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
||
---|---|---|---|
작성일 | 2012-11-15 00:40:09 KST | 조회 | 128 |
제목 |
그러고보니 에코가 쓴 "SF설정" 중에
|
무려 그게 설정이
지중해를 끼고 있는 한 반도국가의 기술자들이 레몬을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거기서 추출한 구연산을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을 만들었더니, 그것이 핵융합을 뛰어넘는 말도 안되는 효율을 보여주면서 인류의 은하계 정복이 시작되었다는 거임.
소설이라기보다는 군 장교들이 서로 전보를 주고받는 서간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말 끝마다 "지중해 문명 만세" 라거나 "구연산(...) 만세!" 따위의 구호를 붙이는 거 보면 진짜 레몬이 인류 문명을 송두리채 바꾼듯.
이미 인류는 우리은하를 전부 통합했고요.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지성체 종족들을 하나로 통합한 형태임. 인류판코버넌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핵심 군장교들이 대부분 지중해 연안을 끼고 있는 한 반도국가 출신으로만 뽑힌다던지 하는 "사소한" 차별은 아직 남아있는 형태라더군여.
그래서 이제 정복 대상도, 주적도 없는 그런 상태가 되었는데, 여기서 바로 딜레마가 생김.
우리가 이 상황에서 과연 "군대" 를 유지해야만 하는가?
하지만 정부는 "헌법상 모든 주권있는 국가는 군대를 가져야만 하므로 군대를 없앨 수는 없다." 라고 하죠.
그럼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억지로 군대를 유지한다면, 군대는 앞으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 팽창 가능성도 없고, 대응할 적도 없는 군조직은 평화상태에서 엄청난 부패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군 장교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능력없는 자들은 죽고, 능력있는(혹은 행운이 따르는) 자들은 승진해서 그 유능함을 이어갑니다. 근데 더이상 전쟁은 벌어질 일이 없는 게 문제죠. 그래서 여기서 에코가 생각해 낸 게 참 기가막힘.
"모든 행성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전하듯이, 또 그런 공전과 자전이 우주를 유지할 수 있듯이, 모든 정부 부서 및 관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헛돌아야 한다. 그것이 은하제국을 유지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은하제국은 헛돌기(...)를 시작합니다. 모든 정부부서는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일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해서 말이죠. 정보국은 첩보원들로부터 최대한 날조된 정보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날조된 정보를 또 최대한 날조시키고, 그 날조에 날조된 정보를 최대한 은폐하는 데 주력합니다. 군대는 적절한 때에 군 장교들을 '교체' 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데, 아군과 아군을 싸우게 만드는 겁니다. 실전으로요.
이렇게 함으로써 군 조직은 전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력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은하제국이 현상유지되면서 돌아가는 일을 참 골때리게 다루는 글이었음.
|
||
|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