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상하나 좌우를 바꾸지 않는다. 거울은 사물의 상을 그대로 복제하여 사물의 앞에 세워놓을 뿐이다. 거울의 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우리와 보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사실 사람도 거울상의 이질적인 면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우리는 글자나 시계를 거울에 비춰 거울의 상이 (우리가 보는 방향에서의)현실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만, 단순히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볼때는 딱히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거울을 보고서 우리 왼손(거울에서의 오른손)을 움직여 오른쪽 볼의(거울에서의 왼쪽 볼) 사마귀를 눌러 터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울에서 보여지는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는 방향과는 상관없이...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거울상의 현실과 우리 시야내의 현실 중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이란 말인가? 우리는 두 가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애초에 방향이라는 개념은 특정한 이정표가 없다면 그 의미를 완전히 상실해버리는 것이다. 핵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허한 공간에서 상하좌우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거울도 똑같다. 거울상의 방향과 우리 시야 상의 방향의 현실을, 우리가 둘 다 아무 차이점 없이 동등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보여지는 것은 다를지라도 둘 다 똑같은 현실이며, 따라서 이 상황에서 방향성은 아무 존재성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향이란 무엇인가? 상이란 무엇인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집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삶은 뭐지? 포니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