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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2-06-16 16:49:21 KST 조회 114
제목
스타워즈 키드의 생애

처음 스타워즈4가 나왔을 때 나는 아직 좃초딩이었다.

그 당시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 스타워즈4는 충격이었다. 우리는 스타워즈5, 6이 개봉될 때마다

그 세계에 빠져 살았고, 그 중 몇몇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그 엄청난 기술적 쇼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내가 그 헤어나오지 못한 덕후들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나서도 스타워즈와 관련된 모임, 토론회, 코믹콘 만큼은 절대 빼먹는 일이 없었다. 스타워즈는 이미 내 안에서 새로운 우주를 구축했고,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세월은 흘러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1을 개봉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캐릭터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고대했던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어린 존안을 뵐 생각을 하자, 우리는 거의 반 미치광이 상태가 되었다.


나는 덕후들과 함께 새벽부터 영화관 입구에 죽치고 앉았다. 그런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가 상영됐다...


나는 스타워즈1을 5번 연거푸 봤다. 나중에는 DVD도 사서 계속 돌려봤다. 가족들과 내 부인에게 이 영화가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이 영화는, 엿같았다.

이건 그냥 한 줌의 거대한 특수효과 덩어리에 불과했다. 자자 빙크스는 혐오스러웠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그냥 짜증나는 꼬맹이였다. 시나리오는 나사가 몇 개 풀려있었고, 연출은 부자연스러웠고, 결론적으로 영화는 그냥 싸구려 B급 코미디나 날려대며 단촐한 극본의 구멍을 메워보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 스타워즈4가 개봉됐을 때, 이 영화는 이런 흔해빠진 싸구려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우주였다. 스크린에서 배우들이 퇴장할 때, 그건 그냥 한 씬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 배우들은 카메라가 비춰주지 않는 우리의 상상의 나래에서 또 다른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 조지 루카스는 대체 무슨 개쓰레기를 만들어놓은 것인가?


팬덤에도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병1신같다고 했고, 소수의 독실한 신자들은 자신의 빈약한 SF적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 영양가 없는 비대한 자본주의 영상매체에 담겨진 심오한 메시지를 파헤치고자 노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스타워즈 2가 나오면 완벽해질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나 역시 이들에 속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2편 역시 형편없을 거라고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조지 루카스는 짜증나는 개짓을 반복했고, 스타워즈 2가 상영됐다. 이번에 난 덕후들처럼 새벽부터 극장 문턱에 달려가서 기다리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관객으로서 영화를 봤다. 처음 스타워즈 특유의 오프닝 씬이 나올때는, 내 아련한 노스텔지아가 자극되어,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열정의 심지에 다시 불이 지펴지는 것을 느꼈으나, 그것은 그냥 착각이었다. 스타워즈2는 스타워즈1보다는 좀 더 무거웠지만, 톤이 좀 달라졌다고 영화가 본질적으로 기대고 있는 그 순수한 멍청함을 가려주지는 못했다.


난 스타워즈3을 보지 않았다. 클론워즈도, 그 외 조지 루카스가 벌이는, 팬들을 강1간해대는 온갖 기상천외한 퍼포먼스에도 일말의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분명 스타워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것에 파묻혀 살면서 보낸 시간들이 결코 헛되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스타워즈는, 이 거대한 우주 서사시는 영원히 내 마음을 떠나갔다. 처음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해봤다. 스타트랙도 봤다. 스타트랙은 좀 더 고급스러워진 스타워즈였다. 팬덤도 많았다. 하지만 이건 "스타워즈" 가 아니었다!


닥터후도 봤다. 영국인들 특유의 어긋난 유머와 독특한 상상력은, 확실히 깐깐한 비평가들의 가녀린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괴기한 영상물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아버린 것이다.

나는 이제 철들었고, 내가 어렸을 적 느꼈던 그 정식적 포만감은 이제 영원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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