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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7-31 01:14:25 KST | 조회 | 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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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수령동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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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에서의 두번째 하루가 저물고...이제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 다큐팀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마지막 촬영을 재개하려 합니다.]
[다시 만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얼굴은 유달리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1
김정은:오늘은 제 기쁨조를 뽑는 날입니다.(웃음)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자신의 시 '엔디미언'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 그 즐거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가네', 저도 어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네요.
기자:상당히 의외로군요! 국방위원장님은 아내가 있으시지 않나요?
김정은:예...그렇긴 합니다만, 생각해 보세요. 이건 일종의 제 자신에게 주는 포상같은 겁니다.(웃음) 그러니까 이런 거죠. "그래, 김정은. 오늘 하루도 북한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구나. 힘든 일을 견뎠으니 너는 보상을 받을만 해. 그리고 내일 더 열심히 일하자구." 선물을 받는 사람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죠. 저도 선물을 받으면 기쁩니다.
그러니까 이 기쁨조는 제 또다른 반려가 아니라, 일종의 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볼 수 있죠. 물건을 여자친구로 삼는 사람은 없잖습니까? 있다 할지라도 전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기쁨조를 뽑는게 제 아내를 배신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거죠. 전 페미니스트 입니다. 여자를 물건 취급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웃음)
[역시 진보적인 젊은 국방위원장은 여성 권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김정은:우리 아버지는 북한을 제법 잘 이끌었죠. 사실 만점 짜리 경영은 아니었습니다만, 일반인 치고는 상당히 분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범한 사람인 제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는 미련하기 짝이 없지만, 여러분은 충분히 그 분의 능력에 감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한 가지 결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자를 물건처럼 취급하는 거였죠. 아버지에겐 너무 많은 여자가 있었고, 그게 아버지의 개인사를 비극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에게는 1000명이 넘는 기쁨조가 있었죠...여자를 하찮게 여기고, 여색을 가까이 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저의 북한에서 배제되어야 할 것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 800명의 기쁨조만 뽑기로 했죠.
기자:하지만 겨우 200명밖에 줄지 않았는데요? 아예 기쁨조를 뽑지 않을 수는 없나요?
김정은:역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군요.(웃음) 훌륭한 국가지도자는 '마스터플랜' 이 필요합니다. 어떤 것이 더 이득이 되는가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죠. 800명은 적절한 숫자입니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고, 우리 여자들은 800개의 일자리를 얻으므로 내수 경제가 더 윤택해지죠.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루크.
기자:...네?
김정은:마스터 요다의 대사였어요. 흐흐흐.(웃음)
기자:......예?
김정은:스타워즈5. 흐.(웃음)
#2
진행자:...다음은 71번째 후보자 미스 리영희 양입네다!
[주위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리영희:동무의 존안을 뵙습네다!
[리영희가 인사를 하고, 다시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가 리영희와 여러 여성 참가자들을 빙 훑는다. 홀 중앙의 의자에 앉아 있는 김정은의 마지못한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김정은:삼촌, 이게 뭡니까?
장성택:동무의 기쁨조 후보입니다.
김정은:아니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기본적으로 기쁨조라면 좀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용모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장성택:저들의 얼굴은 충분히 동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김정은:눈 썩었습니까, 삼촌? 저 몰골들을 좀 보라구요!
[카메라가 리영희씨(18)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움푹 패인 눈 두덩이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깔려있다...]
장성택:우리 인민들의 80%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잘 먹이면 좀 더 살이 붙겠지요.
김정은:...아니면 애초에 정상적인 여자아이를 데려왔을 수도 있겟지요! 저게 좀비지 사람입니까?
장성택:잘 먹고 잘 노는 아이들은 고위 관리들의 여아들인데, 관리들이 자기 아이들을 기쁨조로 내놓을 리가 없습니다.
김정은:...이런 병아리 눈곱 만큼의 충성심도 없는 것들을 보았나...
