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강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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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3-25 21:45:53 KST | 조회 | 123 |
제목 |
미당의 얼굴에는 귀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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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만난 평론가 한 분이 젊은 시절 미당 서정주를 만나셨다는데
당시 대학생 특유의 열기에 몸이 달아 대뜸 이렇게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한국 최고의 문학가이신데, 어째서 친일을 하시고 독재 정권도 찬양하며 지조없게 구셨습니까?"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말에 호응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방 전체가 소란스러워졌고, 결국 미당이 자리를 떠야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실제로 미당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문학가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증오받는 시인이라네요. 하마터면 한국 땅에서 묻히지도 못할 뻔했다고 합니다...)
평론가 분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리에서 뛰쳐나와, 방을 나서려는 미당을 붙잡고 확답을 받아내려 하셨답니다.
헌데, 갑자기 미당이 휙 고개를 돌리더니 평론가 분을 노려보며 포효하듯이 소리치더랩니다.
"나는 나야!!"
그 말 한마디에 방 안이 얼어붙은듯 조용해졌고 미당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네요.
평론가 분은 그때 미당의 얼굴이 마치 귀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미당은 설령 지조는 없었을지라도
자존감은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네요..
그러고보니 옛날 미당이 광복 되고 나서 동료 시인과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이보게, 나는 정말 우리가 영원히 일제 식민지로 사는 건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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