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990년대
세상은 약간 더 똑똑해졌고, 그 여파로 여성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도 페미니즘이 부흥하면서 여러 걸출한 여성 운동가가 탄생했는데요. "지성인들의 쉼터" 헐리우드가 이 새로운 문화적 바람을 인식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습니다.
헐리우드는 여성운동가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길 원했습니다. 남성들에게서 독립적이고, 주체성이 있는 다부진 여장부 히로인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헐리우드 경영진들 중 그 누구도 여성운동의 심오한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또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죠. 그들의 겉핥기 식 여성 운동 옹호+싸구려 감상주의가 한데 합쳐져 희대의 캐릭터 유형이 탄생하는데요, 그게 바로 '헐리우드식 여장부' 입니다.
이 여성 캐릭터들은 여자의 심리 프로필은 쥐뿔도 이해하지 못하는 헐리우드 작가들이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가들은 '남자로부터 독립적인 여성' 을 '남성에 대한 혐오증을 앓고 있는 성불구자' 로 이해했습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 헐리우드식 여장부 캐릭터들은 우리의 주인공을 의도적으로 싸늘하게 대합니다. 심지어는 주인공에게 서슴없이 혐오의식을 내비치기도 하구요, 더 심하면 폭행도 합니다! 우...
하지만 이들도 여성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성은 모두 다 마음 속에 순결하고 연약하며 남성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가녀린 소녀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에게 싸늘하게 대하던 이 헐리우드 여장부들은 모두 마음 속에 가녀린 감성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컴플렉스를 숨기고 있었데요! 이 주체적인 여성들은 절대 혼자서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죠. 무조건 남자 주인공이 필요해요!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주고 나면, 여장부들은 여성운동이든 주체성이든 뭐든 다 좃까고 현모양처로 돌변하죠.
와우! 짝짝짝 커튼이 내려가고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아 여담으로 이 헐리우드식 여장부 캐릭터 컨셉트는 나중에 동아시아의 일본이라는 나라로 전파되는데
여기서는 이 캐릭유형을 일컬어 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