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님하들의 국무부 캐내기(좋은 기사 공급원이죠) ㅁㄴㅇㄹ
뉴스룸 재밌더군요
그리고 이 글 외에도 일본 기자가 덩샤오핑의 죽음 어떻게든 확인해보려고 이것저것 미친듯이 다 해보는 내용도 생각이 났는데 그건 나중에 옮겨볼 예정 ㅁㄴㅇㄹ
워싱턴의 언론인들은 세계 최고이다. 기자들은 항상 기삿거리를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 기자들은 공직자들을 좀 더 존중하는 편이며, 프랑스 기자들은 특히 드골 대통령 시절에는 비교적 온순했다. 드골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열 때면, 기자들은 어느 한 궁의 큰 방을 잡아서 먼저 모여 있었다. 드골 대통령이 들어오면, 기자들에게 인사한 다음 자신이 말을 꺼내기 이전에, 기자들이 먼저 몇 가지 질문을 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기자 회견실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준비했던 내용을 그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이야기한 후, 나가버렸다. 미국의 언론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기자들은 정보를 얻어내는데, 대단히 미묘하면서도 효과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스카티' 레스턴은 사람들을 능란하게 다루었다. 스카티는 종종 나를 찾아와서 "아이고 장관님, 장관님께서 어떻게 일을 해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16시간, 1주일에 7일을 일하시며, 한쪽에서는 상원의원들이 장관님을 괴롭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들이 괴롭히고 있지 않습니까. 사생활이란 전혀 있을 수 없겠습니다……." 이때,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목이 메어 "스카치, 그것만이 아니에요. 사정을 모두 털어놓지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조 앨섭은 '수류탄 기법'을 사용했다. 조는 언제나 약간 숨이 차고 찌푸린 얼굴로 내 집무실에 들어와서는, "장관님, 미국 정부가 어떻게 그리 어리석을 수가 있습니까? 바보 천치라도 장관님께서 어제 하신 말씀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라는 식의 말을 했고, 나는 곧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제하지 못한다면, "조, 당신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을 잘 모르고 있군요. 내가 사정을 똑바로 말씀드리지요."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워싱턴 포스트' 지의 머레이 마더 기자를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포와르 탐정에 자주 비유하곤 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토막 뉴스를 주워서 퍼즐을 맞춰나갔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국무성 차고에 들어갔는데, 마침 그때, 미 주재 소련대사가 국무장관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지하층 입구에서 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머레이 기자는 "아하! 대단한 뉴스가 아니라면 저들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야"라고 중얼거리면서, 사무실로 되돌아가 1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생각한 뒤, 소련대사가 동남아시아,베를린, 아니면 군축문제에 대해 메시지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상상의 날개를 편다. 그러고 나서 군축 및 무장해제국(ACDA)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소련 대사가 SALT 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ACDA 친구는 "미안하지만, 잘못 알고 있네.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그러면, 다시 동아시아 국에 있는 치고에 전화를 걸고, "소련 대사가 동아시아에 관한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라고 말한다. 대답은 "그런 내용은 없네, 잘못 짚었어."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소련문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베를린에 대해 물어본다. 베를린 전문가는 다른 모든 국무성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도록 지시를 받고 있는 터였다. 머레이는 "존, 방금 소련 대사가 베를린에 대한 메시지를 작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라고 말하자 담당자는 "미안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네. 조금도 도움이 될 수 없군."이라고 말한다. 아! 머레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확인한 셈이었다.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생각한 뒤, 베를린 문제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소련 대사관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한다. "그런데 베를린에 관한 이 문제에 대해 소련의 태도는 어떻지?"라고 묻는다. 그는 잠깐 듣고 있다가, 소련 대사가 베를린에 관해 가져온 메시지에 대하여 다음 날 아침 신문에 기사를 싣는다. 물론 머레이의 추측이 맞아 케네디 또는 존슨 대통령이 나를 불러, "도대체 국무성의 누가 정보를 누설하고 있는 것입니까?"라고 물어볼 가능성이 컸다.
기자중에는 관리들과 이야기하면서 '거물 증후군'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즉 자신이 모르고 있다거나, 문제의 사건에서 자신이 빠져있다는 사실이 기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거드름을 피우면서 알고 있는 척하는 중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사항이 누설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투계 증후군'을 사용하는 기자들도 있다. 워싱턴에 관한 가장 흥미있는 뉴스 중의 하나는 아마도 행정부의 내분 또는 행정부 의회 간의 싸움에 관한 것이다. 기자가 와서, "상원의원 모 씨 와 일전에 이야기했는데, 당신이 이러이러한 일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더군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때, 상대방은 물론 "그 망할 놈의 자식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까? 그 상원의원에 대해 당신의 생각을 바로잡아 드리겠습니다."라고 대꾸하고 싶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선 기사화한 다음, 들어와서 "이 기사를 실으려고 합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한다. 그러면 기사를 훑어본 뒤 사실 여부를 말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정보가 밝혀지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우선 기사화하여 보여주는 것은 사실을 알아내려는 수단에 불과할 때가 잦다.
-딘 러스크, 냉전의 비망록(As I Saw It, 1990) pp.44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