:15:2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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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논픽션?
공부해라 (2013-06-30 21:15: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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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로 주먹 날려서 맞은 뒤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우정을 과시하다가 갑자기 밴이 달려와서 당신을 잡아가고 경영학과 H씨는 '훗' 하면서 웃는 결말인가요
로코코 (2013-06-30 21:17: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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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구보씨의 일일
고철덩어리거인 (2013-06-30 21:41: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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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서강대 X형X씨가 자취방에서 샤워하는데
옆방놈이 같이 불러줬다
세줄 채워야지
아이콘 A-27크롬웰 (2013-06-30 21:49: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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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아니죠, 옆방사람이 샤워하며 노래하는데 S대 S씨가 듣고 후렴구를 같이 불러주었다죠
[C-THUN] (2013-06-30 21:54: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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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친놈이란 얘기네요 ㄷㄷ
아이유[257] (2013-06-30 23:15: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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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밋게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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