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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2-10-06 19:31:23 KST 조회 1,413
제목
영국 만화책 <탱크 걸>

그냥 80~90년대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병맛이 합쳐져 만들어진 만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영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심오한(?) 만화였음 ㄷㄷ


대충 당시 미국, 영국을 위시한 서구 여성들은 2차대전때 전쟁에 나가 싸우느라 부재한 남성들을 대신해 산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하게 됩니다.(생각해보니 여군도 2차대전때 처음 운용되었죠 아마?) 자신들이 남성과 비교해 하자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 여성들은 이후 자신들의 주체적인 권리를 위해 페미니즘 운동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 남성들이 다시 산업전선에 복귀하게 되면서, 이미 충분히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가길 강요받게 되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페미니즘 운동이 한계점에 이릅니다. 능력있는 여성들은 국가와 기업의 유리천장 때문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게 되고, 사회로 나오려는 여성들도 기존의 가부장적인 사회 관념 때문에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페미니즘은 여기서 변질됩니다. 바로 여성운동가들이 자신들이 싸우는 목적을 '여성들의 권리' 가 아니라 '남성' 그 자체 로 바꿔버린 겁니다. 사실상 페미니즘=성(性)전쟁 이 된 것이 80~90년대의 서구 사회였습니다.


바로 이때 만화가 제이미 휴렛의 '탱크 걸' 이 출판됩니다. 이 만화는 2033년 미래에 핵전쟁 때문에 개막장이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만화적으로 뒤틀린 세계관 속에서 제이미 휴렛은 페미니스트, 마초이즘 등을 신랄하게 까며 "미래 지구의 거세된 남성상" 을 묘사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남성성' 으로 대표되던 마초 헤게모니의 몰락은 이미 시작됐으니까, 여성들은 더이상 남성 사회가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식으로 회피하지 말고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라고 역설한 겁니다.


어쨌든 이 책은 당시 서구 사회를 강타하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특히 영국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나아가 페미니즘 운동을 위기에서 구원해 한 단계 진보시켰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어쨌든 바야흐로 21세기인 현재 영국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생산적이고 심층적인 여성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도(이를테면 남성과 여성의 1인당 GDP라던가) 거의 평등을 이뤘다고 하네요.


참고로 제이미 휴렛은 그 유명한 록밴드 Blur의 데이먼 알반과 함께 '고릴라즈' 를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냥 고릴라즈 캐릭터 원화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엄청 전설적인 사람이었네요.



근데 그것보단 우리나라에선 이제 와서야 퍼지기 시작한 페미니즘의 기조가 서구 사회에선 이미 수십 년 전에 지나간 낡아빠진 담론이었다는 게 기운 빠지긴 합니다.


아 만화책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가 나왔긴 한데 양키가 만들어서...아니 감독의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져서 안 보는게 나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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