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은 응답해주십시오.
생존자 계십니까?
죽은듯한 정적이 게시판을 타고흐른다.
사람이 적은 게시판이라고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생존자 계십니까?
생존자들은 응답해주십시오.
뻘글러가 외치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차가운 게시판을 울린다.
어차피 저 사람도 지쳐 쓰러지겠지...
모두가 그런것처럼...
생존자 계십니까?
생존자 없으시면 소등하겠습니다.
뻘글러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뻘글을 배설하고 게시판을 닫으려한다.
생존자가 없는건 아니다.
지금 이 게시판속 겔러들은 정전속 어둠과하나가되어 숨을죽이고 눈팅을하고있다.
누구하나 글을 올려도 상관하지않겠다는듯이
...카톡...여자...
정적을 깨고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한이 맺힌듯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저 글은 무엇일까
숨죽이고 있던 겔러들이 모두 한곳에 집중하고있다.
생존자 계십니까?
뻘글러가 정적속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게시판을 소등할지말지 갈등하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떨린다.
그때
게시판전체에서 부드럽게 글들이 쏟아진다.
꾸준글
뻘글
낚시글
노래글
연애글
게시판의 수준을 보여주는 글들이
정전속 어둠을 밝게비추며 사방에서 쏟아진다.
뜻밖의 행운에 뻘글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시골게시판이면 어떻고, 정전게시판이면 어떠냐
여긴 망겜중독자도있고
말성애1자도있으며
고대신 추종자와 땅크들이 함께있고
연예고민과 현실고민을 맘껏 적을수있고
자신이 병1신이라고 생각하는 자아비판자들도 꺼리낄것없이 글을 쓰는데
여기가 진정 자게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정전속에 숨죽이고있던 모든 겔러들이 일어나 글을 올리고 댓글을달자
비록 작지만 즐거운 게시판이 살아났다.
밤잠없는 겔러들이 만들어낸 작은 행복에 오늘도 자게는 불이 꺼질줄을 모른다.
그렇게 셔터는 15분뒤 내려졌다.
아 진짜 글 못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