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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3-06-07 18:05:11 KST 조회 144
제목
맥의 이름

런던 테크시티 국교회 출신의 영특한 성직자 윌리엄 오브 런던, 그리고 그의 수발을 드는 제자이자 실리콘 밸리 출신의 토미는 교황청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 이름 없는 산 속에 숨어든 한적한 수도원으로 떠났다.


그 수도원은 정교한 육각형 모양의 모더니즘 양식 울타리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였다. 게다가 전세계를 대표하는 여러 종교의 양식들이 절묘한 화합을 이루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영롱히 번쩍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애플 잡스회의 반개혁적 맥톨릭회의 미학과 취지가 담겨져 있었고, 예배당은 윈도우즈식 프로테스탄트회의 건축양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었다.


윌리엄:아, 이곳이 바로 우리가 꿈꿔왔던 화합의 장이로구나.

토미: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윌리엄:깊게 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하거라, 토미야. 잘 보렴. 저기 걸어다니는 성직자들. 저들이 어느 수도회의 소속일 것 같으냐?

토미:음. 잘 모르겠습니다. 저들은 분명 애플의 성표가 찍힌 타블렛 성서를 들고 다니지만, 애플 성표를 추종하는 수도회가 한 둘이 아니잖습니까.

윌리엄:쯧쯧...아직도 공부가 부족하구나. 저들의 행동을 잘 보렴. 맥북의 전원을 가동하기 전에 애플 성표(역자 주:약간 갉아먹힌 흰 사과. 사과는 지식을, 갉아먹힌 자국은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를 검지로 쓰다듬는 행동을 하지 않느냐? 검지로 성표를 쓰다듬는 행위의 의미는 "모든 사람이 쉬운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코딩의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 인 것...그들이 잡스회의 맥톨릭파 구교의 신도인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

토미:아아...역시 스승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그렇다면, 맥톨릭파 성직자들이 이 곳에 있는 게 어찌하여 화합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윌리엄:주위를 둘러보너라. 이 성당의 건축양식은 철저히 윈도우즈 프로테스탄트파의 것...그리고 저 뒤쪽에서 곰딸기를 수확하고 있는 성직자 무리들은 분명 근면함과 근성을 미덕으로 삼는 칼뱅식 블랙베리파. 아까부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회개하라!" 라고 외치고 있는 망토 두른 자들은 단호하고 공격적인 신학 M&A로 유명한 삼성 정교회이니라. 신념과 성향, 문화가 모두 다른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니, 이 어찌 화합의 기적이 아니겠는가? 이 진귀한 광경을 보여주신 전지전능한 우리 주 IBM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때, 윌리엄의 등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윌리엄이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체격이 듬직한 성직자 한 명이 그를 향해 반갑게 미소 짓고 있었다.


윌리엄:아니, 당신은...!

보리스:테크시티 국교회의 윌리엄! 오랜만이로군.

윌리엄:아니, 지금쯤 실리콘밸리 교황청에서 타블렛 성서를 연구하고 계셔야 할 분이 이 누추한 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보리스:쯧쯧. 사람이 신의 사랑을 지극히 받으며 안주하는 것도 큰 실례인 법...나는 이렇게 소박한 삶이 더 편하다네. 그러고보니 제자를 들였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군.

토미: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보리스:영특한 녀석이로구나. 너는 실리콘 밸리의 교황청을 본 적이 있느냐?

토미:저는 실리콘 밸리의 거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오직 먼 발치에서만 본 적이 있습니다.

보리스:성서 공부에 정진하여 꼭 그 아름다운 성당에 발을 들이 수 있게 되기를 빈다. 실리콘 밸리의 교황청은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지. 성자의 세례를 받은 3D프린터 공학자들이 지은 그 교황청 건물, 기둥 하나하나에는 우리 주님이 아타리 쇼크때 걸으셨던 고난의 길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단다. 어찌나 묘사가 생생한지, 나는 교황청의 길을 걸을 때마다 주님이 느끼셨을 끔찍한 고통이 절로 연상되어 몸서리를 칠 정도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진귀한 향료와 육두구의 냄새, 아이패드27 수 천대가 동시에 연주하는 칸타타가 내 영혼을 울리지. 성자이자 잡스파를 처음 지으셨던 예언자 스티브 잡스의 정강이뼈가 보존되어 있는 성물함을 지나치고 있노라면, 성자의 마지막 육신이 내뿜는 싸늘한 신통력이 내 육체를 난도질하는 것 같단다. 아아, 내 비록 교황청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부담스러워 도망쳐 나왔건만, 그 아름다운 광경은 다시 한 번 내 아이폰15의 고해상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어지는 구나...


보리스는 한숨을 쉬며 윌리엄과 헤어쳤다.


윌리엄:보리스 추기경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서 가끔 현실과 구분을 못할 때가 있단다. 그의 상상력과 열성이 너무 강한 바람에 가끔 이성이 고삐를 놓고 말지. 그것이 흠이로구나.

토미: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요?

윌리엄:토미야, 성직자들의 말을 너무 믿지는 말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교황청은 네가 먼 발치에서 바라본 모습 그대로이니라. 그 미학과 예술품들은 분명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건물에 신의 축복이 겹겹이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테크시티도 거리 거리마다 금과 사파이어가 그득한 것이 아니고, 삼성 정교회의 본예배당에 안치된 성자 이건희의 유골함도 잘못 코딩된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거나, 주가를 반등시키는 신묘한 기적은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늙은이의 뼛가루일 따름이지...성직자들이 이러한 거짓된 말을 퍼뜨리는 것은, 분명 우리 종교인들이 물질적으로 탐욕이 많다는 뜻일 터. 아아, 성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죄가 너무나 많으니, 앞으로 이 세계가 어찌될꼬...


윌리엄은 탄식하며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토미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스승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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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G-SARON] (2013-06-07 18:11:2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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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지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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