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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2-10-22 21:25:19 KST 조회 144
제목
추억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맞은편에는 폐가가 하나 있었다. 오래 전에 사고로 불탄 판잣집이었다는데,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으므로 불탄 흔적 그대로 계속 방치되어 있었다. 그 폐가는 자연스럽게 소년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애들이 폐가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폐가와 같이 불타 바스라진 집주인의 영혼이 지박령이 되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얼쩡거리는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린다는 디테일한 소문이 번진 것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어린 아이들의 기묘한 변덕심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소문이 돌고나서부터 폐가는 두려움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용맹을 증명하기 위한 성스러운 시험장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기묘한 모양으로 녹아 눌어붙은 검은 시멘트 벽은 용사의 담력을 시험하는 공포의 전사들이었고, 뼈대만 남은 나무 지붕은 고대에 멸종한 어떤 포악한 생물의 등뼈였다. 그런 무시무시한 폐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 만으로도 그 아이의 용기가 증명되었다. 요컨대 그는 공포의 전사들과 고대의 포악한 생물들을 무릎 꿇게 한 권력자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렇다. 폐가는 권력이었다.

 

당시 폐가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나와 내 친구들은 어느 날 폐가에 놀러가기로 했다. 우리도 폐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싶었다. 고대 생물들의 살과 뼈로 만들어 낸 시멘트 옥좌를 독차지하고 싶었다. 고강동 아이들을 굽어볼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이 주는 달콤한 권태를 흠뻑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우리는 싸움질에 영 자신이 없었다.) 폐가가 있는 공터로 달려갔다. 우상처럼 여겨졌던 고대의 권좌와 마주하자,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가 온 몸을 휘감았다. 그때 우리들은 동시에 좋은 묘안을 떠올렸다.

 

평소 결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꼭 우리 패거리에 끼어들면서 우리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A라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 모두 놈을 패거리에서 방출하고 싶었지만,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A를 손봐주는 놈이 없었다. 그러나 폐가의 저주가 사실이라면? 그 지박령의 마법적인 저주가 A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면, 굳이 우리는 궂은 일을 하지 않고도 A를 방출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우리는 난생 처음 한마음 한뜻이 되어 A의 연약하 등을 붙잡고, 그로테스크한 모양으로 허리를 비튼 시멘트 벽에 A의 얼굴을 마구 뭉갰다. 그리고 A가 주저앉아 우는 사이 튀었다. 우리가 정말 폐가의 저주를 믿었을까? 잘 모르겠다. 당시 내 심정이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간접적인 살인을 공모함으로써 느끼는 짜릿한 일탈감, 이상하게 벅차오르는 감정,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공범들과 함께 나눈 동질감의 쾌락을 기억한다. 우리 모두 만면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A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우리는 악마였다. 베알제불의 음탕한 정액으로 세례를 받은 지옥의 베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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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부차 (2012-10-22 21:26: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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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책한번 내보시져
김강건 (2012-10-22 21:27: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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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YOGG-SARON] (2012-10-22 21:28: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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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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