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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스피드맨김강건
작성일 2012-08-13 11:59:44 KST 조회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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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푹스 시즌3까지 보고 리뷰

스푹스는, 어떤 영화 평론가 말마따나 '포스트 9.11 스파이 드라마' 다. 지금까지의 스파이들은 주로

냉전시대의 서방과 동구권을 종횡무진하는 슈퍼 스파이들이었다. 마티니 한 잔 걸치고 미녀들과 떡치는 제임스 본드가 그랬고, 카울러와 첨예한 재래식 정보전쟁을 펼친 조지 스마일리가 그랬다.


스푹스의 주인공들인 MI5 요원들의 주적은 사회주의자, 속된말로 '빨갱이' 들이 아니다. 불붙은 제트 비행기가 미국 건물을 모조리 으깨버린 뒤로, 사람들의 마음 속 어딘가도 완전히 으깨져 버린 것 같다. 테러리즘, 인종차별, 극우 아젠다 등의 광기가 그 머리를 수면 위로 내민 것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네트워크 인프라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버렸다.

스푹스의 MI5는 테러리스트들과 싸운다. 그들은 영국 사회 내부에 잠재되어 있고, 이들을 공기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스파이들은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한다. 독촬, 정보 독점, CCTV 해킹, 한 사람 인생을 완전히 조져버리기 등등...


그러나 이렇게 무자비한 MI5 요원들 역시 이성과 감정을 가진 '사람' 이다. 스파이들은 범죄자들의 동기를 이해하고, 때로는 그들과 똑같은 부류인 양 연기하며 '가짜 인생' 을 산다. 그리고 그들은 차차 무너진다.

스파이들은(특히나 여기 등장하는 요원들은 대부분 옥스브릿지 출신의 초엘리트들이므로) 간신히 기능대학을 졸업한 무식한 극빈층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행각을 보며 냉소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인생에 있어 아무런 아젠다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스파이 사회의 거대한 '관료주의' 역시 MI5 요원들의 숨통을 죄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국 내의 테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스파이들이 가장 벌벌 떠는 것은 자기 밥줄이 잘려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유령 요원을 만들어서 자신의 자금줄을 확보하려 하고, 월권 행위로 몰래 신용등급을 올리려 하고, 상관을 잘못 선택해 자신의 일자리까지 휩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 어쩌면 스푹스는 영국의 '화이트칼라' 사회에 대한 상처 입은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다.


스푹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있다. BBC는 탁월한 다이얼로그와 드라마 연출을 통해 MI5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그리고 가차 없이 죽인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교훈은 '어쨌든 삶은 계속 된다' 일지도 모르겠다. 중역 캐릭터가 허무하게 일자리를 잃거나 사망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이 숨막히게 답답한 스파이 생활은 계속 돌아간다...


스푹스는 결코 친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렇다고 수많은 미드 추리물, 스파이물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카타르시스' 를 잘 제공하는 드라마도 아니다. 그러나 매력이 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비대중적인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흔치 않을 텐데. 아마 기본기에 충실하게 잘 짜인 플롯과 연출이 드라마의 흥행 요인이리라.


아, 물론 주연 배우들의 상당히 아름다운 마스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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