#2-2
기자:이번 기쁨조 선발대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는데...
김정은:우리나라 여자들의 지독한 수준에 치가 떨립니다! 얼마나 나태하고 게으르면 자기 외모조차 가꾸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내가 유럽에서 여자들을 만났을 때는, 그 여자들은 확실히 배은망덕한 면이 있긴 했습니다. 남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아무 사람하고나 섹1스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외모를 가꾸긴 했단 말입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아버지는 우리 나라를 대체 뭘로 만들어 놓은 거죠?
기자:하지만 이 기쁨조는 북한의 내수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복지 사업이기도 하잖아요?
김정은:복지는 사람에게 주는 겁니다. 그리고 송장은 인간이 아니지.
#3
[여기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집무실. 심상치 않은 공기가 주변을 감돌고 있습니다.]
장성택:침착하셔야 합니다. 수령동지. 위엄을 잃으면 안됩니다.
김정은:알고 있어요. 삼촌. 저의 외교 실력은 윈스턴 처칠, 윌리엄 글래드스턴과도 견줄 만 하죠.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무슨 일이시죠?
장성택:아, 이 동무들...당장 나가시오!
김정은:아닙니다, 삼촌. 저 사람들이 여기 있으면 우리 북한의 위상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마케팅이라고도 하죠. 때가 되면 제가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전략 동향에 대한 논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성택:.....
김정은:오늘은 제가 갈고 닦은 외교 실력을 만천하에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죠. 그에게 우리 나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탁월한 유머실력도 말이죠.(웃음)
기자:매우 자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김정은:물론입니다! 우리가 전쟁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물론 전쟁을 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미제의 사악한 군대가 몰려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여기서 버티고 설 수 있습니다. 난 강하고 기개있는 남자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기 모인 겁니다. 여기선 경제 원조나 핵미사일같은 고리타분한 외교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로지 인류를 감싸 안는 따뜻한 유머의 장만이 있을 뿐이죠.(웃음)
김정은:우리 아버지가 한 결정적인 실수는, 핵미사일같은 걸로 미제를 협박하려 했다는 겁니다. 협박으로는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관대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유머를 보여줘야죠. 따뜻한 햇살은 난폭한 사람도 복종케 합니다. 저는 여기서 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뭔지 보여줄 예정입니다. 물론 저도 화가 나면 매서운 돌풍처럼 돌변합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러지 않을 겁니다. 전 관용이란 것을 배운 현명한 지도자니까 말이죠.(웃음)
[카터가 도착한다.]
김정은:헬로, 미스터 카터!(웃음)
[카터의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카터는 김정은이 주관한 스탠딩 코미디 쇼 '류경 만담' 을 듣는다. 그의 진지한 표정은 결코 풀어지는 법이 없다.]
김정은:흐흐. 웃기지 않나요? 방금 그건 스타워즈에 관한 농담이었는데...그러니까, 츄바카가 사실 암컷이었다는 가정 하에 전개되는 상황극이지요. 이 상황은 츄바카의 성별을 관객들이 제대로 판별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된 건데.....그러니까 한 솔로는 지금까지 츄바카를 성추행 해왔다는 거죠!(웃음)
[김정은의 통역사가 카터에게 말을 전달한다.]
카터:(자동번역. 김정은은 통역사의 말을 듣고 있음)사실, 매우 불쾌했습니다. 미스터 킴. 미 해군 씨킹 헬기를 타고 여기로 오면서 나는 평양의 많은 주민들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굶주리고, 핍박받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더 최악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나무 겉껍질을 벗겨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웁니다.
김정은:(카메라를 돌아보며)저 사람이 그 유명한 '아동복지' 관련 말을 하는 모양인데, 제가 어떻게 저 고리타분한 늙은이를 바꾸는지 지켜보세요. 흐흐.
