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6 노예를 부리는 섬에서 의사로 사는 후배의 전언 은 제가 작년에 쓴 글입니다.
요즘 몇주 동안 인터넷 곳곳에 제 글이 스크랩되어 다녔더군요. 사는게 바빠서 어제야 알았습니다.
다시 이슈가 된 것은 2011.5.28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의 어느 섬에서 인신매매로 잡혀온 사람들이 노예로 사는 이야기가 방영되어서 더군요. 이전을 거슬로 올라가면 2010.10월에 SBS 긴급출동에서 비슷한 내용이 방영되었고, 2006년도 역시 방영되었습니다. 위의 제 글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방영이 계속 되어도 노예들은 계속 공급되며, 노예주들은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저런 노예를 부리는 섬에 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들이 커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요? 이미 저런 섬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40~50대가 되었으니, 아직도 죄책감 없이 인신매매를 하며 살고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인근의 육지에서 택시를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노예들을 잡아서 대령하는 것이구요.
-> 링크 : 방송내용에 대한 스크랩
자, 우리는 CSI나 여러 미국영화와 드라마, 최근에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테이큰'이란 영화에서 인신매매 당하는 젊은 여성들을 보고 경악합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여행에서 총 맞지 말고 인신매매 안당하도록 경각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종종 저런 나라들의 치안을 비난합니다.
그런데 만일 미국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저 섬들과 같은 상황을 보도한다면 상황이 어떨까요? 어떤 상황이냐구요?
'수십명의 인신매매 당한 남자와 여자들이 몇년~10년 이상 강제노역과 성매매를 당하며 갖혀 있는 텍사스 사막 가운데 마을. 이 마을의 남녀노소 주민들은 합심하여 이 노예들의 탈출을 막고 있으며, 지역 경찰도 유착되어 있다. 이 마을 인근의 대중교통수단 업주들도 결탁하여 사막을 건너온 노예들을 다시 잡아다 주고 있다. 이런 마을이 수십개 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수십년째 정부/경찰은 방치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폭행, 강간이 있어왔으며, 살인이 저질러졌는지 모른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노예들이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자, 이런 방송이 CNN에 나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미국만 뒤집어질까요? 영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북한까지 몽땅 뒤집어져 난리가 나지 않을까요?
광우병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언쟎은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양심에 손을 얹고 자국민의 목숨이 그렇게 소중하다면요. 수천만분의 일도 안되는 확률을 가지고 유모차를 전경방패로 들이미시기 전에, 자국민 수백명이 노예와 창녀로 죽어가는 것이 방송에 나와도 방관하는 자신의 양심의 균형감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지적상태도요.
그리고, 최근 3차례나 노예섬과 인신매매에 대한 보도를 한 SBS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꼭 후속방송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p.s. :
인신매매와 노예문제를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감정으로 가져가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리고, 전라도를 옹호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인신매매 자체에 대하여 희석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러지 마세요. 이건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사이비한방과 무당의 문제처럼 한국인 전체의 지식과 양심의 문제입니다.
약 2달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으로 부터 위의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저에게 연락이 왔고, 지금은 전라도 광주의 모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는 그 후배를 소개시켜주었습니다. 그 뒤로 자세한 과정은 모르지만 저 방송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 섬을 고발한 주체도 전라도 사람입니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이 후배는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전라도 사람으로서 아주 부끄럽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이러한 현실이 바뀌기를 기원하여 왔습니다.
언제까지 북한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인신매매, 강제 매춘, 강제 노동이 횡행한 나라'란 인권보고서로 낙인 찍혀야합니까? 창피하게 국제적 망신 그만 당하고, 서로 싸울 시간에 우리 힘으로 우리나라의 문제를 해결합시다.
관련 뉴스 : 미 국무부, 한국은 매춘여성 공급국이자 최종 도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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