김정은:카터, 제발 그런 말은 관두죠. 지금 우린 세계에서 가장 웃긴 쇼를 보고 있습니다. 웃긴 걸 볼때는 웃고 즐기세요!
카터:(자동번역)즐기라구요? 미스터 킴! 정말 무례하군요. 제 말을 허투로 들은 겁니까? 당신이 여기서 히히덕거리고 있을때 당신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는 합니까? 군인이 민가로 침입해 물건을 빼앗습니다. 부녀자와 아이를 강간합니다.
김정은:음...그건 문제이긴 하지만, 당신은 세상을 너무 부정적인 면으로만 바라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라구요. 강간 문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혹시 임신을 하게 되기라도 하면, 노동인구가 증가하므로 경제적으로는 이득이죠. 그러므로 이런 일들이 꼭 아주 나쁘다고는...
카터:(자동번역)뭐라고 이 씨발 돼지새끼가?!
[카터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정은도 주춤거리며 카터와 눈을 맞춘다.]
김정은: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이 제국주의자 같으니라고, 당신의 압제에 내가 굴복할 거 같아? 난 쓰나미같은 사나이야. 파도 그 자체지. 항공모함도 내 파도를 막을 순 없어!
[통역사에게서 김정은의 말을 전해 들은 카터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다.]
카터:(자동번역)...이 새끼 순 정신병자 새끼 아냐. 지 애비랑 다를 게 없군.
김정은:그 돼지같은 새끼 말은 꺼내지도 마십쇼!
카터:(자동번역)닥쳐. 너네 말도 안되는 나라에게 보여준 관용은 이제 영원히 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만 불쌍하게 됐지. 너네 나라로 들어가는 모든 원조를 중단하도록 NATO 위원회에 정식 청원서를 내겠다. 2000만 시민들은 물론 너까지도 모조리 배를 굶게 되겠지.
장성택:저, 저기 그건 좀...
김정은:우, 우리에겐 핵이 있소 카터.
카터:(자동번역)조까.
[카터가 의자를 걷어차고, 연회장을 가로질러 떠나려 한다.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김정은이 갑자기 달려나온다.]
김정은:아 씨발, 제발 청원서만 내지 말아주세요.
[장성택 부위원장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김정은은 카터의 등 뒤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김정은:죄송합니다. 앞으로 강간하는 모든 병사들을 다 거세시켜버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원조는 끊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3-2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집무실. 국방위원장은 자기 앞으로 온 탄원서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김정은:바로 이겁니다. 내가 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힘썼는데, 국제 사회의 정의를 위해 얼마나 힘썼는데, 미제의 압제로부터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얼마나 힘썼는데,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것 뿐이군요. NATO 탄원서에요. 앞으로 우리 나라를 주시하겠다고 합니다. 이건 권력 남용입니다. 아시아에 대한 백인들의 정치적 폭력입니다. 그놈들이 대체 무슨 권리로 우리를 감시합니까?
김정은:후우...
[김정은은 잠시 침묵을 지킨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연다.]
김정은:삶은 계속 됩니다. 삶은 계속 되죠. 삶에는 기복이란 게 있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입니다. 그건 나같은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똑같이 해당되는 법이죠. 그러니까 우리 국가의 인생은 현재 오르막길을 오르는 중입니다. 곧 내리막길을 통해 시원하게 추락하겠죠. 그러니까 제 말은 국가가 추락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 국가 경영의 난이도가 추락할 거라는 겁니다. 어쨌든 저는 여전히 행복합니다. 삶의 오르막길을 오를 때, 그 극심한 고통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포기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저에겐 인외마도의 재능이 있죠. 이 재능 덕분에 저는 결국 이 모든 걸 극복해낼 겁니다. 삶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다른 불쌍한 범인들에 비하면 엄청난 축복이죠. 그런 축복을 받은 제가, 어찌 인생에 대해 불평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이기적인 거죠! 하하하(웃음)
-끝-
-실제 김정은이 이럴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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